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공부계획 짜는 게 ‘더 큰 공부’네

등록 2008-04-20 16:46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

둘째 아이가 중학생이 되자 은근히 걱정이 됐다. 발랄하고 배려심이 있어 친구를 잘 사귀고 낙천적인 반면에, 정리·정돈을 못하고 필기를 싫어하며, 뭐든 미리 준비하는 법이 없이 임기응변으로 때우는 편이다. 정리를 잘하고 필기가 필요하며, 미리 준비해야 하는 대표적인 일이 시험 아닌가? 바야흐로 중간고사의 계절이다. 둘째에게 중간고사가 언제인지 물어봤더니 날짜를 바로 대답한다. 다행이다. 하지만 무슨 과목 보느냐는 질문엔 말끝을 흐린다. 음악·미술도 보는지 잘 모르겠단다. 음, 다음으로 어느 날 무슨 과목을 보느냐고 물어봤지만 어차피 대답을 기대하고 한 질문은 아니었다. 주말에 둘째를 식탁에 앉혀놓고 반은 취조성인 엄마의 코칭이 시작된다. “이번 중간고사는 어떨 것 같아?” “과목이 많으니 어렵겠죠, 뭐.” “그래? 그럼 어떻게 준비하면 좋겠어?” “잘이요!” 음하핫 …. 거의 허무개그 수준이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순 없지. “과목이 많으니까 날짜별 계획을 세우면 어떨까?”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잠깐만요.” 하고 제 방에 들어갔다가 1분도 안 되어 탁상 달력을 들고 나온다. “계획 다 세웠어요!” 하며 내미는 달력을 보니, 4일간 선을 쭉 긋고 사회라고 써놓고, 그 다음 4일 영어, 그 다음 4일 과학, 이런 식으로 다 해놨다. 명색이 중학생인데! 기가 막힌다. 이제부터 인내심이 필요한 대목이다. 윽박지르지 말고 차근차근.

“그런데, 요일마다 생활이 다르잖아. 토요일은 베이스기타 배우고, 수요일은 수학 가고 …. 날짜 별로 공부 시간을 먼저 생각해보면 어떨까?” “아, 그렇겠네요.” 다이어리에 먼저 날짜별 시간을 써놓았다. 한 시간 이상은 공부해본 적이 없는 녀석이 갑자기 의욕이 넘쳐서 “엄마, 이날은 4시간은 할 수 있어요.” 한다. 역시 현실성이 없군. 하지만 그렇게는 말 못한다. “꼭 할 수 있는 시간만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열기를 가라앉혀준다.

다음은 과목을 날짜별로 배치하는 거다. “어느 과목이 제일 시간이 많이 걸릴까?” “어느 과목을 시험 직전에 하는 게 좋을까?” 아이는 몇 번이나 썼다가 고치면서 드디어 중간고사 공부 계획을 완성했다. 아이가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묻는다. “와! 엄만 옛날에 항상 이렇게 공부하셨어요?” 음하핫 …. 대답하기 매우 곤란한 질문이다.

드디어 공부 계획 첫날, 퇴근하고 왔더니 그날치 두 시간 공부를 했다고 한다. 아이고, 기특하다. 하긴 시험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게 이렇게 계획 세우고 해보는 거 아니겠는가. 그걸 알면서도 정작 일일이 가르치는 건 모든 부모에게 귀찮은 일이다. 거 좀 알아서 척척 안 되나? 그런 기술은 학교에서 안 가르쳐줘? 이래서 난 애들하곤 안 맞아. 역시 성인 취향이야, 하는 말을 나도 곧잘 했었다. 고현숙 한국코칭센터 대표 helen@eklc.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