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식전문업체가 학교 급식 전반의 운영을 맡는 위탁급식은 ‘이윤’을 남기느라 값싼 식재료를 쓸 위험이 있다. 사진은 학교급식과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사용 가능성이 높은 ‘광우병 우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청소년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영양사들 “위탁은 영양사 본분 충실못해”
직영으로 바꾼 학교들 “고깃국·생선 등장”
서울시내 고교 직영비율14% 그쳐 심각
직영으로 바꾼 학교들 “고깃국·생선 등장”
서울시내 고교 직영비율14% 그쳐 심각
커버스토리 /
지난 2006년 6월 수도권 지역 학교 48곳에서 학생들 3492명이 식중독을 앓는 ‘급식 파동’이 일어났다. 대기업 계열의 위탁급식업체가 급식을 맡은 학교들이었다. 회사는 위탁급식업을 접었고 정치권은 부랴부랴 2009년까지 모든 위탁급식을 직영급식으로 전환하는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위탁급식이 바람직한 급식 형태가 아니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던 것이다. 왜 위탁급식이 문제일까?
우선 위탁급식의 담당자가 학생들의 ‘먹을 권리’를 책임지는 교육 주체가 아니라 ‘이윤’을 남겨야 하는 ‘사업자’라는 데 문제가 있다. 위탁급식 업체가 학생들이 내는 급식비에서 식재료비 지출을 줄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명옥 학교급식 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삼성초교 영양교사)는 “식재료는 일회성으로 소모해 버리면 그만이니까 표가 나기 쉽지 않고 학생들의 망가지는 건강도 눈에 드러나지 않는다”며 “인건비나 운영비와 달리 식재료비가 가장 손쉽게 예산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학생들은 형편없는 식단을 두고 영양사를 탓하지만 영양사 역시 위탁급식의 구조적 한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신분 자체가 위탁업체 소속인데다 비정규직이라 고용형태도 불안정하다. 식단을 짤 때도 업체의 ‘이윤’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올해부터 직영급식으로 바꾼 서울 남강고에서 일하는 정영옥 영양사는 “직영급식의 영양사는 학교에 소속돼 있어 학생들이 내는 급식비를 남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써야 하지만 위탁급식은 반드시 이윤을 남겨야 한다”며 “위탁급식은 영양사의 본분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이 못 된다”고 했다. 남강고는 직영으로 바꾸면서 중학교 한 명, 고교 한 명씩 두 명의 영양사를 따로 채용했다.
위탁급식을 하던 학교가 직영급식으로 바꾸면 무엇보다도 식재료의 질이 달라진 것을 피부로 느낀다. 남강고의 조길연 교사는 “지난해까지는 교사들이나 학생들이 고깃국, 생선구이 등을 먹을 수가 없었다”며 “‘올해 나오는 생선은 물이 다르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쇠고기·돼지고기·생선 등 식품의 질이 훨씬 좋아졌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친환경 직영급식을 시작한 서울 당곡중의 교사들은 급식 재료로 배달돼 오는 쌀과 농산물을 집에서도 따로 주문해 먹는다.
위탁급식이 학교 급식에 진입하게 된 것은 1996년 ‘학교급식법’ 개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직영급식, 운영위탁 급식, 외부운반 급식 등 급식 형태를 다양화한다는 명분으로 위탁급식 제도가 도입됐다. 97년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이 99년까지 고교 전면 급식을 실시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고교에는 위탁급식이 뿌리를 내렸다. 98년에 13%에 불과하던 고교 급식률이 99년 하반기 96.3%까지 확대된 데는 위탁급식의 구실이 컸던 것이다.
학교 급식을 학생들의 복지 향상 차원에서 바라보는 관점은 무리한 정책 추진 과정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교육부가 2006년 낸 ‘학교급식개선 종합대책’에서 “학교급식은 교육적 필요나 청소년의 건강 증진보다는 편리성 측면에서 정책적으로 도입됐다”고 자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직영급식으로의 전환이 활발한 가운데서도 움직임이 굼뜬 서울의 고교들이다. 2007년 9월 서울 고교의 직영급식 비율은 14%에 그쳤다. 2006년 9월 전국 고교의 56.1%가 직영급식을 한 것에 견줘 턱없이 낮다. 게다가 2008년 직영 전환을 목표로 관련 사업을 추진하던 45개 학교 가운데 2009학년도로 연기한 학교가 모두 22개교로 절반 가까이 된다. 김재석 학교급식 전국네트워크 서울시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정봉주 의원 등이 위탁급식을 허용하는 학교급식 개정안을 발의한 뒤로 학교장들의 의지가 한풀 꺾인 분위기”라며 “공교육 정상화는 학교가 학생들의 학력뿐만 아니라 급식 환경 등 생활까지 제대로 책임지는 개념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서울시의회를 통과한 학교급식 조례 개정안을 발의한 이수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2009년까지 유예를 둬 직영급식 전환을 못박은 만큼 시청과 교육청이 실제 지원에 나설 수 있도록 꾸준한 견제와 감시가 필요하다”고 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서울시 학교급식 운영형태
문제는 직영급식으로의 전환이 활발한 가운데서도 움직임이 굼뜬 서울의 고교들이다. 2007년 9월 서울 고교의 직영급식 비율은 14%에 그쳤다. 2006년 9월 전국 고교의 56.1%가 직영급식을 한 것에 견줘 턱없이 낮다. 게다가 2008년 직영 전환을 목표로 관련 사업을 추진하던 45개 학교 가운데 2009학년도로 연기한 학교가 모두 22개교로 절반 가까이 된다. 김재석 학교급식 전국네트워크 서울시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정봉주 의원 등이 위탁급식을 허용하는 학교급식 개정안을 발의한 뒤로 학교장들의 의지가 한풀 꺾인 분위기”라며 “공교육 정상화는 학교가 학생들의 학력뿐만 아니라 급식 환경 등 생활까지 제대로 책임지는 개념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서울시의회를 통과한 학교급식 조례 개정안을 발의한 이수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2009년까지 유예를 둬 직영급식 전환을 못박은 만큼 시청과 교육청이 실제 지원에 나설 수 있도록 꾸준한 견제와 감시가 필요하다”고 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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