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폴리텍Ⅲ대학 춘천캠퍼스 빌딩자동화과 학생들이 실습을 하는 모습. 한국폴리텍대학 제공
직업전문학교 편견 ‘옛말’
등록금 싸고 학위 가능
명문대 졸업생 입학도 한국아이티(IT)직업전문학교 게임학부를 졸업한 전영훈(20)씨는 올해 게임 회사 윈디소프트에 입사해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서울 오금고 재학 3년 내내 중·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던 그가 4년제나 2년제가 아닌 직업전문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게임 관련 분야에 대해 전문적으로 일을 배우고, 빨리 사회로 진출하고 싶어서”였다. 이런 선택 과정에서 고민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대학 간판’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정말 취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물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입학 뒤 싹 사라졌다. “취업이 안 될 수 없게 가르치니까요. 신입생 때부터 프로젝트 때문에 밤을 새는 일이 다반사죠. 대신 학교에선 실무 지원을 제대로 해줍니다. 흔히 상상하는 동아리 수준의 지원이 아니었죠.” 전씨처럼 대학 간판 대신 직업전문학교의 실무교육을 택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원서만 넣으면 누구나 갈 수 있다는 것도 옛말이다. 서울호서전문학교에는 지난해 1450명 선발에 7500여명이 지원할 정도였다. 한국아이티직업전문학교 황재영 홍보팀장은 “최근에는 해외 유학 고교생들도 실전의 필요성을 느껴 입학하고 있다”고 말한다. 직업전문학교는 말 그대로 어떤 직업에 필요한 기술을 집중적으로 교육하기 위해 설립한 학교다. 우리나라에선 국가가 공공으로 운영하는 한국폴리텍대학(전 ‘기능대학’으로 전국에 걸쳐 40개 캠퍼스가 있다)을 비롯해 노동부 인가를 받아 운영되는 민간학교들이 있다. 그동안 이런 학교들에 대해 편견이 있었다. 지금 학부모들이 학교에 다닐시절에는 이들 학교들이 대개 기술을 가르치는 학원 형태였기 때문에 종종 ‘공부를 못하거나, 고교 때 문제를 일으켰거나,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가는 학교’라는 오해를 받는다고 한다. 한국폴리텍대학 윤지현 홍보팀장은 “이런 편견 때문에 진로에 맞는 특성화된 학과가 있어도 진학 선택 때 배제되는 면이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보에 밝은 요즘 학생들은 이 학교들이 2년제 대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 주목한다. 특히 전문대 이상의 실무 교육도 배우고 학점은행제를 통해 2년제 전문학교 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렇게 학사학위과정 등을 만들어 학점은행제를 시행하는 학교를 졸업하면 2년제 자격으로 취업을 하거나 4년제나 대학원에 진학도 가능하다. 4년제, 전문대가 교육과학기술부 소속이라면 직업전문학교는 노동부 소속의 전문대학과 다를 바 없는 셈이다. 졸업생들은 직업전문학교를 ‘알뜰형 학교’라고 말한다. 2년제나 4년제와 비교할 때 등록금도 싸고 시간 낭비도 덜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폴리텍대학은 등록금이 한 학기 약 100만원, 한국아이티직업전문학교는 약 310만원 수준이다. 연세대 생명공학부를 졸업하고 올해 한국폴리텍바이오대학 의생명동물과에 입학한 이준호(26)씨는 “막연한 생각으로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올 줄 알았는데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처럼 오는 학생들이 많아 정말 놀랐다”며 “4년제나 2년제에선 보기 힘든 특성화된 학과가 있다는 것 자체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에는 미용, 항공 등 특정 분야의 학과만 있었다면, 지금은 실내건축디자인, e-비즈니스, 애완동물관리, 사이버경찰, 캐릭터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세분화된 전공들이 개설돼 있는 추세다. 빡빡한 실무 위주의 교육을 받기 때문에 대학생활 고유의 낭만이 없다는 점도 예전 얘기다. 웬만큼 역사가 있는 학교들은 인성, 리더십 교육부터 다양한 학교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기존 ‘학원’의 이미지를 벗으려고 애쓴다.
이런 장점들을 차치하고 학생들이 직업전문학교를 찾는 이유는 취업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실무 위주의 교육 속에서 기업체와 연계한 실습들이 주를 이루고 이 과정에서 기업체들은 능력 있는 학생들을 채용한다. 한국아이티 직업전문학교 올해 졸업생 가운데 94.7%가 취업과 진학에 성공했다. 컴퓨터 관련 학과 가운데에는 네이버, 에스케이 등 대기업에 입사한 학생들도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고용·능력개발연구본부 오영훈 연구위원은 “대기업의 경우는 아직도 넘기 힘든 벽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사회적 인식은 많이 바뀌고 있다”며 “직업전문학교에 대한 관심은 우리 사회가 전문가 시대로 가는 변화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취업률만 보고 직업적 전망과 확신 없이 무턱대고 직업전문학교를 택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직업전문학교에 와서 성공하는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4년제나 2년제를 선택한 학생들보다 진로성숙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특정 분야에서 바로 실무를 배워보겠다고 뛰어든 것 자체가 그 분야에 대해 확신이 있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한국아이티 직업전문학교를 졸업하고 한우리시스템에 입사한 이성원(24)씨는 “입사 면접 때 회사쪽에선 이런 학교 학생들이 구체적인 직업 분야에 대해 뚜렷한 확신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영훈 연구위원은 “가족 가운데 누군가 직업전문학교 진학으로 고민한다면 적극 추천해줄 수 있는 학교인 것은 맞다”며 “단, 이는 전공할 분야에 대한 확신과 열정, 진로 계획이 분명히 서 있는 학생에게 해당하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i.co.kr
수능·내신 대신 ‘심층면접’ 봐야
인터넷에 오른 평가기록 살펴라 직업전문학교의 입학전형은 어떨까? 거의 모든 직업전문학교들이 수능과 내신을 반영하지 않고 면접만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으레 입학이 쉬울 거라고 예상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많은 학교들이 교수진 또는 학장과의 ‘일대일 심층면접’을 실시해 학생의 학과 선택이 적성에 맞는지, 진로에 대한 확신은 뚜렷한지를 검증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신입생 때부터 전문적인 실기 수업이 빡빡한 일정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자신이 택하는 학과가 어떤 공부를 하는지, 선택한 학교는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는 일이 매우 중요해진다. 우리나라의 직업전문학교 학과들은 크게 항공, 미용, 아이티(IT), 자동차 및 기계, 정보통신, 디자인 분야로 나눠진다. 전문 직종이 다양해지면서 학과들은 점점 다양해지고 세분화되는 추세다. 이런 학과 정보나 학교 정보는 어디서 얻는 게 좋을까? 각종 포털 사이트에 ‘직업전문학교’를 검색하면 다양한 학교들이 나오지만 이런 정보를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노동부 인가를 받지 않은 학원들이 검색어 등록을 해 두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학생들에게 노동부의 직업능력개발종합정보망(www.hrd.go.kr)이 유용한 정보창구가 될 수 있다. 이 사이트에는 우리나라 직업전문학교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물론이고 각 학교의 수준이 어떤지 평가 기록도 올라와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오영훈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직업전문학교들이 노동부 또는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등으로부터 정기적으로 훈련기관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 평가 기록들이 상세히 올라와 있다”며 “이런 정보들을 참고삼아 신중한 선택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물론 온라인 정보들을 토대로 선택 범위를 좁힌 다음엔 이왕이면 학교를 직접 방문해 보는 것도 좋다. 실습 위주의 수업을 진행하는 만큼 실제 교육 환경이 어떤지도 꼼꼼히 살펴봐야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다. 김청연 기자
명문대 졸업생 입학도 한국아이티(IT)직업전문학교 게임학부를 졸업한 전영훈(20)씨는 올해 게임 회사 윈디소프트에 입사해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서울 오금고 재학 3년 내내 중·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던 그가 4년제나 2년제가 아닌 직업전문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게임 관련 분야에 대해 전문적으로 일을 배우고, 빨리 사회로 진출하고 싶어서”였다. 이런 선택 과정에서 고민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대학 간판’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정말 취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물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입학 뒤 싹 사라졌다. “취업이 안 될 수 없게 가르치니까요. 신입생 때부터 프로젝트 때문에 밤을 새는 일이 다반사죠. 대신 학교에선 실무 지원을 제대로 해줍니다. 흔히 상상하는 동아리 수준의 지원이 아니었죠.” 전씨처럼 대학 간판 대신 직업전문학교의 실무교육을 택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원서만 넣으면 누구나 갈 수 있다는 것도 옛말이다. 서울호서전문학교에는 지난해 1450명 선발에 7500여명이 지원할 정도였다. 한국아이티직업전문학교 황재영 홍보팀장은 “최근에는 해외 유학 고교생들도 실전의 필요성을 느껴 입학하고 있다”고 말한다. 직업전문학교는 말 그대로 어떤 직업에 필요한 기술을 집중적으로 교육하기 위해 설립한 학교다. 우리나라에선 국가가 공공으로 운영하는 한국폴리텍대학(전 ‘기능대학’으로 전국에 걸쳐 40개 캠퍼스가 있다)을 비롯해 노동부 인가를 받아 운영되는 민간학교들이 있다. 그동안 이런 학교들에 대해 편견이 있었다. 지금 학부모들이 학교에 다닐시절에는 이들 학교들이 대개 기술을 가르치는 학원 형태였기 때문에 종종 ‘공부를 못하거나, 고교 때 문제를 일으켰거나,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가는 학교’라는 오해를 받는다고 한다. 한국폴리텍대학 윤지현 홍보팀장은 “이런 편견 때문에 진로에 맞는 특성화된 학과가 있어도 진학 선택 때 배제되는 면이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보에 밝은 요즘 학생들은 이 학교들이 2년제 대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 주목한다. 특히 전문대 이상의 실무 교육도 배우고 학점은행제를 통해 2년제 전문학교 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렇게 학사학위과정 등을 만들어 학점은행제를 시행하는 학교를 졸업하면 2년제 자격으로 취업을 하거나 4년제나 대학원에 진학도 가능하다. 4년제, 전문대가 교육과학기술부 소속이라면 직업전문학교는 노동부 소속의 전문대학과 다를 바 없는 셈이다. 졸업생들은 직업전문학교를 ‘알뜰형 학교’라고 말한다. 2년제나 4년제와 비교할 때 등록금도 싸고 시간 낭비도 덜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폴리텍대학은 등록금이 한 학기 약 100만원, 한국아이티직업전문학교는 약 310만원 수준이다. 연세대 생명공학부를 졸업하고 올해 한국폴리텍바이오대학 의생명동물과에 입학한 이준호(26)씨는 “막연한 생각으로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올 줄 알았는데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처럼 오는 학생들이 많아 정말 놀랐다”며 “4년제나 2년제에선 보기 힘든 특성화된 학과가 있다는 것 자체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에는 미용, 항공 등 특정 분야의 학과만 있었다면, 지금은 실내건축디자인, e-비즈니스, 애완동물관리, 사이버경찰, 캐릭터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세분화된 전공들이 개설돼 있는 추세다. 빡빡한 실무 위주의 교육을 받기 때문에 대학생활 고유의 낭만이 없다는 점도 예전 얘기다. 웬만큼 역사가 있는 학교들은 인성, 리더십 교육부터 다양한 학교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기존 ‘학원’의 이미지를 벗으려고 애쓴다.
이런 장점들을 차치하고 학생들이 직업전문학교를 찾는 이유는 취업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실무 위주의 교육 속에서 기업체와 연계한 실습들이 주를 이루고 이 과정에서 기업체들은 능력 있는 학생들을 채용한다. 한국아이티 직업전문학교 올해 졸업생 가운데 94.7%가 취업과 진학에 성공했다. 컴퓨터 관련 학과 가운데에는 네이버, 에스케이 등 대기업에 입사한 학생들도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고용·능력개발연구본부 오영훈 연구위원은 “대기업의 경우는 아직도 넘기 힘든 벽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사회적 인식은 많이 바뀌고 있다”며 “직업전문학교에 대한 관심은 우리 사회가 전문가 시대로 가는 변화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취업률만 보고 직업적 전망과 확신 없이 무턱대고 직업전문학교를 택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직업전문학교에 와서 성공하는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4년제나 2년제를 선택한 학생들보다 진로성숙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특정 분야에서 바로 실무를 배워보겠다고 뛰어든 것 자체가 그 분야에 대해 확신이 있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한국아이티 직업전문학교를 졸업하고 한우리시스템에 입사한 이성원(24)씨는 “입사 면접 때 회사쪽에선 이런 학교 학생들이 구체적인 직업 분야에 대해 뚜렷한 확신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영훈 연구위원은 “가족 가운데 누군가 직업전문학교 진학으로 고민한다면 적극 추천해줄 수 있는 학교인 것은 맞다”며 “단, 이는 전공할 분야에 대한 확신과 열정, 진로 계획이 분명히 서 있는 학생에게 해당하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i.co.kr
수능·내신 대신 ‘심층면접’ 봐야
인터넷에 오른 평가기록 살펴라 직업전문학교의 입학전형은 어떨까? 거의 모든 직업전문학교들이 수능과 내신을 반영하지 않고 면접만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으레 입학이 쉬울 거라고 예상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많은 학교들이 교수진 또는 학장과의 ‘일대일 심층면접’을 실시해 학생의 학과 선택이 적성에 맞는지, 진로에 대한 확신은 뚜렷한지를 검증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신입생 때부터 전문적인 실기 수업이 빡빡한 일정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자신이 택하는 학과가 어떤 공부를 하는지, 선택한 학교는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는 일이 매우 중요해진다. 우리나라의 직업전문학교 학과들은 크게 항공, 미용, 아이티(IT), 자동차 및 기계, 정보통신, 디자인 분야로 나눠진다. 전문 직종이 다양해지면서 학과들은 점점 다양해지고 세분화되는 추세다. 이런 학과 정보나 학교 정보는 어디서 얻는 게 좋을까? 각종 포털 사이트에 ‘직업전문학교’를 검색하면 다양한 학교들이 나오지만 이런 정보를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노동부 인가를 받지 않은 학원들이 검색어 등록을 해 두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학생들에게 노동부의 직업능력개발종합정보망(www.hrd.go.kr)이 유용한 정보창구가 될 수 있다. 이 사이트에는 우리나라 직업전문학교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물론이고 각 학교의 수준이 어떤지 평가 기록도 올라와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오영훈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직업전문학교들이 노동부 또는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등으로부터 정기적으로 훈련기관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 평가 기록들이 상세히 올라와 있다”며 “이런 정보들을 참고삼아 신중한 선택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물론 온라인 정보들을 토대로 선택 범위를 좁힌 다음엔 이왕이면 학교를 직접 방문해 보는 것도 좋다. 실습 위주의 수업을 진행하는 만큼 실제 교육 환경이 어떤지도 꼼꼼히 살펴봐야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다. 김청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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