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노동조합 조합원 200여명이 27일 오전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정문 앞에서 카이스트와의 통합 추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교과부, 카이스트쪽 졸속안만 반영” 조정회의 불참 선언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하는 카이스트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의 통합 방안에 대해 생명연 쪽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유장렬 생명연 선임연구부장(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교과부를 방문해 ‘통합을 전제한 조정회의’엔 참석하지 않겠다고 불참을 선언했다. 유 부장은 “과학기술 정책의 방향이 뭔지 제시하지도 않고서 출연 연구기관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현 정부의 ‘철학 부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이날 교과부의 중재회의는 무산됐다. 두 연구기관의 통합 추진은 대덕연구단지 출연 연구기관들에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서 주목돼 왔다.
이상기 생명연 원장도 대전 생명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카이스트가 낸 통합 방안은 한 쪽 분량의 졸속 통합안”이라며 “카이스트 방안에 근거를 둔 교과부 중재안을 전면 거부한다”고 밝혔다. 노조원 등 200여명은 카이스트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정부에 맞선 출연 연구기관의 이런 ‘조직적 반발’은 매우 이례적이다.
생명연의 반발은, 교과부가 두 기관의 통합 논의를 ‘중재하겠다’면서도, 카이스트 쪽의 통합안을 ‘사실상 중재안’으로 제시한 데서 비롯됐다. 교과부는 지난 23일 박종구 2차관 주재로 카이스트와 생명연 대표를 불러 두 기관의 통합 또는 협력 방안을 논의한 뒤 ‘학-연 협력 우수모델 설정계획’이란 자료를 두 기관에 보냈다. 하지만 자료엔 ‘통합’을 제안한 카이스트 쪽 의견만 거의 그대로 반영돼 “정부가 두 기관 통합 방침을 정해두고 밀어붙인다”는 반발을 사고 있다. 앞서 지난달 15일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이 두 기관 통합을 제안한 뒤 생명연 쪽이 ‘일방 통합’에 반대하면서 논란이 이어져 왔다.
이에 대해 황홍규 교과부 대학연구기관지원정책관은 “교과부는 중재자 입장”이라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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