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정보와 직업인의 경험담을 담은 직업 관련 책
‘부키 전문직 리포트’ ‘공상이상 직업의 세계’ 등
간호사·PD·게이머...구체적 장단점·애환 담아
간호사·PD·게이머...구체적 장단점·애환 담아
진로교육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체험’이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에겐 여러모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책을 통한 간접체험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데 어른들이 내미는 책은 대체로 ‘입시’와 관련돼 있다. 간혹 진로나 직업과 관련한 책을 준다고 해도 뛰어난 능력을 지닌 사람의 성공담을 추천한다.
오랫동안 독서교육을 하고 있는 대광고 조주희 교사(문학 담당)는 “오히려 요즘 아이들은 현실감이 떨어지는 성공담을 보며 ‘만든 얘기’, ‘잘난 사람들 얘기’라는 식으로 반응을 할 수도 있다”며 “가능하다면 평범한 현업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마침 올해 초, 청소년 직업 관련 책으로는 흔치 않게 현업종사자들의 경험담을 토대로 한 멘토링 책이 나와 반향을 얻고 있다. 이미 영미권에서 인기몰이를 했던 <아트 오브 멘토링>(미래인) 시리즈 가운데 1차분(5권)이다. 이 시리즈는 평범한 인물이지만 특정 직업군에서 전문가가 된 이들이 직업에 대한 생각, 정보, 그 분야 직업인으로서의 마음가짐, 다양한 관련 경험 등을 가감없이 편지 형식으로 쓴 것이다. <미래의 의사에게>를 시작으로 법률가, 저널리스트 등을 주제로 한 책이 나와 있다. 출판사 미래인의 황인석 편집팀장은 “직업인의 덕목을 말해주는 멘토링 책이면서 정보도 있다”며 “단순 정보나 추상적인 조언만 하는 책과는 다르다는 점”을 주목받는 이유로 꼽았다.
‘멘토’까지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직업인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담은 부키의 <부키 전문직 리포트>도 줄기차게 사랑을 받아 왔다. 2003년 를 시작으로 11권까지 나온 이 시리즈는 특정 직업들인이 ‘직업 현장 보고서’ 식으로 일을 하게 된 동기, 입사경로부터 일의 장단점, 애환, 장래성에 대해 말한 것을 정리한 것이다. 특히 간호사의 세계를 다룬다고 하면 인공신장실 간호사, 병동 간호사부터 의료소송 매니저까지 그 직종과 관련한 다양한 직업 세계를 함께 소개한다는 게 특징이다. 그동안 요리사, 만화가, 간호사 등의 직업이 소개됐는데, 10권까지 집계해 보면 총 7만여 권이 판매됐고, 간호사 관련 책이 가장 많이 나갔다. 기획편집자 노종현씨는 “방송작가나 변호사 같은 직업은 인터넷 정보가 많지만 일상적으로 많이 접하는 간호사 직종에는 어떤 세분화된 분야가 있는지, 어떤 애환이 있는지 등의 정보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각종 독서단체의 청소년 추천도서로 손꼽혔던 <공상이상 직업의 세계>(한겨레출판)도 현업종자사들의 직업 이야기를 문화평론가 김봉석씨가 쉽게 풀어 쓴 것이다. 특히 이 책은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문화콘텐츠 직종(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등)에 대해 소개한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또 <부키 전문직 리포트>처럼 어떤 분야와 관련해 세분화된 직업(스틸사진작가, 헌팅매니저, 스토리보드작가 등)에 대해서도 폭넓게 소개해 직업 선택의 폭을 넓히는데 도움을 준다.
전문가들은 이런 책들이 직업에 대한 ‘현실적인 눈’을 키워줄 수 있다고 말한다. 출판평론가 한미화씨는 “직업이나 진로와 관련한 책은 기본적으로 부모나 교사가 함께 읽어주는 성의가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학부모들도 막연하게 알던 프로듀서의 일이 단순히 멋진 것이 아니라 때론 중노동이다 싶을 만큼 힘든다는 걸 알게 되고 이로써 자녀와 구체적인 진로 고민을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책들은 때로 학생들의 자신감을 키워주는 데도 한몫을 하기도 한다. 직업인들의 경험담 속엔 어린 시절, 방황을 했거나 취직에 실패한 이야기 등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 수가 많진 않지만 청소년들이 읽을 만한 직업 관련 책이 나오고 꾸준하게 사랑을 받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물론 아직까지 우리나라 서점에는 청소년 직업 관련 책을 모아둔 서가도 없고, 꽂을 만한 직업 관련 책이 매우 적다. 관심이 가는 직업이 있으면 분야별로 서가를 찾아다녀야 하는 현실이다. 대광고 조주희 교사는 “특히 고교생이 되면 진로설계가 정말 필요한데도 이런 학생들을 위해 더 다양하면서 재미있는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실제 학생들 책을 구입하고 추천하는 위치에 있는 어른들이 그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i.co.kr
10대 위한 진로 안내서 왜 적나 엄마들이 자녀를 꾸짖을 때마다 빠지지 않는 잔소리는 “제발 공부 좀 해라”이고 “너는 커서 대체 뭐가 되려고 이러냐”라는 소리가 후렴구처럼 이어진다. 이 말을 풀어보자면 공부를 해야 커서 뭔가 쓸모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게 아니냐는 비난을 담고 있다. 미래의 직업 혹은 진로는 공부에 달렸다는 위협이기도 하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도 있으니, 참고서부터 부교재, 그리고 공부 잘하는 비법을 일러주는 책까지 10대의 공부를 도와주는 책은 차고 넘친다. 하지만 공부의 궁극적 목적인 진로와 직업에 관한 책은, 드물다. 이유는? 수요가 없는 곳에 공급도 없기 때문이다. 10대를 위한 진로·직업 안내서는 직업 현장에 대한 조사도 필수고, 최신 정보를 담아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책을 만드는 데 품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요는 한정적이다. 최신정보 담자면 품 많이 드는데 공부책에 비해 수요는 많지 않아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일단 대학을 가고보자는 정서가 대세지, 적성과 희망을 고려하여 장래 희망 직업을 선택한 후 진로를 결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서울대 가는 법, 아이비리그 조기 유학 노하우, 초등학생 때부터 특목고 준비하는 법에 관한 책이 필요하지,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거나 요리사가 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은 필요하지 않다. 소설가 한수산이 이미 20여 년 전에 “의사나 판사는 꿈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여전히 부모세대가 원하는 꿈의 직업은 의사·판사·검사·교사이니 장래 유망 직업에 대해 전혀 궁금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메가 트렌드가 아닌 마이크로 트렌드의 시대, 기성세대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직업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부모세대가 경험해 본 적이 없어 알 수 없는 다양한 직업의 세계에 대해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적절한 조언을 해 줄 책은 절실하다. 목표 없는 공부란 결국 나이 서른이 넘도록 꼭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지 못한 채 재교육과 각종 시험 준비에 머리를 싸매는 유예된 어른을 만들뿐이다. 한미화 출판칼럼니스트
김청연 기자 carax3@hani.co.kr
10대 위한 진로 안내서 왜 적나 엄마들이 자녀를 꾸짖을 때마다 빠지지 않는 잔소리는 “제발 공부 좀 해라”이고 “너는 커서 대체 뭐가 되려고 이러냐”라는 소리가 후렴구처럼 이어진다. 이 말을 풀어보자면 공부를 해야 커서 뭔가 쓸모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게 아니냐는 비난을 담고 있다. 미래의 직업 혹은 진로는 공부에 달렸다는 위협이기도 하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도 있으니, 참고서부터 부교재, 그리고 공부 잘하는 비법을 일러주는 책까지 10대의 공부를 도와주는 책은 차고 넘친다. 하지만 공부의 궁극적 목적인 진로와 직업에 관한 책은, 드물다. 이유는? 수요가 없는 곳에 공급도 없기 때문이다. 10대를 위한 진로·직업 안내서는 직업 현장에 대한 조사도 필수고, 최신 정보를 담아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책을 만드는 데 품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요는 한정적이다. 최신정보 담자면 품 많이 드는데 공부책에 비해 수요는 많지 않아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일단 대학을 가고보자는 정서가 대세지, 적성과 희망을 고려하여 장래 희망 직업을 선택한 후 진로를 결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서울대 가는 법, 아이비리그 조기 유학 노하우, 초등학생 때부터 특목고 준비하는 법에 관한 책이 필요하지,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거나 요리사가 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은 필요하지 않다. 소설가 한수산이 이미 20여 년 전에 “의사나 판사는 꿈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여전히 부모세대가 원하는 꿈의 직업은 의사·판사·검사·교사이니 장래 유망 직업에 대해 전혀 궁금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메가 트렌드가 아닌 마이크로 트렌드의 시대, 기성세대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직업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부모세대가 경험해 본 적이 없어 알 수 없는 다양한 직업의 세계에 대해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적절한 조언을 해 줄 책은 절실하다. 목표 없는 공부란 결국 나이 서른이 넘도록 꼭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지 못한 채 재교육과 각종 시험 준비에 머리를 싸매는 유예된 어른을 만들뿐이다. 한미화 출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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