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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인용문과 결론의 정합성 따지라

등록 2008-06-22 17:49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소설 〈노인과 바다〉를 통해 운명에 맞서는 인간 의지의 위대함을 그렸다.  〈한겨레〉 자료사진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소설 〈노인과 바다〉를 통해 운명에 맞서는 인간 의지의 위대함을 그렸다. 〈한겨레〉 자료사진
우리말 논술
유형별 논술교과서 / 3. 개념 설명 및 활용

■ 기출문제 유형 1 - 대구교대 2008학년도 예시 [난이도 수준-중2~고1]

제시문 (가)는 ‘인간의 생각하는 힘’을 강조하기 위하여, <노인과 바다>와 ‘노벨 문학상 수상 연설’을 인용하고 있다. 그러나 밑줄 친 부분에서 말하고 있는 ‘인간만의 승리’는 그러한 문맥적 의도와 밀접하게 호응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윌리엄 포크너가 말하고자 했던 바가 따로 있었다고 가정할 때,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제시문 (다)에 나타난 조나단의 삶을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시오.

<제시문 (가)의 내용>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에서 잡은 고기를 상어 떼에게 잃고 난 다음 노인의 심경을 담담히 서술했다. 모든 것을 빼앗긴 상황에서 노인은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조용히 다음 기회를 기다리자고 다짐한다.

윌리엄 포크너는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에서 이 부분을 인용하면서 인간은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생각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존재라고 역설했다. 인간이 잡은 고기를 빼앗아 포식한 상어의 한판승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노인은 ‘패배한 것은 상어떼’라고 생각한다. 윌리엄 포크너는 이 상황에 대해 성패를 초월해 역경에 맞서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인간 정신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계는 오래 견디고 동물은 생존하는데, 오직 인간만이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파스칼의 말은 이런 맥락에서 의미심장하다. 인간은 육체적으로는 약하지만,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있어 그 무엇보다 위대한 존재인 것이다.

<제시문 (다)> (생략) 아무래도 조나단은 보통 새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갈매기들은 난다는 행위를 지극히 간단하게 생각하여, 그 이상의 것을 굳이 배우려 하지 않았다. 즉 어떻게 해서 기슭에서 먹이가 있는 데까지 날아가 또 돌아오는가, 그것만 알면 충분한 것이다. 모든 갈매기들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나는 일이 아니라 먹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 별난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먹는 일보다도 나는 일 그 자체였다. 그 밖의 어떤 일보다도 그는 나는 일을 좋아했다. (생략) 그가 발을 쳐든 채로 해변에 몸통 착륙을 하여, 모래 위에 생긴 자기의 활강 자국을 발로 재는 듯한 흉내까지 냈을 때는 그의 부모들도 당황해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물었다. “왜 너는 다른 갈매기 떼들처럼 행동하지 못하니? 저공비행 따위는 펠리컨이나 신천옹(거위보다 살쪘으며, 무인도 등에 서식함)에게 맡겨 두면 되잖니? 그리고 왜 너는 먹지 않니? 바짝 말라 뼈와 깃털뿐이잖아!”


“뼈와 깃털뿐이라도 괜찮아요, 엄마. 나는 내가 공중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를 알고 싶을 뿐이에요. 단지 그것뿐이에요.”(생략)


■ 해결 전략

(가)에는 두 개의 인용문이 등장하는데,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와 윌리엄 포크너의 노벨상 수상 연설이다. (가)의 필자는 두 글을 인용하면서 인간의 위대함은 ‘생각하는 힘’에서 비롯한다고 결론짓고 있다.

논제에서는 인용문과 결론의 정합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두 인용문에 나타난 ‘인간만의 승리’가 인간의 생각하는 힘을 강조하는 (가)의 논지와 밀접하게 호응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윌리엄 포크너가 말한 인간의 위대함의 근거를 (다)에 나타난 갈매기 조나단의 삶을 통해 설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갈매기 조나단은 ‘먹는 일’이 아닌 ‘나는 일’ 자체에 집중한다. 숱한 실패를 겪으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며 목표를 향해 정진한다. 이러한 조나단의 삶에서 우리는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불굴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노인과 바다>의 주인공 또한 상실의 상황에서 절망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꿈꾼다. 이들이 보여주는 인간만의 승리는 단순히 ‘생각하는 힘’이 아닌 ‘운명에 맞서는 용기와 의지’로 수렴된다.


■ 자료 검색

리처드 바크
리처드 바크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

리처드 바크는 <어린왕자>를 쓴 프랑스 작가 생 텍쥐페리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잡지사 기자를 거쳤고, 지금까지도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소설을 남겼다는 점이다. 둘 모두 비행기 조종사로 하늘을 날았으며, 3000시간 이상의 비행기록을 남겼다.

<갈매기의 꿈>(원제: Jonathan Livingston Seagull)은 리처드 바크의 세 번째 소설로, 1970년 출간됐다. <갈매기의 꿈>은 출간 당시 성직자들로부터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오만한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윌리엄 포크너
윌리엄 포크너
윌리엄 포크너의 <요크나파토파 연대기>

윌리엄 포크너는 미국의 소설가로 미국 남부에 대한 우화이면서도 어디에나 존재하는 인간 운명에 대한 이야기로 발전시킨 요크나파토파 연작물로 가장 유명하다. 포크너는 그가 사는 마을, 친척 마미 칼리라 부른 캐롤라인 바가 해준 이야기, 광장에서 토요일 오후마다 우연히 듣게 된 이야기 중 기억나는 것들을 가지고 시작했다. 그러나 이야기들은 점차 그의 상상력 속에서 자라나 ‘현실적인 것이 묵시적인 것으로’ 승화되었다. 때때로 어떤 사건에 대한 그의 해설이나 인물 판단이 소설마다 바뀌었지만, 그는 “이제 이 사람들을 더 잘 알게 되었을 뿐”이라고 설명하곤 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어니스트 헤밍웨이
어니스트 헤밍웨이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미국 출신으로 1954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큰 짐승의 사냥이나 전투에서의 경험 등을 생동감있게 그려낸 작가로 유명하다.

생전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었는데, 제1차 세계대전 때는 미국 적십자사의 구급차 운전사로 참전했다.

스페인을 깊이 사랑해 투우에 관한 책을 쓰기도 했던 그는 스페인 내전 중에 공화제를 지지하는 사람들 편에 서서 모금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1952)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집필한 것으로, 낚시가 취미였던 저자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저술됐다.


■ 관점 넓히기

인간학, 동물학…인간성, 동물성

(인간은 도전정신과 자유의지를 지녔지만, 동시에 포유류로서 동물의 특징도 함께 지니고 있다. 아래 글은 동물학의 시각에서 분석한 인간론을 다루고 있지만, 어느 한 측면에서만 인간을 평가하려는 시도에는 항상 오류가 따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인간에 관한 고전적 정의로 가장 유명한 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이성적 동물’과 ‘정치적 동물’이다. 여기서 그리스어의 ‘정치적’(politikon)이란 용어는 그 의미를 고려해 볼 때 ‘사회적’이라고 번역되어야 한다 등등의 논의는 우리 관심사가 아니다. 문제는 그가 인간을 동물의 일종으로 정의했다는 점이며,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이는 이 주장이 많은 걸 시사한다.

못된 인간을 가리켜 “짐승 같다”고 욕하는 데서 잘 드러나듯이, 동서양의 많은 사상은 인간과 동물의 본질적 차이만을 강조해 왔다. 고대 그리스인들에 의해 신비스럽고 관념적인 ‘존재의 위계질서’가 세워진 뒤로 인간은 늘 “동물+α”로 여겨져 왔으며, 이때 동물성에 덧붙여진 ‘α’야말로 인간의 본질을 밝혀주는 열쇠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토록 날카로운 분리와 대립 속에서도 동물성의 문제는 인간의 해명에서 극복하기 힘든 아포리아였다. 인간의 조상을 원숭이류의 짐승으로 설정해 놓은 다윈의 불경과 더불어 이제 동물성이야말로 우리가 풀어야 할 진짜 비밀이 되는 것이다.

20세기의 사회생물학은 이런 풍조에 힘입어 인간의 동물성에 주목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인간이 이룩해낸 모든 것, 문화·사회·이념까지도 동물적 본능이나 습성들의 확장으로 해석한다. 미개했던 인류가 자연 속에서 정신을 발견했다면, 이제 현대의 과학자들은 정신 속에서 자연을 찾아내는 것이다. 영국의 동물학자 데즈먼드 모리스(Desmond Morris)의 <털없는 원숭이>(김석희 옮김·영언문화사·2001)는 동물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인간학 개론’이며, 넓은 의미에서 사회생물학의 연장선상에 있는 저작이다. 저자는 재치 있는 필치와 흥미로운 사례들을 통해 독자들의 머릿속에 “인간도 동물”이라는 명제를 효과적으로 각인할 뿐만 아니라, 동물성에 대한 이해 없이는 인간 이해도 불가능함을 역설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나 주의해야 한다. 이 책이 최고의 성과를 낳는 바로 그 지점에 뿌리치기 힘든 유혹과 함정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존재를 단 하나의 원리로 설명하려는 환원주의는 종종 자기 영역을 넘어서서 ‘오버’한다. 인간을 둘러싼 다양한 인문학적 담론들을 실증적인 생물학적 탐구로 대체할 수 있다고 믿는 사회생물학의 오만은 유전자의 해독이 모든 수수께끼를 풀어줄 것이라는 망상처럼 해롭고 위험하다.

김재기, <한겨레> 2003년 10월31일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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