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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학생 사장님’ 쑥쑥 키워주는 학교

등록 2008-06-22 21:28

왼쪽부터 천연비누업체 소사장 홍성희 양, 창업교육 담당 이난희 교사, 명함업체 소사장 송기운 군, 삼괴몰 대표이사 이명근 군의 모습.
왼쪽부터 천연비누업체 소사장 홍성희 양, 창업교육 담당 이난희 교사, 명함업체 소사장 송기운 군, 삼괴몰 대표이사 이명근 군의 모습.
삼괴고 17개 창업동아리
비누·명함등 만들어 팔게
창업 교육으로 꿈 심어줘
“이건 금색으로 코팅한 거예요. 인기가 높은 품목이죠. 얼마 전에는 수원에 계시는 병원 과장님도 주문하셨어요.”

지난 15일 경기 수원 화성 우정읍 조암리 삼괴고(교장 김영진)의 동문 체육대회가 열린 날, 운동장 한쪽에선 작은 장터도 문을 열었다. 삼괴몰(www.samgoe-mall.com)의 소사장 송기운(17· 명함업체 운영)군이 명함 제품을 펼치자 대표이사(CEO) 이명근(18)군이 제품 설명을 시작한다.

종합고인 삼괴고 학생들은 학교의 17개 창업동아리를 ‘중소기업’이라고 표현한다. 전교생의 3분의 1은 이 기업 가운데 한 곳에 입사해 생산·회계·마케팅 등 전문 분야의 일을 하고 있다. 각 업체에는 송군처럼 소사장이 있다. 그리고 소사장 위에는 중소기업이 만든 물건을 모아 판매하고 관리하는 삼괴몰의 대표이사 이군이 있다. 이 쇼핑몰에선 삼괴고의 17개 중소기업이 만든 천연비누, 각종 공예품, 명함, 리폼 옷 등을 판매한다. 이군은 2006년도부터 학교 대표로 본인 이름의 사업자등록증을 만들고 삼괴몰 온·오프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체육대회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가 있을 때 이들은 제품을 들고 나온다.

이는 학교의 적극적인 창업교육 덕분이다. 학생들은 방과후 학교, 노는 토요일 등을 이용해 교육을 받거나 때론 정규 교과목과 연계한 창업 수업을 통해 기업체를 꾸려가는 법을 배운다. 창업교육을 담당하는 이난희·우제근 교사는 “동네에 큰 마트 하나 없을 정도인 이 지역 아이들은 여러면에서 경험할 기회가 부족하다. 창업활동을 통해 이 친구들이 사회를 경험하고, 자기 길을 모색하도록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군은 “덕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지하철을 타봤다. 비즈쿨 페스티벌이 열렸던 에이티(AT)센터, 남대문 시장, 청와대까지 가봤다”며 얼마 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중소기업 성공전략회의’에 참석한 경험도 자랑했다.

창업교육에 대한 학교 쪽의 의지는 3년 전 제대로 힘을 얻었다. 해마다 약 800만원의 지원금을 주는 중소기업청의 비즈쿨 시행학교로 3년 동안 지원을 받게 됐고, 올해는 비즈쿨 으뜸학교로 지정돼 2천만원이라는 큰돈을 받게 됐다. 이 지원금은 삼괴몰 운영자금으로 쓰이고 있다.

제품 생산 등 본격적인 업무는 수업과 야자 등이 끝난 저녁 10시 이후에 시작된다. 주문이 많을 때는 새벽까지 학교에 불이 꺼지지 않을 정도다. 이군은 “학생들이 만든다고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생산 부분에 더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삼괴몰이 알려지자 견학하겠다는 학교들도 늘고 있어 담당교사와 이군은 대외 활동에 바쁘다. 지난해 각 업체 소사장들은 일본 출장도 다녀왔다. 학교 쪽에서 직접 대사관에 문의해 비즈쿨 활성화 학교인 일본의 노베오카 상업고와 자매결연을 맺은 것이다.

이 교사는 “창업교육 성공엔 지역사회의 도움도 컸다”고 말한다. 삼괴고가 있는 조암리 기아자동차, 평택발전본부, 화성시 등에 소속된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삼괴몰의 단골손님이다. 판로 개척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각종 행사 때 판매대를 내주는 등 후원자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삼괴몰의 매출은 매달 100만원 정도다. 대량 주문도 있지만 교사들은 무리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애초부터 수익을 목표로 한 창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통장에 들어온 돈은 금방 빠져나가기 바쁘다. 모은 돈은 여러 곳에 후원금으로 다시 나가도록 해놓았다. 이 교사는 “요즘 기업인의 덕목 가운데 하나인 나눔을 실천하게 하고 싶었다”며 “창업교육의 목적은 자신감, 책임감,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의지 등을 기르는 것이고, 이는 진로 교육의 기초나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대표이사 이군의 꿈은 뭘까? 그는 “대학에 진학해 전문 경영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다”고 말했다. 소사장 홍성희(18·천연비누 업체 운영)양은 “취업을 한 뒤 돈을 모아서 공예 관련 사업을 해보고 싶다”며 “본래 매사 까칠한 성격이었는데 제품을 팔아보면서 손님을 어떻게 응대해야 하는지 태도를 배우고 성격도 바뀌었다”고 말했다. 소사장 송기운군은 “사회생활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책임감”이라며 “생산, 발송 작업 등 누군가 맡은 걸 제때 제대로 안 해 주면 큰 문제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평소에는 학생이지만 방과후, 주말에는 직원이 되어 일하는 이 학생들의 성적은 창업활동을 하면서 오히려 좋아졌다고 한다. 이군은 “이유요? 하고 싶은 게 있고, 그걸 잘해 보고 싶은데 시간이 부족하잖아요. 그래서 수업시간에 최대한 집중해서 듣고 그 시간에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게 되던데 그게 이유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i.co.kr


창업교육 지원 어디서

중소기업청 ‘비즈쿨’ 등 프로그램 운영

현재 운영되는 대표적인 청소년 창업 지원 제도는 중소기업청의 비즈쿨(bizcool.go.kr)이다. 전국 전문계고를 대상으로 창업 동아리 운영을 원하는 곳의 신청을 받아 대상 학교를 선정한 뒤 3년 동안 일정 금액의 운영 지원금을 제공한다. 2002년 학교 15곳 지원을 시작으로 2003년 50곳, 2005년에는 100곳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했고, 지난해부터는 전문계고뿐 아니라 초·중학교도 시범학교로 포함시켰다.

시범학교로 선정이 되면 비즈쿨 학교운영지원금으로 학교당 800만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비즈쿨 관련 담당 교사에겐 창업과 관련한 경제교육 기회를 준다. 해당 학교 학생들은 한국컨설팅협회가 마련하는 각종 창업 강좌와 방학 동안 운영하는 창업 캠프에 참여하면서 사업계획서 작성, 마케팅과 영업 실무 교육 등도 받을 수 있다. 한국컨설팅협회 창업사업팀 최원중 연구원은 “창업이나 사회활동, 직업 의식과 관련해 학생들의 진로 의식이 눈에 띄게 높아져 학교 쪽에서 만족스러워한다”며 “기존에는 3년 지원을 받으면 끝나는 시스템이었지만 앞으로는 이전 선정 여부와 관계없이 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즈쿨 프로그램은 매년 하반기에 신청을 받아 선발하며 그 다음해에 지원을 해주는 형태로 운영한다.

서울산업통상진흥원과 서울시교육청은 얼마 전 업무협약을 맺고 학생 창업과 직업교육 등을 도울 만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서울 지역 전문계고 학생들의 창업 활성화를 유도하고 지도교사들의 직업교육 역량을 강화하자는 뜻에서 마련한 것이다. 학생 창업캠프 운영, 창업동아리 활성화 지원 사업, 창업아이템 경진대회 등의 연관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며 이 가운데 교사 대상 연수를 7월 말에 할 예정이다.

김청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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