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우주기구(ESA)가 올 초 저지구궤도(LOE)에 떠 있는 비행물체들을 묘사한 컴퓨터 합성 영상을 공개했다. 지상 800~1500㎞의 저지구궤도에는 상업·군사·과학 위성 등 1만1500개가 우주 잔해와 함께 돌고 있다. AFP 연합
우리말 논술
유형별 논술교과서 / 4. 요약(단일제시문)
■ 기출문제 유형 1 - 서울대 2008학년도 예시 [난이도 수준-중2~고1]
※ 제시문을 300자 이내로 요약하시오.
과학이 무신론이고 윤리와는 거리가 멀다는 견해는 스페인의 철학자 오르테가 이 가세트가 말하는 ‘문화인’들 사이에서 과학에 대한 반감을 더욱 부채질하곤 했다. 이 두 가지 반감의 원인이 타당한 것인지는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과학자도 신의 존재를 믿을 수 있고, 더 나아가 신의 존재에 대한 과학적 증거를 찾으려 할 수도 있다. 무신론자들에게는 이것이 지루한 과학과 극단적 기독교의 만남 정도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같이 저명한 과학자가 분자구조를 이용해서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했던 것을 비웃을 수는 없다.
물론 과학자들 중에는 무신론자도 많이 있다. 동물학자인 도킨스는, 모든 종교는 무한히 복제되는 정신적 바이러스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확고한 유신론자들의 관점에서는 이 모든 과학적 발견 역시 신에 의해 계획된 것을 발견한 것이므로 종교적 지식이라고 할 수도 있다. 따라서 과학의 본질을 무조건 비종교적이라고 간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과학자나 종교학자가 모두 진리를 찾으려고 한다는 점에서 과학과 신학은 동일한 목적을 추구한다고도 할 수 있다. 과학이 물리적 우주에 관한 진리를 찾는 것이라면, 신학은 신에 관한 진리를 찾는 것이다. 그러나 신학자들이나 혹은 어느 정도 신학적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신이 우주를 창조했다고 믿고 우주를 통해 신과 만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신과 우주가 근본적으로는 뚜렷이 구분되는 대상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많은 과학자들이 과학과 종교는 서로 대립되는 개념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신경심리학자인 리처드 그레고리는 ‘과학이 전통적인 믿음을 받아들이기보다는 모든 것에 질문을 던지기 때문에 과학과 종교는 근본적으로 다른 반대의 자세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바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종교가 가지고 있는 변화의 능력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유럽에서 일어난 모든 종교개혁 운동은 전통적 믿음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시도였다. 과학은 증거에 의존하는 반면 종교는 계시된 사실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이들 간에 극복할 수 없는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종교인들에게는 계시된 사실이 바로 증거이다. 지속적으로 신에 관한 증거들에 대해 회의하고 재해석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신학을 과학이라고 간주하더라도 결코 모순은 아니다. 사실 그것을 신학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신의 존재를 전제로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본 바와 같이 과학적 연구가 몇몇 과학자를 신에게 인도했던 것처럼, 신학연구가 그 신학자를 무신론자로 만들지 않을 이유는 없다. (생략)
■ 해결 전략 제시문은 존 캐리의 <지식의 원전> 서문 전문으로 7000자 정도 분량의 긴 글이다. 제시문이 길다고 해서 분량에 압도되지 말고 차분하게 글의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이 글은 과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과학의 개념과 특성을 먼저 서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과학과 종교’, ‘과학과 정치’를 비교하고, ‘과학의 초윤리성’을 설명한다. 요약문에서도 이러한 제시문의 흐름이 명료하게 드러나야 한다. ‘과학은 문제 해결의 열쇠이다. 또, 인간 능력의 한계를 확장하는 과정으로 기쁨과 자기 만족의 근원이 된다’는 내용은 문학교수인 글쓴이가 왜 과학의 원전을 수집하게 되었는지를 서술한 부분으로, 논거에 해당하므로 요약문에 반영돼야 한다. 요약 분량이 길지 않으므로, 제시문에 포함된 여러 과학자 사례, 과학 서적의 내용, 인용문들은 과감히 생략한다.
■ 자료 검색
존 캐리의 〈지식의 원전〉 존 캐리(John Carey)는 영국 옥스퍼드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다. 그는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채우는 동시에 학생들에게 과학적 지식을 알리기 위해 <지식의 원전>을 만들었다.
이 책에서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 영국의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 독일 출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위대한 과학자뿐만 아니라, 의 저자인 데이비드 보더니스, ‘아이 로봇’, ‘파운데이션’과 같은 공상과학 소설을 쓴 아이작 아시모프 등 20세기 후반 대중을 위한 과학 저술에 힘썼던 이들의 글까지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천문, 의학, 지질학 등 과학 전 영역을 아우르는 저작을 만나볼 수 있다.
또, 과학지식과 관련된 인문학계 거장의 글도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달려라 토끼’로 유명한 미국의 소설가 존 업다이크의 ‘엔트로피를 위한 송시’나 벨기에의 시인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벌의 일상’ 등이다.
이처럼 언뜻 관련 없어 보이는 학문 간, 분야 간의 지식 통합은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원천이 된다.
리처드 도킨스 클린턴 리처드 도킨스(Clinton Richard Dawkins, 1941~)는 영국의 동물행동학자, 진화생물학자 및 대중과학 저술가이다. 그는 현재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대중의 과학 이해를 위한 찰스 시모니 석좌교수직을 맡고 있으며, 옥스퍼드 대학교 뉴 칼리지의 교수이다.
도킨스는 진화에 대한 유전자 중심적 관점을 대중화하고 ‘밈’이라는 용어를 도입한 1976년 저서 <이기적 유전자>로 널리 알려졌다. 1982년에는 표현형의 효과가 유기체 자신의 신체만이 아니라 다른 유기체들의 신체를 포함한 넓은 환경으로 전달된다는 내용을 담은 <확장된 표현형>을 출간했다. 도킨스는 생물학뿐만 아니라 무신론, 진화, 창조주의, 지적 설계론 및 종교에 대한 관점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창조주의와 지적 설계론에 대한 가장 확고하고 단호한 비판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1986년에 출판된 그의 책 <눈 먼 시계공>에서 그는 시계공의 비유(복잡한 시계가 저절로 만들어질 수 없듯이, 복잡한 유기체들도 그들을 만들어낸 지성적 존재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를 비판하고, 진화의 과정이 어떻게 ‘눈 먼’ 시계공으로서 작용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유전자 결정론을 비판한 책인 <우리 유전자 안에 없다>의 저자 스티븐 로즈(Steven Rose) 런던대 교수는 도킨스를 초다윈주의자(Ultradarwinist)로 명명하면서 도킨스의 유전자론은 유기체의 독자성을 무시하고, 유기체를 유전자를 전달하는 단순한 매개체로 격하시켜 진화의 과정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대해 도킨스는 로즈가 비판하는 유전자 결정론이란 사회생물학자들 사이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이념임을 지적하고, 로즈의 주장은 정치적 목적이 담겨 있다고 답했다.
■ 관점 넓히기 ‘리센코이즘’ 과학의 정치화 (이른바 ‘과학의 정치화’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과 배경에 대해 생각해 보고 이를 막기 위해 과학자들이 지켜야 할 원칙과 태도는 무엇이며 사회는 과학 연구에 어떤 자세를 견지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옛소련 스탈린 치하에서 농생물학자 트로핌 리센코는 환경조건이 바뀌면 생물학적 변화가 일어나며, 이렇게 획득된 형질은 유전된다는 이론을 주창했다. 변증법적 유물론의 과학적 근거가 되기도 했던 이 이론은 소련 공산당에 의해 프롤레타리아의 학문으로 공인됐다. 반면 정통 유전학은 부르주아 학문이라는 낙인을 받아 학계에서 숙청됐다. 권력이 된 리센코는 자신을 비판하는 학자까지 처형하기도 했다. 과학계는 이후 이념에 의해 과학과 지식이 억압당하거나 조작되는 현상을 리센코이즘이라 했다. 리센코이즘은 한때 소련을 비웃는 하나의 상징이었지만, 사실은 중세의 지동설 재판처럼 어느 사회에서나 나타나는 현상이다. 크리스 무니는 <과학 전쟁>에서 리센코이즘의 미국적 버전을 상술했다. 기독교 근본주의자인 레이건 대통령 때 일부 주에선 창조론이나 지적 설계론을 중고교 교재에 포함시켰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낙태 금지를 옹호하는 차원에서 낙태가 정신병이나 유방암과 관련돼 있다는 연구를 후원했다. 석유 메이저의 이익을 위해선, 온실가스와 기후 온난화의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연구를 지원했다. 크리스 무니는 이렇게 “정치적 이유나 이념적인 이유 때문에 과학적 과정이나 과학적 결론이 부당하게 손상당하거나 변경되는 것”을 과학의 정치화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그 좋은 실례는 황우석 사태다. 요즘 미국산 쇠고기나 한반도 대운하와 관련해 정부가 동원하는 과학도 마찬가지다. 과학자인 수의과학검역원장은 광우병 소라도 위험물질만 제거하면 날것으로 먹어도 안전하다고 주장했고, 식약청장을 지낸 서울대 교수는 5년 이내에 광우병은 사라진다고 큰소리를 쳤다. “과학은 다른 영역과 비교해 전혀 순수하지 않으며, 과학자들도 성공하려면 처세술이 필요하다”는 니컬러스 웨이드(<진실을 배반한 과학>의 저자)의 말이 실감나는 현실이다. 곽병찬, <한겨레> 2008년 5월20일치 칼럼
사실 많은 과학자들이 과학과 종교는 서로 대립되는 개념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신경심리학자인 리처드 그레고리는 ‘과학이 전통적인 믿음을 받아들이기보다는 모든 것에 질문을 던지기 때문에 과학과 종교는 근본적으로 다른 반대의 자세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바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종교가 가지고 있는 변화의 능력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유럽에서 일어난 모든 종교개혁 운동은 전통적 믿음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시도였다. 과학은 증거에 의존하는 반면 종교는 계시된 사실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이들 간에 극복할 수 없는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종교인들에게는 계시된 사실이 바로 증거이다. 지속적으로 신에 관한 증거들에 대해 회의하고 재해석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신학을 과학이라고 간주하더라도 결코 모순은 아니다. 사실 그것을 신학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신의 존재를 전제로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본 바와 같이 과학적 연구가 몇몇 과학자를 신에게 인도했던 것처럼, 신학연구가 그 신학자를 무신론자로 만들지 않을 이유는 없다. (생략)
■ 해결 전략 제시문은 존 캐리의 <지식의 원전> 서문 전문으로 7000자 정도 분량의 긴 글이다. 제시문이 길다고 해서 분량에 압도되지 말고 차분하게 글의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이 글은 과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과학의 개념과 특성을 먼저 서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과학과 종교’, ‘과학과 정치’를 비교하고, ‘과학의 초윤리성’을 설명한다. 요약문에서도 이러한 제시문의 흐름이 명료하게 드러나야 한다. ‘과학은 문제 해결의 열쇠이다. 또, 인간 능력의 한계를 확장하는 과정으로 기쁨과 자기 만족의 근원이 된다’는 내용은 문학교수인 글쓴이가 왜 과학의 원전을 수집하게 되었는지를 서술한 부분으로, 논거에 해당하므로 요약문에 반영돼야 한다. 요약 분량이 길지 않으므로, 제시문에 포함된 여러 과학자 사례, 과학 서적의 내용, 인용문들은 과감히 생략한다.
■ 자료 검색

존 캐리

리처드 도킨스
■ 관점 넓히기 ‘리센코이즘’ 과학의 정치화 (이른바 ‘과학의 정치화’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과 배경에 대해 생각해 보고 이를 막기 위해 과학자들이 지켜야 할 원칙과 태도는 무엇이며 사회는 과학 연구에 어떤 자세를 견지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옛소련 스탈린 치하에서 농생물학자 트로핌 리센코는 환경조건이 바뀌면 생물학적 변화가 일어나며, 이렇게 획득된 형질은 유전된다는 이론을 주창했다. 변증법적 유물론의 과학적 근거가 되기도 했던 이 이론은 소련 공산당에 의해 프롤레타리아의 학문으로 공인됐다. 반면 정통 유전학은 부르주아 학문이라는 낙인을 받아 학계에서 숙청됐다. 권력이 된 리센코는 자신을 비판하는 학자까지 처형하기도 했다. 과학계는 이후 이념에 의해 과학과 지식이 억압당하거나 조작되는 현상을 리센코이즘이라 했다. 리센코이즘은 한때 소련을 비웃는 하나의 상징이었지만, 사실은 중세의 지동설 재판처럼 어느 사회에서나 나타나는 현상이다. 크리스 무니는 <과학 전쟁>에서 리센코이즘의 미국적 버전을 상술했다. 기독교 근본주의자인 레이건 대통령 때 일부 주에선 창조론이나 지적 설계론을 중고교 교재에 포함시켰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낙태 금지를 옹호하는 차원에서 낙태가 정신병이나 유방암과 관련돼 있다는 연구를 후원했다. 석유 메이저의 이익을 위해선, 온실가스와 기후 온난화의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연구를 지원했다. 크리스 무니는 이렇게 “정치적 이유나 이념적인 이유 때문에 과학적 과정이나 과학적 결론이 부당하게 손상당하거나 변경되는 것”을 과학의 정치화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그 좋은 실례는 황우석 사태다. 요즘 미국산 쇠고기나 한반도 대운하와 관련해 정부가 동원하는 과학도 마찬가지다. 과학자인 수의과학검역원장은 광우병 소라도 위험물질만 제거하면 날것으로 먹어도 안전하다고 주장했고, 식약청장을 지낸 서울대 교수는 5년 이내에 광우병은 사라진다고 큰소리를 쳤다. “과학은 다른 영역과 비교해 전혀 순수하지 않으며, 과학자들도 성공하려면 처세술이 필요하다”는 니컬러스 웨이드(<진실을 배반한 과학>의 저자)의 말이 실감나는 현실이다. 곽병찬, <한겨레> 2008년 5월20일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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