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아르바이트 경험이 직장생활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길러준다는 뜻에서 청소년 아르바이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고 있다. 사진은 7월24일에 열린 ‘1318 알자알자! 캠페인’ 조인식 모습. 김봉규 기자
청소년 34% “경험있다”
부모 긍정적 개입 필요
자립심 교육으로 이끌길
부모 긍정적 개입 필요
자립심 교육으로 이끌길
“어차피 우리 애는 그런 거 관심도 없어요. 학생 신분에 무슨 돈이야. 거기다 시간이 어딨다고….”
“뭐, 한번쯤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 걱정스러우니까요.”
당신의 자녀가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면? 우리나라 부모들은 대부분 앞의 부모와 같은 생각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면 으레 시간낭비를 하거나 탈선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아르바이트는 학교에서도 금기사항이다. ‘탈선’의 지름길이라는 인식이 학교에선 여전히 견고하다. 의정부 소재 한 고교의 송아무개 교사는 “혹시나 해서 방학식 때 이 말도 빼먹지 않는다”고 했다. “알바 하다 걸리면 알지?”
얼마 전, 서울 소재 인문계 여고에 다니는 고3 김아무개 양도 선생님과 부모님에게 비슷한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얼마 전 수시 원서를 쓴 다음 몰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북카페에서 커피도 만들고 서빙도 한다. “합격할까, 못 할까도 걱정이 되긴 하지만 방학 때 잠깐은 좋은 경험인 거 같아요.” 김 양은 “태어나서 처음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써봤다”며 “출근 시간에 맞춰 스스로 일어나는 내 모습이 놀라웠다”고 했다.
마냥 ‘안 된다’고 경고만 할 일은 아니다. 어른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많은 아이들이 돈을 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연구보고서 ‘청소년 아르바이트 참여 실태의 변화와 특성’에선 2004년도부터 2007년도까지 4년 동안 청소년 2910명(본래 1차 연도엔 3449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나 4차 연도까지 조사하면서 빠진 학생들이 나옴)에게 4차에 걸쳐 아르바이트 경험을 물었더니 청소년 34.1%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이경상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노동시장 참여는 이제 일부 빈곤 청소년이나 문제 청소년에만 국한된 현상으로 보기엔 그 참여 정도가 상당히 높아졌다”고 했다.
청소년 아르바이트에 대해 부모의 긍정적인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순히 방황이나 탈선과 연관 짓는 시각을 고쳐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부모도 아르바이트에 일정 부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르바이트는 왜 하는지, 하게 되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돈은 어떻게 관리하는지 등 기본적인 정보들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년간 직업체험을 통해 진로지도를 해온 백석중 허은영 교사는 “피해 사례도 많고 학생들 시간 부족 등으로 안심이 안 되는 게 사실이지만 어른들 지도 아래 제대로 된 경험을 해볼 수 있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진로교육 분야에선 아르바이트야말로 직업의식 쌓기, 사회적 관계 맺기 등의 체험을 하면서 경제관념까지 키울 수 있는 기회라고 보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김기헌 연구위원은 “여기에 더해 일정 시간 알바 경험이 학업성취도를 높여준다는 것은 외국에선 정설”이라며 “단, 오랜 시간 경험보다는 적당한 기간에 어른들의 조언을 참고 삼아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고 했다.
다행히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 아르바이트 등 ‘청소년 노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일고 있다. 노동부에선 얼마 전 ‘대한민국 청소년알바 페스티벌’을 통해 청소년들이 알아야 할 노동관계 정보를 알려주고, 체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 7월24일에는 제대로 된 청소년 아르바이트 문화를 만들자는 뜻에서 마련한 ‘1318 알자알자! 캠페인’을 통해 기업과 협회, 단체 등이 노동부의 연소자 근로조건 보호사업에 뜻을 함께한다는 협약도 맺었다. (주)잡코리아 알바몬, (주)다음커뮤니케이션, 던킨도너츠 등 현재까지 22개사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제공해 주면서 학생 시절에 가치 있는 일을 경험하고 적절한 보상을 주는 미국의 학생교육고용 프로그램(Student Educational Employment), 학교와 기업이 연계해 청소년 일자리와 아르바이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독일의 이원화 제도(dual system) 등 선진국의 시도와도 닮은 구석이 많다.
물론 아직은 도처에 위험요소가 많다. 실제로 김양은 매우 운 좋은 학생에 속한다. 노동부 근로기준국 근로조건지도과 김사익 사무관은 “많은 학생들이 임금·처우 등의 문제로 부정적인 경험을 하기도 하고 청소년이 하면 안 될 일에도 노출돼 있다”고 말한다. 김기헌 연구위원은 “인터넷 등으로 아르바이트 정보에 노출돼 있는 학생들에게 잘못된 아르바이트 경험은 사회에 대한 나쁜 인식을 낳기 쉽다”며 “외국처럼 자립심을 강조하게 된 우리나라 어른들이 아르바이트 경험이야말로 자립심을 키울 수 있는 진로교육 가운데 하나라는 걸 잘 알고 접근했으면 한다”고 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i.co.kr
물론 아직은 도처에 위험요소가 많다. 실제로 김양은 매우 운 좋은 학생에 속한다. 노동부 근로기준국 근로조건지도과 김사익 사무관은 “많은 학생들이 임금·처우 등의 문제로 부정적인 경험을 하기도 하고 청소년이 하면 안 될 일에도 노출돼 있다”고 말한다. 김기헌 연구위원은 “인터넷 등으로 아르바이트 정보에 노출돼 있는 학생들에게 잘못된 아르바이트 경험은 사회에 대한 나쁜 인식을 낳기 쉽다”며 “외국처럼 자립심을 강조하게 된 우리나라 어른들이 아르바이트 경험이야말로 자립심을 키울 수 있는 진로교육 가운데 하나라는 걸 잘 알고 접근했으면 한다”고 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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