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영의 진로교육 나침반
이완영의 진로교육 나침반 /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있을까? 부모는 유년기부터 아이에게 “커서 뭐가 될래?” 라고 자주 묻곤 하는데 어린 아이는 ‘과학자’니 ‘가수’니 하는 직업을 말한다.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장래 희망이 여러 번 바뀌기도 하며, 중년의 부모는 자녀의 직업과 연봉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곤 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0여년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들이 직업을 갖기는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려웠다. 그렇다면 향후 고용전망은 어떨까? 불행히도 답은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다”이다.
최근 10년 동안 대학을 졸업한 자녀들에 대한 부모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취업이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을 못해 다시 2년제 대학을 다니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졸업 후에도 직장을 잡지 못해 장기간 실업 상태에 있는 청년들이 우리 주위에는 많다. 이런 청년들을 볼 때마다 “부모가 제대로 교육을 시켰는가”에 대한 의구심부터 든다.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88%로 유례없는 고학력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걸맞은 일자리를 구하는 인력은 태부족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07년 12월 발표한 한국의 청년 일자리 창출(Jobs for Youth: Korea)에 관한 보고서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의 청년 일자리 창출 개선을 위해 △산학연계 강화 △중등 교육과정에 취업정보 제공 및 진로지도 △정규직-비정규직 고용보호의 격차 해소 △미취업 청소년에 대한 관심 등을 제안했다.
직업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는 기능이다. 요리사·미용·공예 등이 대표적이다. 둘째는 기술이다. 기능보다는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 포함된 직업이다. 토목엔지니어, 건축가, 설계사 등 다양한 엔지니어를 꼽을 수 있다. 셋째는 지식·정보에 관한 직업이다. 공무원·기자·변호사·경리직 등이 그 예다. 수천 가지 유형의 직업을 두고 부모는 자녀에게 맞는 직업을 선택하도록 어떻게 교육을 하며, 대학을 보낼지 말지도 판단해야만 한다.
고령화 시대에 우리의 사랑스런 2세들을 어떻게 키우고 교육을 해서 남은 인생을 잘 살아가게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부모로서 깊은 고민을 해야 할 때다.
몇 달 전 중3 학생들과 대화를 하는 자리에서 “공부하기 싫은 사람 손들어 보라”고 했더니, 자신만만하게 의사표현을 하고, 어른이 되면 이런저런 일을 하겠다고 당당하게 소개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그들을 통해 우리 2세들에게 희망이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그러나 이런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다. 35명 한 반에 30등을 해도 자기 아이는 공부만 시키겠다며 자녀에게 공부를 강요하는 학부모를 볼 때다. “눈길을 걸을 때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그대가 남긴 발자국이 뒤따르는 다른 사람의 길이 되느니”라는 말씀을 남긴 백범 김구 선생의 말씀을 되새겨, 이 땅의 모든 부모들이 자녀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훈육의 발자취를 남기시기를 바란다.
이완영 대구지방노동청장(경영학 박사)
진로결정에 부모의 몫이 큰 만큼 부모는 대화를 통해 자녀의 관심사를 찾아주고 진로 모색을 도와야 한다. 사진은 ‘부모와 자녀의 효과적인 대화법’ 강의에 참석한 주부들. 김태형 기자
이완영 대구지방노동청장(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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