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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노동하는 인간과 기계

등록 2008-08-24 17:39

우리말 논술
유형별 논술 교과서 / 9. 제시문 분류

관련논제 해결하기 [난이도 수준-고2~고3]

■ 기출유형 1 (분류의 근거 제시) (가), (나), (다), (라)를 입장에 따라 2개의 그룹으로 나누고, 그렇게 나눈 이유를 논술하시오.(500자 안팎)

(가) 1851년에 영국 런던의 하이드파크에서는 만국박람회가 대대적으로 열렸다. 철골로 뼈대를 만들고 유리로 지붕을 씌워 오늘날의 대형 온실과 같은 모양을 한 전시실들에는 처음으로 산업혁명을 완수한 영국이 그 동안 발명한 대규모의 기계들을 포함하여 온갖 공산품들이 자랑스럽게 전시되었다. 영국인들은 이것을 구경하기 위해 막 개통된 철도를 이용하여 전국 방방곡곡에서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 동안에 영국이 이룩한 성과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많은 외국인들도 이를 구경하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1780년대에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1830년대에는 인접한 벨기에와 프랑스로 퍼지고, 1850년대에는 독일, 1860년대에는 남북전쟁을 끝낸 미국으로도 확산되었다. 일본과 러시아는 뒤늦게 1890년대에 이에 합세하며 점차 전 세계가 그 물결에 휩싸이게 되었다. 산업혁명에 의해 가능해진 거대한 생산력은 국가들의 힘까지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유럽의 변두리에 있는 조그만 섬나라인 영국은 이제 산업혁명을 통해 세계 최강대국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러시아 같은 전통적인 유럽 강대국도 자기혁신을 하지 못하면 낙후하게 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1860년대에 농노해방을 비롯한 대대적인 정치, 사회개혁에 나섰다. 반면 제대로 산업화의 길로 들어서지 못한 인도, 중국, 튀르크 같은 아시아의 대국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서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렇게 산업혁명은 세계사적으로 큰 변화를 만들어냈고 이것이 서양이 중심이 되는 오늘날의 세계를 만든 근본적인 힘이다. 19세기 말에 등장한 제국주의는 바로 그 현격한 힘의 차이를 국제정치에 투사한 결과물인 것이다.

-강철구(이화여대 교수), <프레시안> 2008년 7월11일치 기사.


(나) 우리는 기계에 온종일 매달리거나 석유에서 나오는 유독 가스와 일산화탄소를 들이마시는 대신 아주 일리 있는 질문 두 가지를 할지도 모른다. 기계를 어떻게든 안 쓰려고 한다면 왜 수동 혼합기 대신 삽을 쓰지 않는가? 그것에 대한 우리의 대답은 우리가 대부분의 일에 삽을 썼다는 것이다. 특히 끝손질을 할 때에는 모두 손으로 섞었다. 작업장에 혼합기를 끌고 가는 것보다 외바퀴 손수레를 끌고 가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다. 더구나 외바퀴 손수레를 닦는 데 걸리는 시간은 혼합기를 청소하는 시간의 반의 반도 되지 않는다.

두 번째 질문은 아마 이것일 것이다. “당신이 댐을 만든다면, 그래도 외바퀴 손수레로 콘크리트를 섞겠습니까?” 물론 우리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렇지는 않겠지요.” 기계는 자기 구실이 있으며, 엄청난 사업일 때에는 특히 그렇다. 우리의 사업은 엄청난 것이 아니라 자그마한 것이었다. 우리는 자급 자족하는 집을 만들어서 꾸려 나가려고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런 일에 기계식 연장은 재산이라기 보다는 빚이었다.

인류는 오랫동안 손으로 다루는 연장을 가지고 일해 왔다. 기계식 도구는 깜짝 놀랄 만한 물건으로 나타났고, 사람은 최근에야 그것을 발명해 손에 쥐어 볼 수 있었다. 기계가 사람보다 힘이 세다는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기계가 사람이 이루어 낸 더없이 역사가 깊고 멋지며 창조의 힘을 느끼게 하는 기술을 대분 쓸모 없게 만들거나 버려지게 했고, 이미 세워진 사회 제도를 해체하고, 수많은 ‘손’들을 공장에 밀어넣었으며, 서로 낯설기만 한 방랑자들이 떼지어 도시 빈민가를 떠돌게 만들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오직 미래의 역사가만이 기계의 시대가, 사람의 특성이나 사람이 누리는 존재의 기쁨, 삶에 대한 사람의 의지에 미친 영향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헬렌 니어링 외, <조화로운 삶>


(다) 자공이 남쪽의 초나라에 여행하고 진나라로 돌아오려고 한수 남쪽을 지나다가 한 노인이 마침 밭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굴을 뚫고 우물에 들어가 항아리를 안아 내다가는 밭에 물을 주고 있었다. 애를 써서 수고가 많은데 그 효과는 아주 적었다. 자공이 말했다. ‘여기에 기계가 있다면 하루에 백 이랑도 물을 줄 수가 있습니다. 조금만 수고해도 효과가 큽니다. 댁께선 그렇게 해보실 생각이 없습니까?’ 밭일을 하던 노인은 고개를 들고 그를 보며 말했다. ‘어떻게 하는 거요?’ 자공이 말하기를 ‘나무에 구멍을 뚫고 기계를 만들고 뒤쪽을 무겁게 앞쪽은 가볍게 합니다. 그러면 물 흐르듯이 물을 떠내는데 콸콸 넘치듯이 빠릅니다. 그 기계 이름을 두레박이라고 하지요.’ 라고 말했다. 밭일을 하던 노인은 불끈 낯빛을 붉혔다가 곧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내 스승에게서 들었소만, 기계 따위를 갖는다면 기계에 의한 일이 반드시 생겨나고 그런 일이 생기면 반드시 기계에 사로잡히는 마음이 생겨나오, 그런 마음이 가슴속에 있게 되면 곧 순진 결백한 본래 그대로의 것이 없어지게 되고, 그것이 없어지면 정신이나 본성의 작용이 안정되지 않게 되오. 정신과 본성이 안정되지 않은 자에겐 도가 깃들지 않소. 내가 두레박을 모르는 게 아니오, 도에 대해 부끄러워 쓰지 않을 뿐이오.’ 자공은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모르며 고개를 숙인 채 잠자코 있었다.

-장자, <장자>


(라) 경기 평택에 있는 진공포장용 롤 전문생산업체 인트로팩. 이 회사는 얼마 전 진공포장용 롤 생산과정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인 롤 와인딩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으로 고충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 와인딩(windingㆍ롤에 천 실 따위를 감는 공정)을 전적으로 인력에 의한 수작업에 의존하다 보니 단순 반복 작업에 따른 과도한 스트레스 등으로 작업자가 수시 교체되면서 심각한 생산성 저하 문제를 안고 있었던 것.

그러던 중 이 회사는 중소기업청이 운영하는 ‘생산환경혁신 기술개발사업’을 알게 되면서 숨통이 트였다. 결국 가정용 진공비닐팩 생산 시스템 중 와인딩공정 개선 과제를 수행하면서 와인딩 자동공정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장비 개발 전보다 매출액이 17% 향상됐고 올해 매출액 30억 원을 무난히 달성할 정도로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이 회사 이걸주 대표는 “자동공정 시스템으로 롤 생산 인력이 기존 15명에서 장비 설치로 인해 2명으로 대폭 줄어들어 제품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게 됐다”며 “기존 수작업 와인딩시 불량률이 8%대로 심각했으나 현재는 불량률이 2%로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품질 균일성이 향상돼 외국에서 주문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에 있는 광학렌즈 전문제조 기업인 해성옵틱스 역시 비슷한 사례다. 이 회사는 수작업을 통해 이뤄지는 휴대폰 렌즈모듈 조립공정 과정을 개선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대부분 수작업을 통해 공정이 이뤄지면서 작업자들이 심각한 피로로 인해 근무를 기피하고 이직하기 일쑤여서 생산 일정에 심각한 차질을 빚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우연히 한 기업인을 통해 중소기업청 생산환경혁신 기술개발사업을 소개받으면서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다. 결국 이 회사는 중기청에 소형 렌즈모듈 자동조립장치 개발을 목표로 과제를 신청해 선정됐고 자체 역량이 미진한 부분은 안산공과대학에 위탁연구를 의뢰해 자동조립공정을 무난히 마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렌즈모듈 자동조립 공정으로 수작업에 의한 불량이 크게 줄어드는 등 수율이 10% 향상됐고 인력 14명을 타 공정으로 전환배치하는 효과를 거두게 됐다. 이을성 해성옵틱스 대표는 “깔끔한 공정라인으로 개선되면서 작업자들도 조립공정 근무를 선호하는 등 청정 작업환경이 이제는 회사 자랑거리가 됐다”며 “어려운 경영여건에서 중소기업청에서 지원을 받아 회사 성장에 탄력을 받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2008년 7월 23일치 기사.

※ 관련 논제에 대해 글을 써 보낼 분들은 edu@hani.co.kr로 보내주세요. 곧 독자적인 사이트가 완성되면 그곳에서 첨삭도 이뤄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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