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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서로 다른 관점을 균형있게 서술하라

등록 2008-08-24 17:47

2007년 한가위 귀성길에 나선 한 가족이 서울역에서 열차에 올라 창밖으로 손을 흔들며 즐거워하고 있다. 사회가 변화해도 ‘효’는 변함없는 보편성을 지닌 윤리적 규범이라는 견해도 있다.  김봉규 기자 <A href="mailto:bong9@hani.co.kr">bong9@hani.co.kr</A>
2007년 한가위 귀성길에 나선 한 가족이 서울역에서 열차에 올라 창밖으로 손을 흔들며 즐거워하고 있다. 사회가 변화해도 ‘효’는 변함없는 보편성을 지닌 윤리적 규범이라는 견해도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우리말 논술
유형별 논술 교과서 / 9. 제시문 분류

■ 기출문제 유형2 - 경희대 2008학년도 모의 2 [난이도 수준-중2~고1]

다음 제시문 (가)~(라)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을 나타낸 글이다. 4개의 제시문을 두 관점별로 짝을 지어 각각의 특징을 제시하고, 두 관점이 사회발전에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를 논술하시오.

(가) 최근 고도의 경제·공업 기술사회가 실현되어 감에 따라 가족의 인간관계, 사회체계의 변화가 점점 뚜렷해지고 사람들의 ‘효’ 의식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즉, 민주화와 경제발전은 지난날의 어버이와 자식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부모 자식 간의 심적 유대는 형태를 달리하여 유지되고 있다고 하지만, 가치관의 다양화화 사회구조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부모와 자식 관계, 가족관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부부 중심의 핵가족화가 진전되고, 여성의 적극적 사회 진출로 인해 직장을 가진 여성이 과반수를 훨씬 넘게 되었고, 자녀를 적게 두는 현상이 늘고, 독신 남성과 여성의 증가, 인구의 고령화 등에 의하여 혈족, 가족의 개념에 변화가 늘고 있다.

가족이나 가정에 있어서도 부모와 자식 관계도 개성 중시에 기초한 가족공동체라는 모양으로 그 관심이 옮겨지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변화하는 현대사회라 해도 어버이의 자식에 대한 자애(慈愛), 자식의 어버이에 대한 ‘효’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우리에게는 가족공동체를 구성하는 중요한 핵이 되어 왔다. 따라서 사회의 구조·체계가 어떤 모양으로 변화하더라도 이것은 세계적, 인류적 보편성을 가지는 윤리적 규범이며, 사회의 변화에 대응한 어버이와 자녀의 구체적인 존재양식을 모색하는 데 있어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덕목이다.

(나) 하루는 홍경래의 훈장이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다음과 같이 읊었다.

“山不渡江江畔立(산불도강강반립), 水難透石石頭流(수난투석석두류)”

“산은 강을 건너지 못하여 강각에 서 있고, 물은 돌을 뚫지 못하여 돌머리로 흐른다.”

이에 대해 어린 홍경래는 즉각 다음과 같이 화답하였다.

“山欲渡江江畔立(산욕도강강반립), 水將透石石頭流(수장투석석두류)”

“산은 강을 건너기 위하여 강가에 서 있고, 물은 장차 돌을 뚫으려 돌머리로 흐른다.”

(다) 진정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의사소통적 이성’은 어떤 규범적 내용을 가져야 할까? 도구적 행위나 전략적 행위에서의 이성은 외부의 자연이나 다른 사람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여 나의 뜻대로 따르게 하는 것, 즉 타자를 동화 혹은 동일화하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행위에서 맺어지는 타자와의 관계는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 지배관계라고 하였다.

이에 반해 진정한 의사소통은 ‘서로 다른 자들’ 사이의 의사소통이다. 의사소통은 ‘다른 자’와의 교섭이고 또 오직 ‘다른 자’와의 관계에서만 의사소통이 있는 것이다. 의사소통에 관계된 자들 사이의 ‘거리’와 ‘차이’는 의사소통의 전제이자 본질적 계기이다. 이 전제가 없을 경우 의사소통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이다. 왜냐하면 ‘서로 다른 것’ 사이의 의사소통이란 본래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의사소통이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며, 자기와 타자의 정체성을 더 고차적인 통일성이나 목적에 의해서 혹은 그와 같은 것을 위해서 포기하지 않는, 즉 차이를 유지하는 관계로 묘사될 수 있다.

(라) 인간 사회는 그것이 인간적이라는 면에서 보편적이고, 사회적이라는 점에서 특수성을 띤다. 우리는 가끔 다른 사람들과 같이 행진도 하지만 주로 혼자서 걸어간다. 하지만 ‘가느다란’ 최소한의 윤리는 공통된 인간 조건에서 유래하며, ‘보편적 성향’은 모든 문화에서 발견된다. 문화적 공존은 누리기 위해서는 언뜻 보면 보편적일 듯싶은 한 문명의 특성을 부각시키기보다는 대부분의 문명들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 나서는 것이 더 바람직한 길이다. 다원 문명적 세계에서는 보편주의를 거부하고 다양성을 수용하며, 문명간의 동질성을 모색하는 것이 건설적인 방안이다. 만일 인류가 보편적인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다면 그 문명은 이 동질성의 심화와 확대 과정에서 출현할 것이다. 그러므로 자체의 원칙과 중재의 원칙 이외에도 다문명 세계에서 평화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또 하나의 원칙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동질성의 원칙이다.


■ 해결 전략

제시문 (가)는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도 변하지 않는 보편적 가치인 ‘효’와 ‘자애’를 언급한다. (나)는 자연의 조화를 읊은 훈장과 대비되는 홍경래의 입장을 부각한다. 홍경래는 강을 건너고자 하는 산과 돌을 뚫고자 하는 물로서 진취적 기상과 패기를 표현했다. (다)는 서로 다른 이들 사이의 의사소통이 진정한 의미의 의사소통이라 하며, 개별자 간의 차이를 인정하는 입장을 나타낸다. (라)에서는 다원화된 문명이 서로 조화롭게 공존하려면 각 문명의 공통 요소를 찾고 동질성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이들 제시문은 ‘보편성과 다양성’, ‘동질성과 이질성’, ‘조화와 도전’ 등 다양한 기준으로 분류될 수 있다. 어떤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비슷한 관점끼리 분류하면 (가)와 (라), (나)와 (다)로 나뉜다. (가)와 (라)가 보편성, 동질성, 조화 등의 단어로 묶일 수 있는 반면, (나)와 (라)는 ‘다양성’, ‘이질성’, ‘도전’ 등에 해당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제시문 분류가 끝난 다음에는 이들 관점이 사회 발전에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에 대해 서술해야 한다. 보편성을 중시하고 조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태도와, 다양성에 주목하며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태도는 모두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이다. 그러므로 사회 발전과의 연관성을 서술할 때 어느 한 쪽을 선택해 그 장점을 일방적으로 강조하고 상대편을 비판하기 보다는 양쪽 가치의 조화로운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춰 서술하는 것이 설득적이다.


■ 자료 검색

‘흔들리는 제국’ 미국의 선택

인간의 역사에서 ‘제국’은 정치적 꿈의 최대치를 표현한다. 그것은 계급·성별·지역·종교 간 이해관계의 차이와 갈등으로 점철된 현실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우월한 권력을 통해 지배의 욕망을 거의 완벽히 구현하려는 정치체제다. 하지만 제국이 ‘위대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타자에 대한 정복과 억압을 넘어 그것이 불안정한 세계에서 질서와 안정, 곧 평화를 이루고자 하는 원대한 꿈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팍스로마나, 팍스아메리카나 또는 대동아공영권 따위로 명명된, ‘제국의 힘에 의한 평화’는 그 추종자들에게 당대 문명이 이룬 최고의 업적으로 추앙된다.

그러나 제국은, 좀 더 넓고 긴 역사적 안목에서 보면, 결국 한여름 밤의 꿈에 불과하다. 그들이 이뤘다고 자부하는 평화는, 단지 전쟁이 없는 상태를 평화라고 보는 소극적인 관점을 인정하더라도, 제국의 총칼과 군함, 미사일 아래 모욕당한 사람들의 절망과 분노를 헤아리지 못하는 편협한 질서다. 제국은 한 번도 세계평화를 이룬 적이 없고, 심지어 제국의 경계 내부에서도 끊임없이 저항의 싹이 움트고 모반이 숲 속의 버섯처럼 소리 없이 자란다. 카를 마르크스의 비유를 모방하자면, 제국은 그 자신의 거대한 몸속에 파멸의 씨앗을 품고 있는 것이다.

2001년 9·11 동시테러는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 이후 세계평화를 이루었다고 자부하며 제국의 꿈에 취해 있던 미국인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닥쳐온 날벼락이었다. 그것은 ‘팍스아메리카나’라는 질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허구라는 사실을, 대다수 세계인들이 백악관과 할리우드가 선전하는 미국의 꿈에 취해 있지 않다는 현실을 극명히 드러내준 충격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지배 엘리트는 미국인들을 달콤한 제국의 꿈에서 깨어나게 하기를 거부했다. 대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동시에 두 개의 전쟁을 벌이고, 7개의 ‘불량국가’와 3개의 ‘악의 축’을 지목해, 그에 대한 강력한 저항을 야기함으로써 세계를 더욱더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이제 두 번째 도전이 바로 제국의 내부에서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것은 지난 세기 미국인들이 누려왔던 ‘우월한 문명과 풍요로운 일상생활’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는, 미국 경제의 뚜렷한 쇠퇴 경향이다. 최근 상황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논의가 분분하지만, 워렌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 같은 투기 자본가들이 거듭해 ‘생애 최대의 위기’라며 호들갑을 떠는 것이 단지 미디어를 의식한 제스처일까? 혹자는 향후 몇 년간 미국 경제가 겪게 될 혹독한 경기 후퇴는 1930년대 대공황기 이후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될 거라고 경고하고 있다. (…)

미국 경제를 덮고 있는 음울한 구름은 이것만이 아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미국인들의 가구당 평균 부채는 11만 7962달러(약 1억 1800만원)에 달한다. 이는 대공황기인 1930년대 수준과 비슷한 것이라고 한다. 빚이 없는 가구는 1957년 42%에서 2004년 24%로 줄어들었다. 대신 가구당 저축액은 단 392달러(약 40만원)에 불과하다. 그리고 빈곤선 이하에서 허덕이는 미국인들이 37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전국의 교회들이 빈민구제 사업을 중요한 사업 방향으로 설정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제국의 역사에서 사태가 항상 일직선적으로 파국을 향해 가는 것만은 아니다. 일시적인 침체를 이겨내고 회복기에 들어서거나 심지어 과거보다 더 강해지는 경우도 가끔씩 관찰된다. 그러나 거기에는 전제조건이 따른다. 하강 국면에 접어든 제국의 한계를 냉정하게 인정하고 제국 체제에 내재한 구조적인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지배 엘리트의 전략적·정책적 선택이 존재하며, 그 방향으로 대중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제국의 힘과 영향력은 언제나 외부 환경과의 관계에서 상대적이기 때문에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선도적인 혁신 능력과 기술적·경제적·정치적 우위를 확보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제국의 이익을 누구보다 더 많이 누려온, 사회 곳곳에 포진한 기득권 집단의 완고한 저항을 꺾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역사상 안팎의 도전에 성공적으로 대응해 적절하게 위기를 극복한 제국들은 결코 흔하지 않다. 지금 미국은 기로에 서 있다. 설령 제도권 정치인 버락 오바마(민주당)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과연 미국의 현실을 직시하고 제국의 생활양식을 조정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판에, 존 매케인(공화당)이 당선된다면 그것은 미국인들 스스로 파국을 재촉하는 선택을 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벌거벗은 군사력만으로 세계제국을 유지하기에는 21세기 지구는 너무 복합적이고 역동적이다. 그 군사력마저 유지할 경제력이 소진돼가는 마당에 더 말해 무엇하랴. 지금이야말로 미국인들이 ‘자유와 민주주의 이름으로 세계를 구원한다는 운명을 타고났다’는 제국적 자기기만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김창진(성공회대 교수·사회과학부), <한겨레21> 2008년 7월30일 제7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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