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숙의 학부모코칭
좋은 부모 되기는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과 비슷하다. 올바른 리더십은 구성원들의 신명을 불러일으키고 자율적으로 일하도록 한다. 또 정책·비전을 제시해 조직을 한 방향으로 이끈다. 에너지를 하나로 모으지 못하면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연을 날려 보면 안다. 연실을 풀어주면 연이 자유롭게 멀리 날 것 같지만, 얼마 올라가지 못하고 곤두박질친다. 오히려 연이 날아갈 때 연실을 적당히 당겨줘야 높이 올라가는 걸 경험했을 것이다. 풀어주고 당겨주면서 연을 날리는 균형 감각이 필요한 것 같다.
맞벌이를 하며 외동아들을 잘 키운 친구가 있다. 이 부부는 부모가 간섭하면 의존적으로 될 것으로 보고, 자율적이고 강하게 키우려 애썼다. 군대 갔던 아들의 첫 휴가 날, 엄마가 물었다. 왜 너는 남들처럼 군대 힘들다는 얘기, 집에 오고 싶다는 투정을 안 하느냐고. 속으로는 ‘역시 우리 아들은 독립적이야’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 집에서도 견뎠는데요, 뭐. 거기에 비하면 군댄 안 힘들어요.” 아들의 대답이었다. “아니, 우리 집이 어때서?” 기가 막혀서 물었다. “엄마, 군대는요,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분명해서 쉬워요. 규칙이 있으니까요. 우리 집에서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세요? 초등학교 때부터 이렇게 하는 건가 싶어서 하면 혼나고, 다르게 해도 또 아니라고 하고, 솔직히 너무 힘들었어요.”
흠 …. 자율을 우선하는 대안학교 학부모였던 나도 ‘이런 건 학교에서 결정해주지’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 아이의 말을 이해하면서, 그렇게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이면에 자기의 생존법을 익히고 자신의 이론을 창조했으리라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
직원 업무에 세세하게 간섭하면 정작 리더가 생각해야 할 큰 그림, 비전, 동기부여 등을 놓치기 십상이다. 반면 적절한 관리 없이 너무 방임해도 조직은 긴장감을 상실하고, 구심점이 없어진다. 부모 노릇도 이 둘 사이의 균형이 아닐까. 친구의 말을 듣고 아이를 키우는 나의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았지만, 정답은 없었다. 산술평균도 아니고, 마치 흔들리는 가운데 균형을 잡는 스케이팅이나 파도타기에서의 균형 잡기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휴가 나온 아들의 말에 충격을 받은 친구는 아들에게, ‘아마 육아방법이 좀 잘못되었을지도 모르겠어’라고 인정한 뒤에, 정말 중요한 한마디를 해줬다. “비록 엄마 아빠가 너를 좀 잘못 키웠는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정말 잊지 말아야 할 게 있어. 이 세상에서 너를 위해 죽을 수도 있는 사람은 엄마 아빠밖에 없다는 거.” 이 말 한마디에, 다 커서 부모를 코너로 몰아넣었던 군인 아들이 눈물을 흘리더란 것이다. 그러니까 결론은 균형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랑이더라는 말씀이 되겠다.
한국코칭센터 대표 helen@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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