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양 조각들은 곡선과 직선을 구별하거나, 삼각형·사각형·원 등을 몸으로 알 수 있게 만든다. 아이들이 섞여 있는 모양 조각들 가운데 비슷한 것들을 찾아 짝을 맞추는 퍼즐 놀이를 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까진 수학을 잘하다가 중·고교로 가면서 헤매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보통 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2학년 등 세 차례의 고비에서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거부감을 갖게 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왜일까? 겉으로는 사칙연산의 복잡화와 문자식의 등장에 대한 부적응, 증명 문제의 난해함에서 오는 불유쾌한 경험들, 그리고 새로운 수와 개념에 대한 낯섦 등이 계기가 돼 수학에 대한 흥미를 잃으면서 점수도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곧 단계적으로 어려워지는 수학에 적응을 못하면서 어려워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현장 교사들은 단지 이런 차원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려워지기는 모든 과목에서 마찬가지인데 유독 수학에서 그런 현상이 심해지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수학교육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대목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의 수학교육이다. 이때는 1, 2, 3, 4 등 숫자부터 시작해 점, 선, 면, 모서리, 각 등 수학에서 기본이 되는 정의나 개념을 배우는 시기다.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등 사칙연산의 개념도 깨치는 시점이다. 10년 동안 중·고교에서 수학을 가르쳤던 강미선(38)씨는 “유치원 때 구구단을 노래로만 배웠던 아이가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사칙연산을 제대로 못하는 것이나, 분수 과정에서 약분을 제대로 배우지 않은 아이가 중학교에서도 문자식의 약분에서 많은 혼동을 겪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이는 수학에 대한 기본이 안 돼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서울 용산고 최수일 교사는 “성적이 최상위권인 학생들조차 초등학교 때 배웠던 각이나 모서리 등 기초적인 공간 개념이 필요한 문제에서 어려움을 많이 느끼는 경우를 본다”며 “도대체 어떻게 이런 식으로 수학교육이 진행돼 왔는지 의아스러울 때가 있다”고 했다. 실제로 초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모습을 보면, 개념 설명은 순간적으로 지나가 버리고 대신 문제 풀이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초등 수학이 대체로 사칙연산에 큰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초등 입학생 상당수가 이미 숫자를 세거나 쓸 수 있고 계산법을 배워서 들어오기 때문에 교사들도 힘들여 개념 설명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교사 이아무개(32)씨는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학원 등에서 이미 다 배우고 들어오기 때문에 한가하게 한자릿수 덧셈, 뺄셈을 가르치려고 하면 학생들과 부모들이 오히려 반발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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