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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리듬감 살리는 대구와 반복

등록 2008-10-05 21:21

김철호의 교실 밖 국어여행
김철호의 교실 밖 국어여행
우리말 논술
김철호의 교실 밖 국어여행 / [난이도 수준-중2~고1]

35. 의성어와 의태어 ⑤
36. 의성어와 의태어 ⑥
37. 관형어

의성어와 의태어의 주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가 대구(對句)와 반복에 의한 리듬감이라고 했다. 대구와 반복은 흉내말뿐 아니라 전통적인 우리말 표현법 전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특성이기도 하다. 다음은 구(句) 형식을 띤 속담이나 관용적 표현들인데, 하나같이 대구와 반복에 의한 리듬감을 잘 드러내 주고 있다.

‘가다 서다’ ‘왔다 갔다’ ‘울다 웃다’ ‘자나 깨나’ ‘주거니 받거니’ ‘권커니 잣커니’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요리 갔다 조리 갔다’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꿩 먹고 알 먹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임도 보고 뽕도 따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나물 먹고 물 마시고’ ‘병 주고 약 주고’ ‘북 치고 장구 치고’ ‘산 넘고 물 건너’ ‘그 밥에 그 나물’ ‘그 아비에 그 자식’ ‘그 어미에 그 딸’ ‘돈 없고 빽 없는 놈’ ‘산 설고 물 설은 곳’ ‘산 좋고 물 좋은 곳’ ‘네가 옳으니 내가 옳으니’ ‘네가 잘났네 내가 잘났네’ ‘든 거지 난 부자’ ‘꿈인가 생시인가’ ‘달면 삼키고 쓰면 뱉고’ ‘듣는 둥 마는 둥’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대구나 반복을 이용한 표현은 구를 넘어 문장 전체의 구조를 결정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아래는 주로 속담에서 가려 뽑은 예들이다.


‘잠을 자야 꿈을 꾸지’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다’ ‘책망은 몰래 하고 칭찬은 알게 하랬다’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랬다’ ‘친구는 옛 친구가 좋고 옷은 새 옷이 좋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번다’ ‘익은 밥 먹고 선소리 한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 건너 눈 흘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여기서는 이 말 하고 저기서는 저 말 한다’ ‘남의 눈에 눈물 내면 제 눈에서는 피눈물 난다’ ‘남의 제상에 감 놔라 배 놔라 한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망둥이가 뛰니까 꼴뚜기도 뛴다’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나’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하늘로 올라가랴, 땅 속으로 들어가랴’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한국 사람들은 욕을 할 때도 ‘잘 먹고 잘 살아라’ 하는 식으로 대구와 반복에 의한 리듬감이 살아 있는 표현을 구사한다. 여기에서 영향을 받았는지, 옛날부터 우리나라 도깨비들은 방망이를 두드리면서 금은보화를 만들어낼 때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하고 노래를 부르듯이 대구와 반복 표현을 구사해왔다.

대구와 반복을 이용한 표현이 들어간 문장은 특히 소리 내서 읽었을 때 그 진가가 드러난다. 글은 눈으로만 읽기도 하지만 입으로 소리 내서 읽는 경우도 많다. 어차피 써야 할 글이라면 눈으로 읽어서 좋은 것은 물론 소리 내서 읽었을 때에도 입에 착착 달라붙는 글이 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굳이 위에 소개한 관용 표현이나 속담을 끌어다 쓰지 않더라도 자신이 창작하는 문장에서 이런 리듬감 있는 표현을 구사할 수 있다면 한결 멋진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김철호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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