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은 사람들에게 야누스의 모습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동교동의 한 약국에 놓여 있는 다국적 제약회사의 제품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우리말 논술
유형별 논술 교과서 / 15. 현실 적용(사례 제시)
■ 기출문제 유형 2 - 동국대 2008학년도 모의 [난이도 수준-중2~고1] 제시문에 근거하여, 일반인들의 화학에 대한 편견으로 어떠한 것이 있는지 서술하고, 과학적 측면에서 화학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논술하시오.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을 분자 수준에서 이해하려는 화학은 세상을 완전히 바꾸어놓은 놀라운 과학 분야이다. 화학은 우리들이 사용하는 면도날, 방취제, 아스피린, 치약을 포함해서 우리 생활의 모든 면과 깊은 관련이 있다. 과거에는 지배계층의 사람들만이 입을 수 있었던 아름다운 색으로 염색된 옷을 지금은 누구나 입을 수 있게 되었고, 우리의 수명도 과거보다 몇 배나 늘어났다. 모두가 화학의 덕분이다. 분자 및 분자의 변환에 대한 과학인 화학의 발전으로 인해서 눈으로 볼 수도 없는 물질의 내부구조를 알게 되었고, 천연 비단과 인공 나일론에서 원자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이해하는 성과도 거두었다. 그렇지만 다른 측면을 보면, 과일이나 채소에서 우리 스스로가 뿌렸던 화학물질을 씻어내려고 열심히 노력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옛날처럼 단순히 흙먼지를 털어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노력이다. 화학은 세상의 복잡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고, 인간의 개성이나 예술과 마찬가지로 선과 악으로 나누는 것과 같은 단순한 이분법적 분류를 완전히 거부하고 있고, 야누스의 모습이 바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는 화학의 모습이라고 하겠다. 화학이 이원론적으로 인식되는 경우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물질세계와 생물세계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화학의 대상은 무한히 작은 것도 아니고 무한히 큰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화학이 생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다. 중간에 위치하는 것들이 흔히 그러하듯이 화학 역시 별로 재미없는 것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그러나 분자세계를 눈여겨보는 사람들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즉 분자세계의 내부는 물론이고 냉혹하다고 여겨지는 분자 예술가들의 감정세계가 의외로 매우 풍요롭고 활기에 차 있는 것이다. (…) 허약하고 열에 들뜬 늙은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갈 때 당신은 의사에게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의사의 성의는 당연한 것일 테고, 혈액검사를 통해서 폐렴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알아내고, 이를 퇴치시킬 수 있는 항생제를 처방해 줄 것이라고 기대할 것이다. 전국에서 발생하는 생활 쓰레기와 산업 쓰레기를 모아서 처리하는 대규모 소각장이 바로 우리 집 옆에 건설될 예정이라면 나는 무엇을 걱정하겠는가? 늘어나는 교통량과 악취에 의한 피해는 물론 위험한 이온과 분자들 때문에 생길지도 모르는 식수와 대기의 오염 등을 염려할 것이다. 당신이 의사에게서 받을 약품이나 내가 물과 대기를 오염시킬 것이라고 걱정하는 물질은 모두 “화학물질”(chemicals)이고, 당신과 내 몸 역시 화학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 화학물질 중에는 단순한 것도 있지만 복잡한 것도 있다. 물론 당신은 의사가 몇 가지의 화학물질을 주는 것 이외에도 정성과 열의를 다해서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도 소각장 건설을 결정한 정부 당국이 소각장에서 배출될 화학물질의 안정성을 보장하고 지속적인 관리를 약속하는 것은 물론, 소각장 건설 정책을 공정하게 수립했고 환경에 대한 영향과 가능한 대안도 충분히 고려했을 것이라고 기대할 것이다. 어쨌든 우리가 살고 있는 물질세계에서는 당신과 나를 비롯한 우리 모두가 “화학물질”을 취급해야 하고 화학물질과 상호작용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
■ 해결 전략 화학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에 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화학의 주된 관심은 물질이 왜 특정한 형태를 가지며, 이러한 성질을 나타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또 어떻게 서로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해 새로운 물질을 형성하며 화합물이 분해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일관성 있는 설명을 하는 것이다. 제시문에서는 이런 화학 본연의 탐구 목적 및 과정과는 동떨어진 화학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나타나 있다. 화학 전문가가 아닌 보통 사람들은 화학의 본질에서 벗어난 관점으로 화학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일반인들이 화학에 대해 갖는 대표적인 편견으로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의 이분법적 분류를 들고 있다. 천연물질은 이롭고, 합성물질(화학물질)은 인간에게 해롭다는 선입견이 이에 속한다. 그런데 이들은 전혀 다른 근원에서 생겨난 물질이 아니라 분자 수준에서 서로 다른 배합에 의해 모양을 달리할 뿐이다. 그러므로 인공적으로 합성한 물질이라고 해서 모두 인간에게 해로운 것도 아니고,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물질이라고 해서 모두 인간에게 이로운 것도 아니다. 합성물질은 인류의 물질문명 발달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비닐, 테플론, 액정(液晶), 반도체, 초전도체 등은 인류의 생활상을 바꿔놓은 대표적인 합성물질에 속한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도 화학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생명체를 구성하는 화학물질을 다루는 생체화학 분야는 20세기 이후 급속히 발달하고 있으며, 인류에게 질병과 건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또 원하는 특성을 지닌 새로운 물질이 고안·합성됨으로써 생명체의 희생을 줄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제시문에서는 합성물질이 인류의 삶에 기여한 긍정적 측면은 간과되고, 부작용이 부각됨으로써 일반인들이 합성물질에 대한 거부감을 갖게 된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인간이 필연적으로 화학물질과 상호작용하며 살아야 하는 존재임을 환기한다. 논제에서 제시문에 근거해 일반인들의 화학에 대한 편견을 서술하라고 했으므로, 답안은 제시문의 논지를 중심으로 구성하는 것이 적절하다.
■ 자료 검색 ‘악마의 약물’ 탈리도마이드의 부활 탈리도마이드의 아이들 1957년 독일의 그뤼넨탈 제약회사에서 수면제를 개발했다. 동물들에게 실험한 결과 부작용이 낮은 수면제로 판명되고 사람에게도 부작용이 없다 하여 의사의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었다. 특히, 임신부들에게 입덧과 불면증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광고가 주효해서 판매고가 증가했다. 임신에서 겪는 입덧만한 고역은 없다. 게다가, 임신 초기는 아기에게 해가 될까 싶어 감기약도 먹지 못하고, 음식도 함부로 먹지 못하는데 입덧도 가라앉고 잠도 편히 잘 수 있고, 부작용도 전혀 없이 값까지 싸니 얼마나 많이 팔렸겠는가? 독일뿐 아니라 최소 46개국에서 이런저런 이름으로 바뀌어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그 놀라운 성분은 바로 탈리도마이드! 이후로 엄청난 재앙을 불러온 약이다. 그렇다면, 탈리도마이드는 시판 전 아무 이상이 없었을까? 임상실험에서 부작용이 있었다고 한다. 현기증이 나타났고, 후에 밝혀졌지만 말초신경염에 대해서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모두 은폐되고 상품화되었다. 또, 의사처방약으로 분류되는 것도 적극적으로 반대하여 결국 처방전 없이 누구나 돈만 내면 약국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데도 성공하여 기업에는 이윤을, 산모와 아이에게는 재앙을 확대하는 데 일조하였다. 일 년 후, 가장 먼저 약을 판매한 자국인 독일에서 기형아가 출산되었다. 특이하게도 손과 발이 짧고 모양새가 물개와 비슷했다. 당시, 아무도 아기의 기형이 탈리도마이드 때문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드물지만 그런 기형이 생기곤 했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폭발적으로 전 세계에서 손과 발이 짧거나, 손가락 발가락이 모자라거나, 아예 사지가 없이 몸통만 있는 기형아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서독에서 무려 5천명 이상의 기형아가 태어나고, 영국에서도 500명 이상이 기형아로 태어났다. 일본에서도 천명이 태어났다. 유럽에서만 만 명이 넘는 기형아가 태어나는 대참사를 빚었다. 여기에 미국은 단 17명의 기형만 태어났는데, 미국 내 판매를 신청한 판매회사와 미국식품의약국(FDA)간의 부작용에 관한 논쟁으로 시판이 지연되는 바람에 이 거대한 폭풍을 비켜갔다. 사람의 태아는 수태된 지 42일 이내에 작은 팔다리가 생긴다. 이 시기에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하면 100% 가까이 태아에게 기형이 생긴다. 탈리도마이드의 영향으로 태아의 사지에 영양을 공급해주기 위한 핏줄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 이 아이들은 격리 수용됐다. 46개국 1만명 이상의 기형아가 출산된 이후에야 탈리도마이드의 판매가 금지됐다. 이런 부작용으로 인해 탈리도마이드는 세계적으로 판매금지 조처를 받고 1962년 자취를 감추는가 싶었다. 그러나 협심증에는 부작용으로 실패했던 비아그라가 발기부전이라는 성기능 장애에는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듯이 태아의 혈관의 생성 억제 효과라는 탈리도마이드의 부작용이 암의 신성혈관을 억제하는 항암효과로 신약을 개발하려는 회사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게 되었다. 미국식품의약국은 이미 탈리도마이드를 나병으로 인한 합병증 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1998년 승인한 바 있으며 2006년 에프티에이는 다발성 골수종 환자에게 사용하도록 승인하였다. 탈리도마이드는 이 밖에 암, 에이즈, 피부질환 등의 치료에도 제한적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처방범위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20세기 ‘악마의 약물’로 추방된 탈리도마이드가 21세기에 ‘구원의 신약’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까? -월간 <암> 2008년 10월호
■ 기출문제 유형 2 - 동국대 2008학년도 모의 [난이도 수준-중2~고1] 제시문에 근거하여, 일반인들의 화학에 대한 편견으로 어떠한 것이 있는지 서술하고, 과학적 측면에서 화학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논술하시오.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을 분자 수준에서 이해하려는 화학은 세상을 완전히 바꾸어놓은 놀라운 과학 분야이다. 화학은 우리들이 사용하는 면도날, 방취제, 아스피린, 치약을 포함해서 우리 생활의 모든 면과 깊은 관련이 있다. 과거에는 지배계층의 사람들만이 입을 수 있었던 아름다운 색으로 염색된 옷을 지금은 누구나 입을 수 있게 되었고, 우리의 수명도 과거보다 몇 배나 늘어났다. 모두가 화학의 덕분이다. 분자 및 분자의 변환에 대한 과학인 화학의 발전으로 인해서 눈으로 볼 수도 없는 물질의 내부구조를 알게 되었고, 천연 비단과 인공 나일론에서 원자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이해하는 성과도 거두었다. 그렇지만 다른 측면을 보면, 과일이나 채소에서 우리 스스로가 뿌렸던 화학물질을 씻어내려고 열심히 노력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옛날처럼 단순히 흙먼지를 털어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노력이다. 화학은 세상의 복잡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고, 인간의 개성이나 예술과 마찬가지로 선과 악으로 나누는 것과 같은 단순한 이분법적 분류를 완전히 거부하고 있고, 야누스의 모습이 바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는 화학의 모습이라고 하겠다. 화학이 이원론적으로 인식되는 경우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물질세계와 생물세계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화학의 대상은 무한히 작은 것도 아니고 무한히 큰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화학이 생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다. 중간에 위치하는 것들이 흔히 그러하듯이 화학 역시 별로 재미없는 것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그러나 분자세계를 눈여겨보는 사람들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즉 분자세계의 내부는 물론이고 냉혹하다고 여겨지는 분자 예술가들의 감정세계가 의외로 매우 풍요롭고 활기에 차 있는 것이다. (…) 허약하고 열에 들뜬 늙은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갈 때 당신은 의사에게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의사의 성의는 당연한 것일 테고, 혈액검사를 통해서 폐렴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알아내고, 이를 퇴치시킬 수 있는 항생제를 처방해 줄 것이라고 기대할 것이다. 전국에서 발생하는 생활 쓰레기와 산업 쓰레기를 모아서 처리하는 대규모 소각장이 바로 우리 집 옆에 건설될 예정이라면 나는 무엇을 걱정하겠는가? 늘어나는 교통량과 악취에 의한 피해는 물론 위험한 이온과 분자들 때문에 생길지도 모르는 식수와 대기의 오염 등을 염려할 것이다. 당신이 의사에게서 받을 약품이나 내가 물과 대기를 오염시킬 것이라고 걱정하는 물질은 모두 “화학물질”(chemicals)이고, 당신과 내 몸 역시 화학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 화학물질 중에는 단순한 것도 있지만 복잡한 것도 있다. 물론 당신은 의사가 몇 가지의 화학물질을 주는 것 이외에도 정성과 열의를 다해서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도 소각장 건설을 결정한 정부 당국이 소각장에서 배출될 화학물질의 안정성을 보장하고 지속적인 관리를 약속하는 것은 물론, 소각장 건설 정책을 공정하게 수립했고 환경에 대한 영향과 가능한 대안도 충분히 고려했을 것이라고 기대할 것이다. 어쨌든 우리가 살고 있는 물질세계에서는 당신과 나를 비롯한 우리 모두가 “화학물질”을 취급해야 하고 화학물질과 상호작용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
■ 해결 전략 화학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에 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화학의 주된 관심은 물질이 왜 특정한 형태를 가지며, 이러한 성질을 나타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또 어떻게 서로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해 새로운 물질을 형성하며 화합물이 분해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일관성 있는 설명을 하는 것이다. 제시문에서는 이런 화학 본연의 탐구 목적 및 과정과는 동떨어진 화학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나타나 있다. 화학 전문가가 아닌 보통 사람들은 화학의 본질에서 벗어난 관점으로 화학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일반인들이 화학에 대해 갖는 대표적인 편견으로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의 이분법적 분류를 들고 있다. 천연물질은 이롭고, 합성물질(화학물질)은 인간에게 해롭다는 선입견이 이에 속한다. 그런데 이들은 전혀 다른 근원에서 생겨난 물질이 아니라 분자 수준에서 서로 다른 배합에 의해 모양을 달리할 뿐이다. 그러므로 인공적으로 합성한 물질이라고 해서 모두 인간에게 해로운 것도 아니고,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물질이라고 해서 모두 인간에게 이로운 것도 아니다. 합성물질은 인류의 물질문명 발달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비닐, 테플론, 액정(液晶), 반도체, 초전도체 등은 인류의 생활상을 바꿔놓은 대표적인 합성물질에 속한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도 화학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생명체를 구성하는 화학물질을 다루는 생체화학 분야는 20세기 이후 급속히 발달하고 있으며, 인류에게 질병과 건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또 원하는 특성을 지닌 새로운 물질이 고안·합성됨으로써 생명체의 희생을 줄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제시문에서는 합성물질이 인류의 삶에 기여한 긍정적 측면은 간과되고, 부작용이 부각됨으로써 일반인들이 합성물질에 대한 거부감을 갖게 된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인간이 필연적으로 화학물질과 상호작용하며 살아야 하는 존재임을 환기한다. 논제에서 제시문에 근거해 일반인들의 화학에 대한 편견을 서술하라고 했으므로, 답안은 제시문의 논지를 중심으로 구성하는 것이 적절하다.
■ 자료 검색 ‘악마의 약물’ 탈리도마이드의 부활 탈리도마이드의 아이들 1957년 독일의 그뤼넨탈 제약회사에서 수면제를 개발했다. 동물들에게 실험한 결과 부작용이 낮은 수면제로 판명되고 사람에게도 부작용이 없다 하여 의사의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었다. 특히, 임신부들에게 입덧과 불면증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광고가 주효해서 판매고가 증가했다. 임신에서 겪는 입덧만한 고역은 없다. 게다가, 임신 초기는 아기에게 해가 될까 싶어 감기약도 먹지 못하고, 음식도 함부로 먹지 못하는데 입덧도 가라앉고 잠도 편히 잘 수 있고, 부작용도 전혀 없이 값까지 싸니 얼마나 많이 팔렸겠는가? 독일뿐 아니라 최소 46개국에서 이런저런 이름으로 바뀌어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그 놀라운 성분은 바로 탈리도마이드! 이후로 엄청난 재앙을 불러온 약이다. 그렇다면, 탈리도마이드는 시판 전 아무 이상이 없었을까? 임상실험에서 부작용이 있었다고 한다. 현기증이 나타났고, 후에 밝혀졌지만 말초신경염에 대해서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모두 은폐되고 상품화되었다. 또, 의사처방약으로 분류되는 것도 적극적으로 반대하여 결국 처방전 없이 누구나 돈만 내면 약국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데도 성공하여 기업에는 이윤을, 산모와 아이에게는 재앙을 확대하는 데 일조하였다. 일 년 후, 가장 먼저 약을 판매한 자국인 독일에서 기형아가 출산되었다. 특이하게도 손과 발이 짧고 모양새가 물개와 비슷했다. 당시, 아무도 아기의 기형이 탈리도마이드 때문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드물지만 그런 기형이 생기곤 했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폭발적으로 전 세계에서 손과 발이 짧거나, 손가락 발가락이 모자라거나, 아예 사지가 없이 몸통만 있는 기형아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서독에서 무려 5천명 이상의 기형아가 태어나고, 영국에서도 500명 이상이 기형아로 태어났다. 일본에서도 천명이 태어났다. 유럽에서만 만 명이 넘는 기형아가 태어나는 대참사를 빚었다. 여기에 미국은 단 17명의 기형만 태어났는데, 미국 내 판매를 신청한 판매회사와 미국식품의약국(FDA)간의 부작용에 관한 논쟁으로 시판이 지연되는 바람에 이 거대한 폭풍을 비켜갔다. 사람의 태아는 수태된 지 42일 이내에 작은 팔다리가 생긴다. 이 시기에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하면 100% 가까이 태아에게 기형이 생긴다. 탈리도마이드의 영향으로 태아의 사지에 영양을 공급해주기 위한 핏줄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 이 아이들은 격리 수용됐다. 46개국 1만명 이상의 기형아가 출산된 이후에야 탈리도마이드의 판매가 금지됐다. 이런 부작용으로 인해 탈리도마이드는 세계적으로 판매금지 조처를 받고 1962년 자취를 감추는가 싶었다. 그러나 협심증에는 부작용으로 실패했던 비아그라가 발기부전이라는 성기능 장애에는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듯이 태아의 혈관의 생성 억제 효과라는 탈리도마이드의 부작용이 암의 신성혈관을 억제하는 항암효과로 신약을 개발하려는 회사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게 되었다. 미국식품의약국은 이미 탈리도마이드를 나병으로 인한 합병증 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1998년 승인한 바 있으며 2006년 에프티에이는 다발성 골수종 환자에게 사용하도록 승인하였다. 탈리도마이드는 이 밖에 암, 에이즈, 피부질환 등의 치료에도 제한적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처방범위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20세기 ‘악마의 약물’로 추방된 탈리도마이드가 21세기에 ‘구원의 신약’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까? -월간 <암> 200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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