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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추상화에는 어떤 미적 가치가 있을까?

등록 2008-11-02 16:55

피카소의 ‘가슴을 감싸 안은 여인’
피카소의 ‘가슴을 감싸 안은 여인’
창의적 문제해결능력
창의적 문제해결 연습 /

추상화(抽象畵), 추상화(抽象化)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가. 아래 대화 및 작품을 바탕으로 추상화(抽象畵)는 어떤 미적 가치를 가지는지 생각해 봅시다.

동현: 웹 검색을 하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그림을 발견했어. 이것 좀 봐.

종필: 괴물인데! 내 동생이 우리 집 벽에 그려놓은 외계 생명체 같다. 무슨 생각으로 이 그림을 그린 걸까?

동현: 글쎄.

종필: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는걸.

동현: 더 놀라운 사실이 있어. 이 그림 가격 얼만 줄 알아?


종필: 얼만데? 백만 원이라도 된다는 거야?

동현: 5560만 달러, 그러니까 요즘 환율을 반영해서 계산하면 815억 원 정도지. 2000년에 이 가격에 거래됐으니까 지금은 더 비쌀지도 몰라.

종필: 말도 안 돼!

동현: 그러게. 나도 이 그림이 왜 이렇게 비싼지 모르겠어.

(동현이와 종필이는 미술선생님을 찾아갔다.)

동현: 선생님, 피카소의 ‘가슴을 감싸 안은 여인’이 왜 그렇게 비싼 거죠?

종필: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요.

미술선생님: 그래, 선생님도 예전에 너희들과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었지. 소더비 경매나 크리스티 경매에서 거래되는 그림의 가격 결정에는 미적 가치 외에 다른 요소가 개입이 되긴 해. 하지만 널리 알려진 고가의 작품들이 훌륭한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어.

종필: 도대체 어떤 점이 훌륭하다는 거죠?

미술선생님: 그럼, 오늘은 추상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동현: 네!

미술선생님: 내가 다 설명해주는 것보다 이걸 보면 무언가 깨달음이 있을 것 같은데….

몬드리안의 나무 추상화 과정
몬드리안의 나무 추상화 과정


나. 아래에서 동현이와 종필이가 원활한 대화를 하지 못하는 까닭을 언어의 특징과 연관지어 생각해 봅시다.

동현이와 종필이는 추상화(抽象畵)에 대한 호기심을 조금은 해결하고 집으로 향했다. 교정에는 코스모스, 구절초, 쑥부쟁이 등이 줄지어 피어 있다.

동현: 저 꽃 봐. 예쁘다.

종필: 어떤 꽃?

동현: 저기 저 분홍빛 꽃.

종필: 저 꽃? 분홍빛 꽃이 어디 한둘이야?

동현: 아니 저기 저기.

종필: 도대체 어떤 꽃?


다. 다음 단어를 세 차례 추상화(抽象化) 해 보세요.

ㄱ. 가는잎구절초 - ( ) - ( ) - ( )

ㄴ. 페르시아고양이 - ( ) - ( ) - ( )

ㄷ. 농구화 - ( ) - ( ) - ( )


창의적 문제해결 연습 답안

가. 이 문제는 미술작품에서의 추상(抽象)이라는 개념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피카소의 작품을 입체파로 세밀하게 분류하기보다 넓은 의미의 추상화(抽象畵)로 분류했다. 추상화를 통해 추상의 개념을 이해하고 추상화의 감상을 논하기 위함이므로 추상화가 갖는 형식미나 조형미에 대해서는 논외로 했다.

우리는 보통 미술작품을 통해 재현의 기쁨을 맛본다. 여기서 재현의 대상은 우리가 실상에서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가을에 단풍이 들어 있는 산을 잘 묘사한 작품을 접했을 때 우리가 실제 눈으로 볼 수 있는 산과 견줘 감상한다. 즉, 미술작품을 감상할 때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 기준은 물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각적 정보들이다.

추상화(抽象畵)의 미적 가치를 생각해보기 전에 우리는 추상(抽象)이라는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추상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가지 사물이나 개념에서 공통되는 특성이나 속성 따위를 추출해 파악하는 작용’이다. 이런 추상의 뜻을 그림에 적용하면 어떤 대상을 그대로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어떤 특성이나 속성을 추출해 그려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추상화에 대해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전에 기억해야 할 점은 무엇보다 인간이 창조해낸 모든 미술작품들은 넓은 의미에서 모두 추상화라는 것이다. 어떤 정교한 미술품이라 해도 그 작품이 표현하려 했던 대상과 그 작품은 정확히 일치할 수 없다. 대상은 미술가의 눈을 통해 인지되고 재현되는 동안 작가의 생각이 반영돼 재해석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물론 대상 자체를 오브제화해 전시하는 일부 현대 미술은 예외일 수 있다.

우리가 지금 말하려는 추상화는 피카소의 그림처럼 그 형태가 대상의 본디 모습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 것을 일컫는다. 그러므로 이런 작품들을 통해 우리의 시각적 정보에 저장된 대상들의 모습과 견줘 보기는 힘이 든다. 작가는 시각적인 정보를 그대로 옮겨 놓으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할까? 애석하게도 정답은 없다. 하지만, 본인이 느끼는 것을 느끼면 된다. 예를 들어 피카소의 ‘가슴을 감싸 안은 여인’에서 작품 중앙의 상단부에 여인의 얼굴로 추정되는 부분을 보자. 전체적인 형태를 볼 때 좌우가 비슷하지만 색상이 다르며 눈의 모양이나 위치도 다르다. 이런 형상을 보고 위 글의 동현이처럼 괴물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을 통해 인간의 양면성처럼 눈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면적이고 정신적인 부분을 읽어 낼 수도 있다. 어떤 것을 느끼고 읽어 내느냐는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의 몫이다. 작가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내며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작가가 의도한 것 이상의 감동을 받고 깨달을 수 있는 상황 자체를 닫아 둘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추상화를 감상하면서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을 토대로 마음껏 상상할 수 있고 또 그만큼 감상을 얻어 낼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추상화에서 느낄 수 있는 미적 가치는 ‘추상’이라는 말에 숨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작가는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어떤 대상을 나름의 해석을 통해 추상해 그려 놓았기 때문에 우리는 역으로 추상화된 형상에서 구체화해 나가며 감상하는 것이다. 모든 감상자는 같은 감상을 할 수 없을 것이며 그 감상과 감동도 제한돼 있지 않다. 우리는 그저 마음을 열어 둔 채 느끼면 될 뿐이다.

나. 동현이와 종필이가 갈등을 겪고 있는 이유는 동현이가 지칭하는 꽃과 종필이가 지칭하는 꽃이 다르기 때문이다. 수많은 꽃들이 피어 있는 곳을 가리키며 ‘꽃’이라고 한다면 어떤 대상을 말하는지 알 수 없다. ‘꽃’이라는 말과 동현이가 지칭하는 대상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분홍빛 꽃’이라고 의미를 좁혔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분홍빛이 정확히 어떤 빛깔을 이야기하는지 각자의 정보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종필의 기준에 분홍빛인 꽃이 하나가 아닌 다수였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어떤 언어도 정확히 그 대상을 나타낼 수 없다. 우리 앞에 연필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연필’이라는 말과 우리 앞의 대상이 일치할까? 대상이 하나라면 식별은 가능하겠지만 여러 개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동현이와 종필이가 겪은 것과 같은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쓰는 언어는 본질적으로 추상성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인간은 구별이나 식별이 필요한 물질적·정신적 대상에서 특정한 속성을 뽑아내 이름을 붙여 왔고 또 필요한 경우 의미를 계속 좁혀 왔다. 아쉽게도 언어는 추상성이라는 본질적인 특성 때문에 아무리 의미를 좁혀도 대상과 일치할 수 없는 운명이다.

결국, 동현이와 종필이는 언어의 추상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의미 범위를 적정한 수준으로 좁히지 못했기 때문에 갈등을 겪었던 것이다.

다. 앞서 논의한 미술과 언어의 추상성 개념을 간단하게 확인하는 문제다.

<풀이 예시>

ㄱ. 가는잎구절초 - ( 구절초 ) - ( 국화과 여러해살이풀 ) - ( 여러해살이풀 )

ㄴ. 페르시아고양이 - ( 애완용 고양이 ) - ( 고양이 ) - ( 포유동물 )

ㄷ. 농구화 - ( 운동화 ) - ( 신발 ) - ( 피복류 )

(정답은 없다. 다만, 뒤의 어휘가 앞의 어휘를 포함하는 개념이면 된다.)

클래스온 대표강사 류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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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주 수요일 오후 6시40분에 클래스온 누리집(www.class-on.com)에서는 문제에 대한 풀이 과정을 출제자가 직접 실시간 동영상으로 해설한다. 동영상 강의는 쌍방향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 시간대에 접속하면 문제와 관련한 질문을 직접 할 수 있다. 또 클래스온 누리집에 답안을 올리면 매주 한 명을 선정해 클래스온 강의를 무료로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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