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
요즘 부모들이 자녀에 대해 하소연하는 주제들은 주로 공부 잘하는 것, 컴퓨터 게임에 과도한 시간 투자, 대화 부족 등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면 사정이 제각각이다. 공부만 해도 들어봐도 어떤 부모는 아이가 하위권이어서 고민이고, 어떤 부모는 중위권이어서 고민이고, 어떤 부모는 상위권인데도 고민이다. 물론 최상위권에 있어도 고민하는 부모가 있다.
컴퓨터 게임도 마찬가지다. 어떤 아이는 밤늦게까지 해서 고민이고, 어떤 아이는 하루에 한 시간씩 하는데도 부모에게는 걱정거리다. 일촌광음불가경(一寸光陰不可輕·한 시도 가볍게 여길 수 없음)인데, 고3이 컴퓨터 게임 한다고 걱정이 태산이다. 대화 부족도 절대 시간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떤 수준이 되어야 부모는 걱정하지 않을까?
위에서 본 것처럼 우리의 걱정은 객관적인 사실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자녀에게 적당한 기대를 걸어놓고 그 기대에 못미치면 걱정하기 시작하고, 그러다 보면 아이에게 간섭하고 잔소리를 하게 된다. 자녀와의 관계뿐만이 아니다. 부부 관계에서도,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로 모든 관계가 시작되면 우리는 기대를 갖게 된다. 기대를 갖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기대는 내가 내 맘대로 만들어 놓고 상대에게 못미쳤다고 불만을 갖고 걱정을 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내가 우리 자녀에게 정성을 다하면 다할수록, 신경을 많이 쓰면 쓸수록 기대는 점점 커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리고 내가 이런 노력을 한 것에 대해 보상받고 싶어하는 맘이 생기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부모가 열심히 노력하고 아이도 기대에 부응해서 부모의 기대보다 더 좋은 성취를 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렇지만 아이들이 기대에 못미쳐 부모가 실망하고 아이에게 그 실망을 표현하고 비난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엄마가 쓸 돈 못 쓰고 돈 아껴 겨우 학원에 보냈더니, 가서 공부는 제대로 하지 않고 성적이 이게 뭐냐?” 라는 비난을 들은 아이는 그 기대에 동의하지도 않았는데 기대에 못미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억울할 수밖에 없다.
기대와 소망은 다르다. 사전을 찾아보면 소망은 어떤 일을 바라는 것이고, 기대는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기다리는 것으로 정리되어 있다. 그렇다! 우리 아이가 어떻게 되기를 소망한다면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갖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기대한다면 바라고 기다리다 지치게 될 수도 있고 그런 상황에서는 아이에게 불만을 이야기하고 비난할 수 있다. 기대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대한 만큼 되지 않았을 때 그 책임을 아이에게 돌리는 게 문제다.
아이가 중간고사 기간에 진득하게 앉아서 공부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맘에 안 들었다면 한번 생각해 보자. 혹시 내가 내 맘대로 기대를 걸고 실망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면 아이의 처지에서 아이를 충분히 이해해 보자. 그리고 전과 비교해서 나아진 점을 찾아서 알려주자. “오늘은 어제보다 30분을 더 했구나. 그래, 이제 이렇게 너의 끈기가 발휘되기 시작하는구나.” 이런 인정과 지지가 아이를 신나게 하고 더 큰 성취를 위해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아가게 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기 맘대로 기대해 놓고 그 기대에 못미쳤다고 화내는 일만 줄여도 인생은 훨씬 행복해질 것이다.
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 한국코칭센터 전문코치 khnam@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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