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교실’ ‘인문교실’ 등
여러 단체 프로그램 다양
“나를 표현하는 힘 길러줘”
여러 단체 프로그램 다양
“나를 표현하는 힘 길러줘”
<역사란 무엇인가>, <국화와 칼>, <두보 시선> ….
대치동에 있는 엠에스시(MSC)교육이 여는 수업의 교육과정이다. 여느 인문학 교실에서 읽는 도서 목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곳은 동서양 고전을 분석해 추출한 옛사람들의 사고 과정을 따라훈련하면 두뇌 효율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안진훈 대표(연세대 책임교수·<아이 머리 바꿔야 성적이 오른다> 저자)는 “대사상가가 저술한 동서양의 고전에는 독특하고 훌륭한 사고 과정이 녹아 있는데, 이를 익히면 두뇌 사고력과 창의력을 기를 수 있다”며 “기업이나 대학, 특목고 등이 인재를 선발하는 기준도 점차 사고력과 창의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성인까지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기관이지만 학부모와 학생의 반응이 뜨거운 것은 이 때문이다. 이곳은 문을 연 지 6년 만에 수강생이 1000여명으로 늘었으며 분원을 네 곳이나 냈다. 교육 일번지 강남은 인문학의 쓰임새에 눈을 뜨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에게 인문학을 소개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필요에 따라, 대상에 따라 다양한 얼굴을 하고 나타나는 인문학의 모습은 그대로 인문학의 가능성이 되기에 주목할 만하다. 가장 보편적인 것은 인문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모아서 책을 읽고 토론하고 글을 쓰는 형태로 이뤄진다. 천편일률적인 학교 수업에 싫증을 느끼는 청소년들이 대상이다. 대개 성인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의를 열고 있는 연구소나 단체에서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따로 만드는 식이다. ‘연구공간 수유+너머’가 대표적이다. 3년 전부터 청소년들을 모아 매주 토요일 ‘청소년 고전교실’을 연다. 올해부터는 ‘청소년 케포이필리아’라는 프로그램을 하나 더 만들었다. 청소년 고전교실이 주로 초등생을 위한 수업이라면 케포이필리아는 중고생을 위해 열린다.
지난 3월에 개강한 독서대학 ‘르네21’(www.renai21.net)도 청소년을 위한 ‘반토 청소년 인문교실’을 연다. <소크라테스의 변명>, <종의 기원>, <논어> 등 동서양의 고전을 함께 읽고 강사와 함께 토론한다. 지난봄에 시범적으로 1기를 모집해 운영했을 뿐인데도 입소문이 난 덕에 2기 모집은 이틀 만에 다 됐다. 이곳의 이미화 기획실장은 “학교교육에서는 책을 매개로 아이들이 생각하고 지적 능력을 발견할 수 있는 여지가 사라졌다”며 “혼자 읽어서는 깨칠 수 없는 고전의 내용을 함께 읽고 토론할 수 있는 장을 학교 밖에서라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은 인문학의 전부가 아니다. 나를 표현하고 나의 삶을 생각하는 활동도 인문학이다. 전남대 철학교육사업단이 진행하는 ‘학교 바깥으로 찾아가는 철학교실’이 지향하는 인문학의 모습이다. 5·18기념사업회와 함께 진행하는 이 사업은 전문계 고교, 이주 청소년, 미혼모, 장애 청소년, 저소득층 자녀, 탈학교 청소년을 만나 각각 10개 주제에 대한 강의를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류도향씨는 “돈, 직업, 사랑 등과 같은 삶의 주제들을 짚어보면서 나를 발견하고 표현하도록 돕는 게 목적”이라며 “열등감과 패배감, 자기부정에 익숙한 아이들을 삶의 주체로 다시 세워주는 게 인문학의 힘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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