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관 실수로 답안지 다시 쓰고
건설사 실수로 다리 다쳐 ‘위자료’
건설사 실수로 다리 다쳐 ‘위자료’
대학수학능력시험 하루 전, 잔뜩 긴장한 수험생들은 ‘귀하신 몸’이다. 이들의 심신을 건드려 시험을 방해했다간 큰돈을 물어야 할 수도 있다.
2006년 11월 수능에 응시한 홍아무개군은 3교시 시험을 마치고 쉬는 시간에 시험통제실로 불려갔다. 3교시 감독관인 교사 김아무개씨가 홍군 답안지의 감독관 확인란에 도장을 찍는다는 게 실수로 결시자 확인란에 도장을 찍어서, 홍군은 쉬는 시간에 답안지를 다시 써야 했다.
4교시 직전 고사실로 돌아온 홍군은 남은 시험을 제대로 칠 수 없었다. 1~3교시 모든 과목과 4교시 2개 과목은 1등급을 받았지만 나머지 2개 과목에서 각각 2·3등급을 받았다. 그해 대입에 실패해 재수를 했다. 홍군은 이에 국가와 김 교사를 상대로 재수 비용과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단독 최철민 판사는 “김씨가 감독관으로서 주의를 다하지 않아 홍군이 답안지를 재작성하는 바람에 4교시 시험에 영향을 미쳤고, 시험을 망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주는 등 정신적 고통을 입혔다”며 국가가 8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감독관은 응시생들이 외부 상황에 좌우되지 않고 자신의 실력만으로 시험을 볼 수 있게 도와 줄 의무가 있다”며 “다만 김씨가 고의로 임무를 저버리지는 않았으므로 그를 고용한 국가가 배상 책임을 진다”고 덧붙였다.
앞서 같은 법원 민사64단독 권덕진 판사는 2004년 수능을 2개월 앞두고 공사장을 지나다 굴착기에 밀려 넘어진 부품에 다리를 다친 이아무개군이 건설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위자료 900만원과 치료비 등 137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시험을 앞두고 사고를 당해 49일 동안 입원했고 다리에 깁스를 한 채 수능을 치러야 했던 점 등을 감안하면 치료비 외에 위자료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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