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이 받는 수업, 즉 ‘연수’의 모습도 주입식에서 참여형으로 바뀌고 있다. 사진은 독서토론 직무연수중인 구리지역 교사들.
경기교육청 ‘독서토론 직무연수’
교사들 자발적 참여로 변화 끌어
교사들 자발적 참여로 변화 끌어
커버스토리 /
지난 18일 저녁 6시, 경기도 구리 인창고에 낯선 교사들이 모여든다. 집으로 가는 대신 교육청의 직무연수를 받으러 오는 교사들이다. 누가 강제로 시킨 것도 아닌데 두 주에 한번 씩 15명의 신청자가 꼬박꼬박 모인다. 연수 이력에 남지 않아도 좋으니 동참하게 해달라고 졸라서 듣는 청강생도 3명이나 된다
경기도교육청이 올해 처음 실시하는 ‘독서토론 직무연수’ 얘기다. 올가을 시작한 연수는 부천, 안산, 수원, 구리 등 경기도 10개 지역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한 모임에 15명씩 모두 150여명이 연수를 받는 중이다. 연수는 넉 달 동안 모두 열 차례 열린다. 특정 지역에서 100여명을 모아놓고 몇 차례 강의로 끝나는 일반 연수와는 다른 방식이다.
독서토론 직무연수는 교사들의 ‘자발성’을 극대화하는 데 무게를 뒀다. 관리나 감독에 나서는 교육청 장학사 없이 연수 강사와 참여 교사가 모임의 운영을 맡는다. 연수에서 읽을 여덟 권의 책을 정하는 것도 교사들의 몫이다. 교사들은 발표와 토론을 통해 연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연수도우미로 일하는 송승훈 경기 광동고 교사는 “기왕의 대규모 강의식 연수에 참여한 교사들에게 실제 변화를 기대하기란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며 “규모가 작아 교사가 직접 참여해 체험할 수 있고 지속적인 연수를 통해 금세 일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구리 지역 연수에 모인 교사들은 연수의 효과에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연수가 끝나기도 전에 독서토론의 효과를 체험한 교사들의 실험이 한창이다. 홍순득 광동고 교사(기술가정)는 독서를 과제로 내줬던 수행평가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 줄거리를 요약해 제출하던 편리한 방식을 버렸다. 궁금한 점과 의문스러운 점을 찾아 적고 그 내용을 모둠별로 토론하는 식으로 바꾸자 학생들의 태도가 진지해졌다.
그는 “연수를 하기 전에는 기술가정 시간에 왜 독서를 해야 하냐는 반문에 대답을 잘 못했는데 이제는 독서의 필요성을 제대로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소규모로 이뤄지는 연수에서 교사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는 책임을 진다. 모든 교사가 한 번씩은 책을 읽고 발제문을 작성해 온다. 책을 두 번씩 읽게 된다는 교사도 있다. 올 8월까지 교사로 일하다 퇴직한 뒤 연수 강사로 서는 이시백씨는 “많은 교사들이 모여 듣는 연수가 인기 없는 이유는 연수에 참여하는 교사가 구경꾼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라며 “교사가 직접 독서토론의 주체가 되는 연수에서 교사들은 연수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변화를 낳고 교사의 변화는 곧 학교 현장의 변화로 이어진다.
결국 독서토론 직무연수의 궁극적인 목적은 독서토론을 넘어 현장 수업의 변화에 있다. 교사들은 현장에 토론식 수업의 씨를 뿌리는 농부가 될 것이다. 윤승유 경기도교육청 장학사는 “궁극적으로는 교수학습 방법을 개선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작한 사업”이라며 “학창시절에 참여형 수업을 한 경험이 없는 교사들이 연수를 통해서나마 참여형 수업을 경험하면 교육 현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진명선 기자
결국 독서토론 직무연수의 궁극적인 목적은 독서토론을 넘어 현장 수업의 변화에 있다. 교사들은 현장에 토론식 수업의 씨를 뿌리는 농부가 될 것이다. 윤승유 경기도교육청 장학사는 “궁극적으로는 교수학습 방법을 개선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작한 사업”이라며 “학창시절에 참여형 수업을 한 경험이 없는 교사들이 연수를 통해서나마 참여형 수업을 경험하면 교육 현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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