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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암기한자 덮고 ‘참글’ 펴 세상보렴

등록 2005-05-08 19:05수정 2005-05-08 19:05

김성동 서당

교육과 관련된 모든 ‘열풍’은 일단 기름기부터 빼고 살펴봐야 한다. 19단 열풍이나 조기 영어교육 열풍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의 한자교육 열풍도 사교육 붐과 교육시장의 발빠른 대응을 타고 거품처럼 부풀려진 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한자 교육의 의미를 부정할 수는 없다. 서구 유럽의 지성인들이 라틴어를 통해 학문적 기초를 다지듯이, 한국의 아이들도 한자를 통해 지식과 교양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

소설가 김성동씨가 서당을 새로 열었다. 이름하여 〈김성동 서당〉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훈장을 자처한 김씨는 두 권짜리 책 속에 기침하며 정좌했다. 이 깐깐한 훈장은 우선 ‘한자’라는 말부터 바로잡는다. “한자·한문은 일본 사람들이 만들어낸 말이고, 우리 조상들은 ‘참글’ 곧 ‘진서(眞書)’라고 했다”며 한자라는 말을 아예 서당 밖으로 몰아냈다.

소설가 김성동씨 한자 교양서 내
하늘 ‘천’아닌 “하늘엔 뭐가 있을까”
대물림 독본글씨 담긴 뜻도 전해


훈장 김성동이 말하는 ‘진서’는 세계와 인생에 대한 이해를 온전히 담는 그릇이다. ‘사물의 개념을 잡아주는 320자’라는 부제가 이 책의 성격을 잘 말해준다. 그 첫 장의 제목이 ‘하늘에는 무엇이 있는가’이다. 하늘 천(天)과 날 일(日)을 가르치는 대신, 천지인(天地人)의 원리를 깨우친다. ‘진서’는 그 원리를 표현하는 한 방편인 셈이고, 진서를 익힌다는 것은 삼라만상의 깊이를 음미하는 일이다.

일찍이 고등학교 때 출가·입산했고, 이후 〈만다라〉 〈길〉 등 구도자적 문학 세계를 구축했던 훈장 김성동은 ‘진서’의 소리와 뜻이 아니라, 이를 통해 들여다본 우주와 인생의 깊이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진서’를 통해 한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되짚어 말하는 대목은 이 책의 백미라 할 만하다.

이 책을 펴낸 사연도 눈길을 끈다. 훈장 김성동의 6대조 할아버지가 직접 만들어 자식들에게 가르친 ‘320자’가 이 책의 밑거름이다. 대를 물려온 그 독본 글씨가 그대로 이 책에 담겼다. 자신에게 진서를 가르쳤던 할아버지가 장죽으로 놋재떨이를 두드리며 “아무리 아름다운 옥이라도 다듬지 않고서는 그릇을 만들 수 없다”고 단단히 이르던 일을 지은이는 애틋하게 돌이킨다. 〈김성동 서당〉은 그 가르침을 자라나는 어린 세대에게 전하려는 지은이의 또다른 ‘구도’다. 고학년, 김성동 지음, 오은영 그림. -청년사/각권 9800원.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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