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말 100% 다 믿으시나요
커버스토리
“내년에 서울대는 수능 성적만으로 정원의 2배수를 뽑는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열린 특목고 입시 전문 ㅎ학원의 설명회에서 나온 ‘거짓말’이다. 설명회 강사로 나선 학원 관계자는 서울대가 2008학년도부터 실시한 전형 방법을 마치 특목고를 우대하기 위해 새로 도입되는 것처럼 말했다. 시점만 틀린 게 아니다. 수능으로 2배수를 거르는 게 특목고생에게 유리하다는 전제도 틀렸다. 최근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낸 보고서를 보면 서울권 6개 외고의 서울대 합격생 수는 2008학년도에 147명으로 1단계에서 수능과 내신을 함께 반영하던 2007학년도의 152명보다 외려 줄었다. 학원을 100% 신뢰할 수 없는 이유를 보여주는 사례다. <학원설명회 절대로 가지 마라> 저자인 박재원씨는 “학원은 각자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정보에 중립적이거나 객관적이기 어렵다”며 “학부모가 교육정보를 자기 주도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학원의 생리에 밝아야 한다”고 말했다. 겨울방학을 앞두고 학원 고르기를 하는 이때, ‘제대로 감별하기’에 필요한 ‘학원에 대한 진실’을 전직 학원 강사들한테 들어봤다.
이해관계 따라 정보 편집·왜곡 많아
학생보단 학부모 관리에 더 신경 써
고급정보 어둡긴 학부모와 같은 처지
학원이 생산하는 것은 교육정보가 아니라 생존논리다
학부모는 학원을 통해 ‘고급 정보’를 얻고 싶어하지만 학원이 제공하는 정보는 학원의 이해관계에 따라 편집되거나 왜곡되는 일이 많다. ‘외고 들어가기만 하면 뭐하냐, 외고 들어가면 수학 10-가·나, 수학Ⅰ까지 선행했다고 전제하고 가르치니까 수학 미리 해놔야 한다’는 얘기가 대표적인 생존논리다. 특목고 입시학원에서 학생을 상담하기도 한 ㄴ씨는 “외고 입시에서 수학이 사라진 건 수학 강사들한테 실로 큰 충격이었다”며 “그때부터 외고 입학 뒤를 준비해야 한다는 논리가 떠돌았다”고 말했다.
학생부 성적에 대한 정보도 학원 성격에 따라 널을 뛰므로 학부모의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달 말 찾은 특목고 입시학원에서는 “제자 하나가 ㄷ외고에 다니는데 내신 7등급 받아도 수시모집으로 상위권대 가는 데 어려움이 없다더라”며 학생부의 중요성을 축소했다. 반면, 지난 12일 찾은 고등부 종합학원의 관계자는 “특목고에서 수시로 가려면 적어도 3등급은 받아야 하니까 어머님들이 특목고 선택하실 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원의 처지에 따라 말이 다르다.
학원의 존재 이유는 학생이 아니라 학원이다
학부모는 학원이 학생을 관리해 주길 바라지만 정작 학원이 관리하는 것은 학부모다. 상담 전화는 학생을 ‘홀딩’(붙잡아두는 것)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ㄱ씨는 “학생이 학원을 그만둘 낌새가 보이면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서 ‘요즘 ○○가 숙제를 잘 안 해 온다, ○○의 공부 태도가 부쩍 안 좋아졌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자녀에 대한 학부모의 불신을 키운다”며 “상담만 하는 직원은 상담매뉴얼로 교육까지 받는다”고 말했다. 학원이 매달 치르는 진단고사도 학생들의 성취도를 판단하는 자료로 쓰이기보다 학생들을 붙잡아두는 데 활용된다. 중등부 종합학원에 있었던 ㄷ씨는 “처음에는 10점, 20점 맞은 시험 결과를 그대로 보냈는데 원장이 ‘기본점수를 줘야 한다’고 해서 나중에는 점수를 인위적으로 조정했다”며 “학생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시험지는 거둬서 채점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만일 시험지 공개를 요구했는데 ‘폐기했다’고 버티는 학원이라면 의심해 볼 만하다. 학생의 성적이 오르지 않아 학원의 실패가 드러나면 학원은 학교를 희생양으로 삼는다. 교사가 출제한 문제의 질을 따지고 드는 것이다. ㄷ씨는 “결국 강사들은 ‘교사가 낸 문제가 이상하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심할 때는 학부모들을 부추겨서 학교에 항의하는 일까지 벌어진다”고 말했다.
학원도 때로 아마추어다
입시제도가 바뀔 때마다 학부모들의 학원 의존도는 심해진다. 그러나 입시제도의 변화에는 학원도 속수무책이다. 입시전문가 ㄹ씨는 “입시학원 원장들이 커리큘럼을 짜 달라고 해서 짜 준 대로 지키라고 했더니 ‘약속 지키는 학원은 없다’고 하더라”며 “제도가 수시로 변하는 상황에서 학원들의 대응도 주먹구구식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과 경기권 특목고 입시에서 수학이 사라지고 언어·사회가 도입될 때 그랬다. ㄱ씨는 “유명한 특목고 입시학원은 사회시사 대비 강사로 수능 사회탐구 강사를 뽑았다”며 “사회탐구 요점정리 노트를 나눠주고 암기하도록 하거나 수능 문제를 푸는 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박재원씨는 “고급 정보는 학교나 교육청·교육부가 만드는 것이고 학원은 정보를 모아 가공할 뿐”이라며 “1차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는 학원이나 학부모나 똑같은 처지”라고 말했다. 국제중에 대한 학원의 호언장담을 걸러 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의 국제중은 올해 처음 학생을 뽑기 때문에 기출문제나 입시 결과가 공개되지 않아 무엇도 확실하지 않다. 지난 16일,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열린 국제중 입시전략 설명회는 구술면접이 당락을 가른다면서도 국제중 구술면접에 대한 새로운 정보는 없었다. 고작해야 “남자는 11자로 앉고 여자는 두 다리를 가지런히 모아 앉아야 한다”는 등의 ‘일반론’을 일러주는 데 그쳤다.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학생보단 학부모 관리에 더 신경 써
고급정보 어둡긴 학부모와 같은 처지
학원을 제대로 활용하고 싶다면 학원에 대한 맹신부터 버려야 한다. 사진은 서울의 한 학원가.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학부모가 꼭 알아야 할 사교육 판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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