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가 스타강사에서 교육평론가로 변신한 이범(39)씨
교육평론가 이범씨 교육소설 펴내
“고삐 끌듯 해선 사춘기 넘기 어려워
아이와 끊임없는 대화가 가장 중요”
“고삐 끌듯 해선 사춘기 넘기 어려워
아이와 끊임없는 대화가 가장 중요”
우리 사회의 교육 문제는 좀처럼 풀기 힘든 실타래와도 같다. 모두들 교육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 동의하고 저마다 해법을 내놓지만 무엇 하나 쉽게 바뀌는 것이 없고, 되레 상처를 키워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우리 교육이 총체적이고 구조적인 고질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의 조언도 넘쳐나지만 정작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들에게는 해결되지 않는 질문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자기 아이가 입시에 대한 중압감으로 고통받는 것은 원치 않으면서도, 어찌 됐든 주어진 환경에서 성공하기를 바라는 학부모들이 속 시원한 해답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학원가의 스타강사에서 교육평론가로 변신한 이범(39·사진)씨가 동화작가 홍은경씨와 교육소설 <수호천사 이야기>를 펴냈다. 이씨는 “이 책은 오랜 기간 학원 강사로 활동하면서 만난 다양한 학생·학부모들과의 상담을 통해 얻은 경험을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낸 것”이라며 “거시적인 교육정책의 문제를 떠나 학생·학부모 개인 수준에서 ‘공부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자녀의 공부를 어떻게 도와야 효과적인가’ 등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소설은 현지라는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이 공부 때문에 엄마와 겪는 갈등과 일상의 고민들을 다루고 있다. 혹독하게 ‘공부를 강요하는’ 엄마와 그럴수록 엇나가는 현지의 갈등이 점점 심해지면서 아빠는 현지에게 엄마와 잠시 떨어져 지낼 것을 권하고, 현지는 잠시나마 엄마의 구속에서 해방된다. 자유로워진 현지는 그때부터 자신의 고민거리들을 스스로 찾아 나가는데, 이때 누군가로부터 의미심장한 조언이 담긴 편지를 한 통씩 받는다. 현지의 고민들을 하나씩 극복해 나가도록 도와준 일곱 통의 편지는 사춘기 현지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이게 되고, 현지는 이 ‘페이스메이커’의 도움으로 부쩍 성장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씨는 이 책을 통해 “‘소의 고삐를 끌고 다니는 식’으로 시키는 공부는 결코 사춘기를 넘기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아이의 자아가 조금씩 성숙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왜 내가 공부를 해야 하며 이것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무작정 부모에게 끌려다닌 아이는 이 질문에 스스로 답할 능력도 준비되어 있지 않고, 결국 엇나가게 될 가능성이 크죠.” 부모와 아이 모두 공부에 대한 자기 소신이나 전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씨는 “사교육 시장이 가장 발달했다는 서울 강남 대치동 지역도 실패하는 경우가 성공 사례 못지않게 많다”며 “계획도 세워주고 평가도 해주고 대안까지 마련해주는 학원에 부모나 아이나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아이의 공부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부모 노릇이 중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청소년기의 상당 기간 공부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아이를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이씨는 부모가 아이의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마라톤 경기에서 선수가 체력 안배를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보조를 맞춰 달리는 것처럼, 아이가 꾸준함을 잃지 않도록 돕는 것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몫이라는 것이다. 훌륭한 페이스메이커가 되기 위해서는 아이와 끊임없이 대화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가 공부를 버거워하지는 않는지, 공부하는 것 자체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살피고, 아이가 스스로 해답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꾸준히 의견을 나누는 것이 페이스메이커의 중요한 임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언젠가는 아이가 부모의 보조 없이도 스스로의 페이스메이커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씨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공부를 방해하는 유혹이 워낙 많아 부모가 따라붙는다고 해도 일일이 통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하나하나 간섭하려 하기보다 아이 스스로 공부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게 부모가 도와주는 것이 아이와 부모 모두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이범씨가 말하는 공부의 자기성찰 능력
교육평론가 이범씨는 공부는 ‘외형’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으로 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문제집을 몇 권 풀고 진도를 어디까지 나갔는지 등의 외형적 성과보다 자신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스스로 객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씨는 <수호천사 이야기>에서 “최상위권 학생들이 가진 공통적인 특징도 공부와 관련된 ‘자기성찰능력’”이라며 수험생들이 참고할 만한 공부 방법 두 가지를 제안했다.
글·사진 정민영 기자 minyoung@hani.co.kr
<수호천사 이야기>
이범씨가 말하는 공부의 자기성찰 능력
교육평론가 이범씨는 공부는 ‘외형’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으로 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문제집을 몇 권 풀고 진도를 어디까지 나갔는지 등의 외형적 성과보다 자신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스스로 객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씨는 <수호천사 이야기>에서 “최상위권 학생들이 가진 공통적인 특징도 공부와 관련된 ‘자기성찰능력’”이라며 수험생들이 참고할 만한 공부 방법 두 가지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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