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도 진보하지 않는 자신이 못마땅하다면 ‘치유하는 일기쓰기’를 통해 문제의 뿌리를 찾아야 한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객관적인 눈으로 자신 바라보며 상처 보듬는 효과
못마땅한 자신을 반성하는 일기를 쓴다. 새롭게 다짐하고 각오하고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달라지는 건 없고 늘 똑같은 내용의 ‘반성문’만 쓰게 된다. 무엇이 문제일까. “나 자신을 부모나 교사처럼 야단치고 비난해서는, 지금 문제라고 생각하는 상황을 극복할 내면의 힘이 생기지 않는다. 한발짝 멀리 떨어져서 나름대로 애쓰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나를 찾아 스스로에게 용기를 줘야 한다.” <치유하는 글쓰기>의 저자 박미라씨의 말이다. 그래서 사춘기 청소년한테는 ‘자서전적 일기쓰기’가 필요하다.
자서전적 일기쓰기는 복잡한 감정과 막연한 결심으로 채워지는 평범한 일기에 객관적인 관찰자를 개입시키는 일이다. 흔히 자서전은 자신이 직접 쓰기 때문에 주관적인 글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일기와는 달리 나를 관찰하는 3인칭의 눈이 필요한 글이다. 일기쓰기는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는 글이므로 ‘우물’ 안에 갇혀 감정에 빠지기 쉬운 반면 자서전은 남과 공유하는 글이므로 객관적인 자기 해석과 해명이 필요하다.
박미라씨는 “매일 쓰는 일기를 자서전처럼 쓸 필요는 없지만 생일이나 해가 바뀔 때처럼 중요한 계기가 있을 때 한번씩 써보면 지금 겪고 있는 문제의 뿌리를 발견하고 근본적인 치유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예비 고3 수험생처럼 중요한 고비를 맞았다고 느끼는 학생이라면 시도해 볼 만하다.
가장 쉽게는 지난 한 해 동안 내가 겪은가장 행복한 일과 불행한 일을 10가지 정도 정하고 각각에 대한 일기를 써 볼 수 있다. 여러 개를 꼽는 이유는 그 안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기 위해서다. 박미라씨는 “10가지로 꼽은 불행했던 순간들을 살피면 성적, 부모, 친구 등 공통적으로 나를 불행에 빠뜨리는 큰 문제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며 “내가 몰랐던 나의 상처를 발견하는 것은 치유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문제를 발견했다면 이제 그 문제를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 박미라씨는 이때 ‘셀프 인터뷰’ 형식의 일기쓰기를 추천한다. ‘열등감’ 탓에 힘들었다면 ‘열등감’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식이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을 인터뷰할 때처럼 나 자신한테 충분한 공감을 표현하는 게 먼저다. 스스로에게 ‘그동안 많이 힘드셨지요’ 하는 말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그밖에 ‘열등감 탓에 현실적으로 손해를 본 게 무엇이냐’, ‘만일 열등감이 찾아오면 내가 당신한테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냐’는 식으로 열등감을 느끼는 나를 객관화해 질문을 던지면 된다.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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