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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개인사에 잠재한 민족의 아픔

등록 2009-02-01 16:28수정 2009-02-01 16:32

우리말논술




과목별 논술교과서 / 4. 국어교과서로 논술 접근하기

논점 2. <그 여자네 집>을 통해 본 민족의 아픔 [난이도 수준-중2~고1]

■ 교과서 읽기

1. 줄거리

‘나’(서술자)는 <녹색평론>에서 김용택의 ‘그 여자네 집’을 읽으며 자신의 고향 마을에 함께 살았던 만득이와 곱단이를 떠올린다.


어린 시절 그들은 마을 사람의 기대를 받으며 서로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일제에 강제로 징병되자 만득이는 곱단이가 과부가 될까 염려해 곱단이와 혼인하기를 거부한 채 전장으로 나선다. 하지만 일본이 정신대 모집을 시작하면서, 정신대를 피하려고 숨었던 처녀들이 끔찍한 화를 당했다는 사실을 들은 곱단이의 가족들은 곱단이를 낯선 남자에게 시집보낸다. 결국 곱단이는 원하지 않았던 남편을 따라 신의주로 떠나게 된다. 이듬해 봄 만득이는 기적처럼 살아 돌아왔지만 결국은 같은 마을 처녀인 순애와 결혼을 하게 된다.

그 후 만득이 부부는 서울로 이주하게 되는데, 그러던 어느날 ‘나’는 군민회에서 만득 부부를 만나게 된다. 그 인연으로 나는 순애랑 곧잘 만나는 사이가 되는데, 순애는 나에게 만득이가 아직도 곱단이를 잊지 못한다며 서운한 감정을 드러낸다. 그 후 순애는 고혈압으로 죽고, 문상을 간 나는 순애에게 연민을 느낀다. 이후 ‘정신대 할머니를 돕기 위한 모임’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만득이에게 곱단이를 잊지 못한 것에 대한 비난을 하지만, 만득은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 일제의 수탈 정책, 국토의 분단이라는 민족적 수난으로 인한 시련과 고통 때문에 그렇게 보인 것 뿐이라며 눈물을 흘린다.

2. 해제

이 작품은 ‘나’(서술자)가 김용택의 시 ‘그 여자네 집‘을 통해 자신의 고향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를 회상의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는 액자소설이다. 이 작품 속에는 일제 강점기로부터 제2차 세계대전, 한국 전쟁 등의 시대상이 반영돼 있다.

■ 교과 심화

식민·분단의 20세기 폭력적 역사를 평화의 역사로

20세기는 인류 역사상 가장 폭력적인 세기였다. 한반도의 경우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일제의 식민지 지배와 그에 대항하는 독립운동, 8·15 광복의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겪은 6·25 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의 비극, 민주 대 반민주 투쟁으로 인한 대립과 갈등, 세계사적으로 거의 찾아보기 힘든 분단국가로서의 군사적 대치 상황은 대화와 토론보다는 폭력에 의존하는 문화를 만들어 냈다. 또한, 통일 이후에도 동·서독의 통일에서 볼 수 있듯이, 남북한 간에 다양한 갈등이 존재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으므로, 비폭력 혹은 평화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이다. -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 논제 해결

표면적인 갈등과 본질적인 갈등

다음 제시문에 나타난 인물 간의 갈등의 원인과 그 해결 방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시오.

그 여자가 죽고 나서 만득이를 따로 만날 일이 있을 리 없었다.

그를 우연히 만난 것은 그가 상처하고 나서도 이삼 년 후 엉뚱하게 정신대 할머니를 돕기 위한 모임에서였다. 뜻밖이었지만, 생전의 그의 아내로부터 귀에 못이 박이게 주입된 선입관이 있는지라 그가 그 모임에 나타난 것도 곱단이하고 연결지어서 생각되는 걸 어쩔 수가 없었다. 모임이 끝난 후 그가 보이지 않자 나는 마치 범인을 뒤쫓듯이 허겁지겁 행사장을 빠져나와 저만치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걸어가는 그를 불러 세웠다. 그리고 다짜고짜 따지듯이 재취 장가를 들었느냐고 물었다. 그는 아니라고 말하고 나서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다고, 묻지도 않은 말까지 덧붙이는 것이었다.

왜요? 곱단이를 못 잊어서요? 여긴 왜 왔어요? 정신대에 그렇게 한이 맺혔어요? 고작 한 여자 때문에. 정신대만 아니었으면 둘이서 혼인했을 텐데 하구요? 참 대단하십니다.

내 퍼붓는 말에 그는 대답 대신 앞장서서 근처 찻집으로 갔다. 그가 나직나직 말했다.

내가 곱단이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는 건 순전히 우리 집사람이 지어 낸 생각이에요. 난 지금 곱단이 얼굴도 생각이 안 나요. 우리 집사람이 줄기차게 이르집어 주지 않았으면 아마 이름도 잊어버렸을 거예요. 내가 곱단이를 그리워했다면 그건 아마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젊은 날에 대한 아련한 향수였겠지요. 아름다운 내 고향에서 보낸 젊은 날을 문득문득 그리워하는 것도 죄가 되나요. 내가 유람선 위에서 운 것도 저게 정말 북한 땅일까? 남의 나라에서 바라보니 이렇게 지척인데 내 나라에선 왜 그렇게 멀었을까? 그게 서럽고 부끄러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복받친 거지, 거기가 신의주라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어요.

오늘 여기 오게 된 것도, 글쎄요, 내가 한 짓도 내가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지만… 아마 얼마 전 우연히 일본 잡지에서 정신대 문제를 애써 대수롭게 여기지 않으려는 일본 사람들의 생각을 읽고 분통이 터진 것과 관계가 있겠죠. 강제였다는 증거가 있느냐, 수적으로 한국에서 너무 부풀려 말한다, 뭐 이런 투였어요. 범죄 의식이 전혀 없더군요. 그걸 참을 수가 없었어요. 비록 곱단이의 얼굴은 생각나지 않지만 나는 지금도 생생하게 느낄 수가 있어요. 곱단이가 딴 데로 시집가면서 느꼈을, 분하고 억울하고 절망적인 심정을요. 나는 정신대 할머니처럼 직접 당한 사람들의 원한에다 그걸 면한 사람들의 한까지 보태고 싶었어요. 당한 사람이나 면한 사람이나 똑같이 그 제국주의적 폭력의 희생자였다고 생각해요. 면하긴 했지만 면하기 위해 어떻게들 했나요? 강도의 폭력을 피하기 위해 얼떨결에 십층에서 뛰어내려 죽었다고 강도는 죄가 없고 자살이 되나요? 삼천리 강산 방방곡곡에서 사랑의 기쁨, 그 향기로운 숨결을 모조리 질식시켜 버리니 그 천인공노할 범죄를 잊어버린다면 우리는 사람도 아니죠. 당한 자의 한에다가 면한 자의 분노까지 보태고 싶은 내 마음 알겠어요? 장만득 씨의 눈에 눈물이 그렁해졌다.

- 고등학교 <국어>(상)

⊙ 해결 방향

제시문에는 인물 간의 갈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 있다. 표면적인 갈등은 사랑을 둘러싼 개인 사이 갈등이지만 이면적인, 그리고 본질적인 갈등은 개인과 역사(사회)와의 갈등인 것이다. 제시문을 충분히 읽었다면, 이 부분을 파악하기는 그리 힘들지 않을 것이다. 다만 갈등의 원인을 이차원적으로 논리정연하게 분석하는 과정에서 논리적인 이해력과 표현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갈등을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 다만 역사의 아픔을 잊지 말자는 원론적인 주장보다는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 자료 검색


박완서(朴婉緖, 1931.10.20~)

경기도 개풍(현 황해북도 개풍군) 출생으로, 3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서울로 이주했다. 1944년 숙명여자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교사였던 소설가 박노갑에게 영향을 받았으며, 작가 한말숙과 동창이다. 1950년 서울대 국문학과에 입학했으나, 숙부와 오빠를 잃는 등 집안에 비극적인 사건들이 겹치면서 생활고로 학업을 중단했다. 이후 40대에 접어든 1970년 <여성동아> 장편 소설 공모전에 <나목>(裸木)으로 당선돼 등단했다. 자신의 전쟁 체험을 바탕으로 분단의 비극을 집요하게 다루거나 소시민적 삶을 그린 내용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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