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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집중력 부족은 ‘두뇌 아토피’ 오염된 자극 씻어내 주세요

등록 2009-02-08 14:45수정 2009-02-08 14:48

운동, 놀이, 독서를 적절히 활용하면 산만한 아이들의 집중력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사진은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이 서점에서 독서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김봉규 기자 <A href="mailto:bong9@hani.co.kr">bong9@hani.co.kr</A>
운동, 놀이, 독서를 적절히 활용하면 산만한 아이들의 집중력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사진은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이 서점에서 독서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이주의 교육테마 /

결과만을 추궁하지 말고 원인 규명을
부모의 지나친 욕심이 화를 부를수도

집중력이 학습의 화두가 되면서 학부모들이 집중력 문제에 쏟는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집중력이 조금 떨어져 산만한 아이들에게 손쉽게 ‘장애’의 의심을 보내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03년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관련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1만9897명이었다. 이 수치는 2007년 6만7101명으로 늘었다.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면 왜 그렇게 산만하게 됐는지 원인을 규명하려기보다는 결과만을 놓고 추궁한 결과다. ‘장애를 겪고 있다’거나 ‘환자이기 때문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평가나 진단을 너무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집중력 부족의 원인은 의학적으로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있다.

세심한 접근과 배려 대신 막무가내식으로 접근한다면 아이들은 수면 부족과 지나친 경쟁 조장, 공부 스트레스 등으로 집중력이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집중력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부모들과 우리 사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무엇보다 부모의 지나친 욕심이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지녀야 한다.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해 진료를 받은 학생의 비율이 100명당 3.85명으로 서울 강남구가 제일 높았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성남 분당과 수원 영통이 그 뒤를 이었다. 모두 사교육 열풍이 거센 곳들이다. 아이들의 건강은 망가져가고 있는데 경쟁에서의 승리만 외치고 있는 부모들의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수많은 상담 경험을 통해 집중력과 관련해 묘한 세 가지 역설을 찾을 수 있었다.(상자 글 참조) 특히 유아나 초등 저학년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

아이의 집중력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들은 일단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개선을 시도해보기 바란다. 성장 과정에서 쉽게 나타나는 정상적인 모습임에도 무조건 앞서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강박 때문에 멀쩡한 아이들을 집중력 부족 환자로 낙인찍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상담 과정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사례와 부모들이 직접 가정에서 해볼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해본다.

① 그림에는 집중하지만 글에는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

· 재미있는 오디오북을 자주 듣게 한다.

· 책의 삽화가 책의 내용을 잘 표현한 동화책을 골라준다.

· 관심이 많은 분야의 책을 스스로 선택해서 읽도록 한다.

· 책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서 궁금한 점을 먼저 찾은 다음에 읽도록 한다.

② 외우긴 하는데 이해력이 떨어지는 아이

· 외우기 전에 먼저 뜻이 있는 단위로 묶어서 의미를 이해하도록 한다.(한자나 영어 단어의 경우 특히 의미 있는 문장 이상으로)

· 쓰면서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생각하면서 여러 번 읽어보도록 한다.

· 항상 육하원칙(누가, 무엇을, 왜, 어떻게, 언제, 어디서)을 생각해보도록 유도한다.

③ 좋아하는 과목과 싫어하는 과목의 차이가 심한 아이

·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길 수 있도록 배경지식 차원에서 관련 분야 책들을 읽도록 한다.

· 수업 전에 반드시 미리 교재를 읽어보면서 궁금한 점들을 점검하도록 한다.

· 수업시간에는 편한 자세로 가급적 선생님의 설명에만 집중하도록 한다.

· 특히 싫어하는 과목은 조금만 노력하면 충분히 해결 가능한 쪽으로, 수준을 낮춘다.

④ 문장으로 된 문제에 헤매는 아이

· 아무리 쉬운 문제라도 풀이 과정을 기록하도록 한다.

· 정답 맞히기보다는 풀이 과정에 집중하여 스스로 설명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 틀린 문제는 올바른 풀이 과정 중에서 중요한 부분을 지운 다음에 채워 넣기 식으로 복습하도록 한다.

⑤ 책상 앞에 앉아 있지 못하는 아이

· 부족한 의지력을 발휘하도록 요구하기보다 부족한 의지력을 가지고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을 찾아내도록 한다.

· 가장 편안하게 느껴지는 환경(공부 장소, 책상 구조, 조명 상태 등)과 집중이 잘 되는 시간대를 탐색해본다.

· 가장 쉽게 집중력이 발휘되는 자극의 종류(청각, 시각, 운동 감각 중에서)를 찾아보도록 한다.

· 가장 쉽게 이해가 되는 조건(강의와 교재 스타일)을 찾아보도록 한다.

⑥ 금방 외우고 금방 잊어버리는 아이

· 꼭 해야 할 일을 함께 기록한 다음에 실천 여부를 하나하나 점검하도록 한다.

· 공부를 하고 나면 주기(하루, 일주일, 시험)에 맞춰 반복하는 연습을 시킨다.

· 기억력 강화에 필요한 시각인지 능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운동을 하도록 한다.

⑦ 자리에 앉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아이

· 공부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게 되는 일이 없도록 한다.

· 부담 없는 공부를 가급적 자주 경험해보도록 한다. 아래 표를 통해 미리 자신의 공부를 충분히 생각한 다음에 선택하도록 한다. 단 한 번이라도 마음먹은 대로 집중해서 공부해본 성공 경험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 짧은 시간이라도 공부에 집중했다면 아낌없이 칭찬한다.

· 공부와 놀이의 우선순위를 서서히 조정해나간다.

집중력 자가진단표
집중력 자가진단표

거듭 강조하지만 산만한 아이들을 미워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근육 발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제대로 걷지도 뛰지도 못하는 경우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두뇌의 집중력 담당 부위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누가 집중하고 싶지 않단 말인가? 집중하고 싶지만 마음대로 집중할 수 없는 현상은, 미움이 아니라 안타까움으로 대해야 한다.

두뇌는 자기 마음대로 조정되지 않는 신체기관(불수의기관)이다. 두뇌는 산소와 자극 그리고 영양의 원활한 공급을 통해 발달한다. 환경오염이 피부에 아토피를 만들 듯, 두뇌에 전달되는 자극의 오염과 왜곡 그리고 편중이 두뇌에 아토피를 만든다.

박재원/비유와상징 행복한공부연구소 소장

‘집중력’ 관련한 세 가지 역설

■ 운동의 역설 : 열심히 운동을 하면 근육뿐만이 아니라 충분한 자극이 가해져 두뇌에서 집중력을 담당하는 부위도 강화된다. 열심히 운동을 해서 강해진 집중력을 공부에 발휘하면 의외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운동할 시간을 줄여서 공부를 시키면 당장은 더 많은 공부를 하게 되겠지만 운동을 통해 두뇌에 자극을 가해 집중력 자체를 키울 수 있는 기회는 그만큼 줄어든다. 성장과정에서는 공부보다는 운동이 공부에 도움이 되며 반대로 운동보다는 공부가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역설을 입증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 놀이의 역설 : 친구를 만나서 놀다보면 다툼이 생기고 감정 대립도 생긴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기르게 된다. 나중에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는 단계에서 뛰어난 자제력을 발휘하게 된다. 반대로 친구들과 노는 시간을 줄여 공부를 더 시키면 당장은 유리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인간관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감정 표현과 조절 능력이 취약해지기 십상이다. 성장 단계에서는 공부보다는 친구들과 하는 놀이가 공부에 도움이 되며, 반대로 혼자 놀거나 공부만 하게 되면 갈수록 공부가 힘겹게 된다. 특히 질풍노도의 시기인 사춘기를 거치면서 자기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지면 공부 자체를 멀리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공부를 열심히 했으니까, 아무런 감정도 없는 컴퓨터와 노는 시간을 허용하는 경우가 최악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런 역설은 흔히 볼 수 있다.

■ 독서의 역설 : 교과서 공부는 하기 싫지만 재미있는 책 읽기는 열심히 즐긴다. 당장 성적을 따지기보다는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도록 한다. 어려운 책보다는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으면 책을 통한 정보 습득 능력을 크게 키울 수 있다. 반대로 학과 공부 시간을 늘리면 학원에 가서 수업을 듣고 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에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어진다. 책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어내는 연습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점점 공부하는 내용이 많아지고 어려워지면 스스로 책을 읽으면서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결국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된다. 저학년 시절에는 학과 공부보다 책읽기가 학습 능력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된다. 반대로 처음부터 학과 공부에 연연하면 독서로써 학습능력을 키울 기회를 잃게 되고 결과적으로 고학년이 되면서 대부분 역전을 허용하게 된다. 이런 역설 또한 결코 드물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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