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준구 교수
새내기 특강서 쓴소리 낸 이준구 교수
“지금 우리 대학들은 ‘막장 교육’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서울대 이준구 교수(사진·경제학)가 우리 대학의 교육 현실에 대해 작심한 듯 쓴소리를 냈다. 그는 10일 교내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열린 정시 합격 새내기 대상 특강에서 암기 위주, 영어 중심, 독불 장군식 교육 문화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교수는 “미국 명문대라도 영어로 강의하는 것만 다를 뿐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서울대 출신의 세계적인 학자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며 “이는 단순 주입식 암기 교육과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의 차이 때문인데, 우리는 이를 반성하지는 않고 ‘막장 교육’으로 달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입생들에게도 “여러분도 곧 ‘족보’를 구할 것이고 실제 어떤 선생님은 족보를 기초해 시험을 내기도 하겠지만, 그렇게 공부하면 바보가 될 것”이라며 “서울대생의 70~80%가 그렇게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강에 참석한 합격자들에게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진취적으로 공부할 것을 주문하면서, 사회성을 갖춘 삶의 태도 역시 강조했다. 그는 “책벌레 친구들은 술에 취한 친구의 등 두드려주는 법도 잘 모른다”며 “교류하고 협조하는 방법을 배우고 참다운 우정이 무엇인지 깨닫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궁극적인 목적을 향해 (주변 사람들과) 함께 가는 법을 배워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시 한번 사회적인 삶의 태도를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최근 대학가에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는 영어 강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원어민에 비교하면 70%의 효율밖에 없다”며 “가르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효율적이지 않다면 많은 손실이 있을 것이고, 결국 영어에 시간을 많이 쓰는 만큼 사고력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