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무너지며 전통적인 가족관도 변하고 있다. 사진은 2005년에 방영된 드라마 ‘불량주부’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우리말 논술 7. 사회문화 교과서로 논술 접근하기
과목별 논술교과서/ [난이도 수준-중2~고1] 교과서 읽기 / 논점 1. 가족 형태의 변화 1. 성 역할의 변화와 가족
‘바깥일은 남편의 영역이고, 가사는 주부의 영역’이라는 관념은 우리의 전통적인 가족관에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오늘날 빠른 속도로 힘을 잃어 가고 있다. 맞벌이 부부가 늘고, 직장 때문에 서로 떨어져 사는 부부가 많아지고 있는가 하면, 이혼과 재혼이 늘면서 가족에 대한 관념도 바르게 변하고 있다. 젠더(gender)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하나씩 무너지면서 부부가 함께 가사와 양육을 담당하는 ‘평등 부부’라는 관념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또, 성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부인들은 더 이상 불평등한 지위를 숙명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젊은 부모들은 대부분 아들과 딸을 구별하지 않고 하나나 둘만 낳아 똑같이 교육시키고, 딸도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 또, 노년기의 이른바 ‘황혼 이혼’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부부의 역할에 대한 관념이 바뀌고, 여성 노인들도 독립적인 개체로서 능동적인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2. 미래의 가족은 어떤 모습일까? 미래 정보화 사회에서는 가족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정보 기술의 발달이 가족 관계나 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대한 전망에 대해서는 학자들 간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다만, 미래 사회에서는 다양한 가족 형태가 공존할 것이며,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가족의 형태를 선택하여 삶을 영위해 나갈 것이라는 점을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어떠한 가족 형태이든 새로운 가족 형태를 호의적으로 포용해 주고, 가족 구성원들끼리 평등하면서도 독립적이며 자아실현이 가능한 가족을 구성하는 일일 것이다. -고등학교 <사회·문화> (교학사)
■ 교과 심화 한부모 가정 : 현재 18세 미만의 자녀와 살면서 자녀를 부양하고 부모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한부모와 자녀의 집단을 의미한다. 발생 원인은 이혼, 사별, 유기, 미혼모 등 다양하다. 개인의 자유 및 선택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부부를 기초로 하나의 가정을 이루는 사람들’이라는 가족 개념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확대가족 : 부계친족이나 모계친족이 함께 거주하며 노동력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형태의 가족이다. 핵가족 외의 다른 친족이 함께 거주하는 가계를 말하거나, 생활을 같이 하는 모든 혈족을 가리키기도 한다. 확대가족이 변화된 형태인 수정 확대가족은 부모와 자녀가 각기 별개의 가구를 마련하나, 가까운 곳에 살면서 한 집에 사는 것처럼 자주 왕래하고 협조하며 살아가는 가족을 의미한다. 이러한 가족 유형은 전통 가족문화 가치를 유지하면서 자녀 양육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등장했다. 통크(TONK: Two Only No Kids)족 : 자녀의 부양을 거부하고 부부끼리 독립적인 삶을 꾸려가는 노인 가족을 뜻한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자립해 부부만의 공간에서 생활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며 노년기를 보내고자 하는 성향이 있다. 즉, 자녀와 함께 살면서 성인이 된 자녀 뒷바라지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거나, 손자·손녀를 돌보느라 자신의 자유로운 시간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자녀 세대가 노인 부양을 기피하는 현상이 확산되면서 통크족이 되고자 하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으나, 자립할 만한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정작 실행에 옮기는 비율은 높지 않다.
■ 관점 넓히기 100쌍 중 31쌍이 외국인 여자와 결혼하는 사회가 있다. 얼마 전 영국 브리스틀대학에서 열린 동아시아 사회정책 학술대회에서 대만의 국립치난대학 쉐우 교수가 발표한 대만의 국제결혼 통계이다. 쉐우 교수의 논문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그리고 중국 본토에서 대만으로 국제결혼을 통해 이주해 온 여성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경제·사회적 고통에 관한 것이었다. 대만의 국제결혼 건수는 1998년만 해도 14.1%에 불과했으나 5년 만인 2003년에 31.4%로 급증했다. 물론 중국 본토에서 ‘시집온’ 여성들이 많기 때문에 31.4%라는 국제결혼 건수가 좀 과장된 의미를 담고 있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도 국제결혼이 2000년에 3.7%에서 2005년에 13.6%로 급증했다. 한국의 농어촌 지역 국제결혼 비중은 이미 35%를 넘어섰다. 두 나라는 매우 유사한 인구변동을 겪고 있어 한국도 머지않아 대만과 비슷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2005년 대만의 출산율이 1.18, 한국이 1.08이었다. 대만과 한국 여성의 평균 결혼나이도 각각 27.2살과 27.7살로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대만에서 국제결혼의 비중이 커지면서 어머니, 그리고 부인으로서의 이주 여성들이 겪는 문제도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첫째 신부가 도망가면 다른 신부로 보상해 드립니다’, 심지어는 ‘일년간 무상 보증’이란 표현조차도 일부 상업적 결혼중개업소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심각한 인종·성·인권 차별적 요소가 아닐 수 없다. 동남아에서 대만으로 이주해 온 신부들의 나이가 매우 젊어 남편과 평균 12살의 차이가 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가부장제 가족 문화, 직업상의 차별, 사회적 고립 등의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국제결혼을 통해 태어난 어린이의 교육과 성장환경도 새로운 문제가 되고 있다. 국제결혼을 통해 태어난 어린이가 2003년에 2만8666명으로 대만 전체 신생아 수의 13.4%를 차지하였다. 대만 신생아 7명 중 1명이 외국인에게서 태어난다는 것이다. 중국어를 읽고 쓰기 어려운 동남아 신부들은 ‘좋은 엄마’의 노릇을 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외국인 어머니를 둔 어린이들 역시 학교에서 다양한 형태의 차별과 고립을 경험하고 있다. 국제결혼에서 파생되는 더욱 큰 사회문제는 성인이 되어 대만으로 결혼해 온 여성들이 아니라 그들에게서 태어난 2세들이 성장하면서 겪게 될 구조적 차별이라고 또다른 대만 교수는 단언하고 있다. 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이주해 온 아시아 여성과 그 후손들인 ‘코시안’들이 겪는 문제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남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극도로 낮은 현재의 출산율이 지속되면 한국인과 외국인이 결혼한 가족과 그 후손들이 겪는 고통이 우리 모두의 문제로 다가올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서로 다른 인종이 결합된 가족을 정상적인 가족형태로 받아들인 경험이 없고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교육받고 토론해 본 적도 없다. 다인종·다문화 사회에 대비하여 우선 급한 것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인간의 삶의 형태의 ‘다양성’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유럽과 미국의 대학에서는 ‘다양성’이란 과목이 교양과목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이고, 학부에 따라서는 필수과목으로 강의되고 있다. 현실이야 어떻든 ‘인종 차별적 언어 구사’가 가장 비난받고 엄중한 사회적 제재를 받는다는 인식이 서구사회에서 중요한 규범이 된 것이 어느날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연명 객원논설위원, <한겨레> 2006년 8월8일치
■ 논제 해결 새로운 유형의 가족을 바라보는 관점 <논제 1> 제시문에 나타난 사례에 대해 (갑)의 입장에서 (을)을 반박하시오. (자신의 주장을 드러낸 뒤 상대 입장을 간략히 정리하여 제시하고 그에 대한 재반론의 형식을 취할 것) <논제 2> 제시문에 나타난 사례에 대해 (을)의 입장에서 (갑)을 반박하시오. (전개 방식은 <논제 1>과 동일하게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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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결 방향 전통적으로 가족은 혼인, 혈연, 입양 등에 의해 맺어진 사람들의 집단을 의미한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이러한 전통적인 가족 개념과는 다른 형태의 가족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사례>에는 혈연이나 입양이 아닌 사실혼 관계에 따라 형성된 가족, 각기 다른 가족이 함께 거주하며 한 가족처럼 생활하는 공동체 가족, 동거 및 입양, 혈연관계 등이 복합된 가족, 결혼하지 않고 미혼 여성 혼자 아이를 낳아 형성된 2인 가족 등 다양한 가족 유형이 나타나 있다. 논제에서는 두 가지 관점을 주고 각 입장에서 이러한 가족에 대해 분석, 평가해 보라고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가족에 대해 (갑)처럼 가족 해체, 전통 윤리의 파괴 등의 시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반면, (을)처럼 개인의 자유와 다원성을 인정하는 관점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이들 각각의 관점을 지지해 보라는 문제를 낸 이유는 각 입장에 서서 사안을 평가해 봄으로써 대립하는 입장에 대해 정교하고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 자료 검색 미스맘(miss mom) 결혼을 하지 않고 이루어진 성관계 또는 남자와 성관계 없이 정자은행을 통해 임신하는 여성을 일컫는 말이다. 싱글맘(Single Mom)은 배우자의 사망이나 이혼 등의 이유로 아이들을 홀로 키우는 여성을 이르는 데 비해 미스맘은 자유의사에 의해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미스맘’에 대해서 아이만을 원하는 미혼여성의 이기적인 행동이라는 입장, 개인의 자유를 실현한 새로운 가족 형태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 등 관점이 엇갈리고 있다. 출산에 대한 고정관념을 넘어서 한국은 ‘보편혼(universal marriage)’ 사회로서 세계적 기준에 비춰볼 때 독신율이 가장 낮은 나라에 속한다. 다만 20대 남녀의 결혼율 감소와 더불어 특별히 남성의 결혼관에 의미심장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남성들은 결혼의 이유로서 ‘전통적 관례이므로’, ‘남들이 다 하니까’, ‘대를 잇기 위해’,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심리적 안정을 얻기 위해’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처럼 진부한 이유를 내세우지도 않거니와 결혼을 선택함으로써 얻게 되는 장점보다 결혼을 통해 잃게 될 단점이 커진다는 계산 하에 결혼을 최대한 연기하거나 기피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급변하는 사회구조적 상황에 맞추어 우리네 전통적 가족제도의 한계 및 약점을 극복하고 새롭게 재구성해가는 노력이 따라주지 않는 한 결혼의 ‘효용가치’는 계속 감소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우리네 상황에선 시기상조일지 모르겠으나 결혼율과 출산율 사이에 별다른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서구의 경험을 음미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일례로 프랑스에서는 신생아 2명 가운데 1명은 혼인관계와 무관하게 출생한다. 스웨덴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정책에 반영해 ‘적자’와 ‘사생아’ 간의 구분 자체를 폐기했다. 유럽에 비해 보수성향이 두드러지는 미국에서도 현재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가족형태는 사실혼 관계에 있는 동거 커플과 이른바 ‘자발적 싱글 모(母)’이다. 결혼과 출산 공히 ‘운명(by chance)’으로부터 ‘선택(by choice)’으로 가고 있는 현실에서 이젠 결혼한 부부의 출산 부양책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다양화되고 있는 출산 현황을 인정하고 출산 자체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화하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검토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 함인희(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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