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부르는 입학사정관제 대폭 확대] 우려되는 공정성 시비
대학들이 입학사정관 수나 운용 체제 등을 제대로 갖췄는지에 의구심이 일고 있는 가운데 무리하게 선발 인원을 늘리겠다고 나서, ‘창의성·잠재능력을 중시하자’는 제도 취지를 퇴색시키고 ‘공정성 시비’등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입학사정관이 입학 전형에 참여하는 비중이 늘어날수록 점수 같은 객관적 지표보다는 잠재력이나 창의성 같은 주관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커진다. 하지만 각 대학의 입학사정관 규모나 준비 정도는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치른 2009학년도 ‘입학사정관제 전형’ 현황을 보면, 건국대는 자기추천 전형에서 15명 모집에 1105명이 몰려 73.7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한양대 52.3 대 1, 고려대 42.7 대 1, 연세대 39.9 대 1 등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다른 대학들도 경쟁률이 높았다.
하지만 입학사정관 수는 매우 적은 실정이다. 연세대와 한양대의 입학사정관은 6명뿐이다. 그러나 두 대학은 올해 치를 2010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각각 1309명, 1301명을 선발하겠다고 했다. 경쟁률이 20 대 1만 돼도 전형해야 할 학생이 2만명을 넘어선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된 지 겨우 1년으로 경험도 취약한데다 사정관 수는 턱없이 부족하고, 입학전형 기준이나 방법도 분명하지 않아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입학사정관이 단지 서류 심사나 면접에 일부 참여하기만 해도 대학들이 이를 입학사정관제 전형이라고 포장해 ‘숫자 부풀리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무늬만’ 입학사정관제라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도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대폭 늘린 것처럼 발표하는데, 전형요소 반영비율은 별로 변한 것이 없다”며 “다만 입학전형 과정에 입학사정관을 참여시키겠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입학사정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수연 가톨릭대 입학사정관 연구실장은 “봉사활동이나 각종 수상 내역들, 자기소개서처럼 단순히 눈에 보이는 실적이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학생의 잠재력을 해석해 지표로 만들려면 많은 시간과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을 얼마나 많이 뽑느냐보다 정성적 평가를 제대로 해내는지가 입학사정관제 성공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소연 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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