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서(2)양과 엄마 임하얀씨가 집에서 밀가루 반죽으로 과자를 만들어 보며 요리놀이를 하고 있다. 임하얀씨 제공
다양한 특성 가진 재료 활용
아이의 생각 음식으로 표현
성취감·의사소통력도 커져
아이의 생각 음식으로 표현
성취감·의사소통력도 커져
대전에 사는 네 살 보근이 엄마 박정희(33)씨는 지난 1월부터 아이와 집에서 ‘요리놀이’를 시작했다. 이전에는 엄마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기만 했던 보근이는 금세 과도로 음식을 써는 데 익숙해졌고, 이제는 설거지도 알아서 잘한다. 박씨는 “아이가 요리를 직접 해 보면서 낯선 재료들과 요리 방법에 대해 흥미를 느끼게 됐고, 자기 의사를 분명히 표현할 줄도 알게 됐다”며 “굳이 돈 많이 드는 미술·음악학원에 보내지 않아도, 아이와 집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요리놀이가 아이의 창의력 발달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몇 해 전부터 아이와 함께 하는 요리놀이가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다. 엄마들에게 요리는 그저 일이지만, 아이들은 다양한 재료를 만지고 자르고 뭉치는 등의 과정을 통해 소근육과 오감을 발달시킬 수 있고, 직접 요리를 완성해 보면서 성취감과 자신감도 얻을 수 있다. 한글 모양 쿠키를 만든다든지, 재료를 같은 크기로 나눠 세 보면서 언어나 수학과 관련된 개념을 몸소 체험해 볼 수도 있다. 아이와 쉽게 해 볼 수 있는 요리놀이 안내서 <창의폭발 엄마표 요리놀이>를 펴낸 심진미(28) 어린이요리 교육센터 ‘아이아띠’ 대표는 “요리놀이는 아이의 다양한 감각을 자극함으로써 창의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편식이나 잘못된 생활습관을 고치는 데도 좋다”고 말했다. ■ 요리놀이, 뭐가 좋은가 직접 요리를 하는 과정에는 미각뿐만 아니라 촉각과 후각, 시각 등 다양한 감각이 동원된다. 아이는 밀가루 반죽이 주는 촉감, 소금이나 설탕 등 향료들의 맛, 온갖 야채들의 다양한 색깔 등을 통해 감각을 발달시킨다. 심 대표는 “아이에게 재료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요리해 보게 하면 생각지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는 경우가 많다”며 “자기 생각대로 만든 요리를 보며 아이는 큰 성취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두 돌이 갓 지난 윤서 엄마 임하얀(30)씨는 “아이에게 몇 번 요령을 알려 주니까 금방 빵 모양을 기억해 놓았다가 그대로 만들기도 하고, 스스로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어내기도 한다”며 “요리놀이를 하면서 의사소통 능력도 많이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요리놀이가 아이의 편식이나 다른 잘못된 습관을 고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아이는 자기가 만든 요리에 애착을 갖게 되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 음식도 직접 만들면 먹게 된다는 것이다. 임씨는 “콩이나 김치를 잘 먹지 않았는데 콩을 넣은 떡, 김치가 들어간 주먹밥을 직접 만들어 본 뒤로는 별 거부감 없이 콩이나 김치를 잘 먹는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아이가 요리를 통해 어떤 일에 일정한 순서가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면, 다른 일을 할 때에도 차근차근 계획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며 “요리놀이가 끝나고 설거지와 주변을 정리정돈하는 것까지 모든 과정이 아이에게 좋은 습관을 들이는 훌륭한 공부”라고 말했다. ■ 요리의 주인공은 아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요리놀이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아이여야 한다는 점이다. 부모는 아이가 혹시 요리를 망칠까 봐 아이의 의사를 무시하고 요리를 진행하기 쉽다. 심 대표는 “아이가 요리를 엉망으로 만들 것 같아도 요리를 해 본 뒤 아이가 스스로 잘못된 점을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부모는 아이가 위험한 도구를 사용할 때만 도와 주고 개입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아이가 요리에 흥미를 잃지 않게 하려면 처음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재료로 요리를 하는 것이 좋다. 아이의 식습관을 고치겠다며 처음부터 아이가 싫어하는 음식으로 요리를 하게 되면 요리놀이를 싫어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요리에 흥미를 느낀 뒤부터 조금씩 아이가 먹기 싫어하는 야채나 과일을 조금씩 넣는 것이 효과적이다. 요리가 끝나고 나면 만든 느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심 대표는 “요리의 맛이 어땠는지, 요리하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 보고, 만든 요리를 그림이나 글로 남기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정민영 기자 min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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