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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생소한 고난도 접근불가형 (X) 교과범위에 사고력 가미형 (O)

등록 2009-03-22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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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본고사 방향은

고교 교육의 파행이나 사교육비 폭증 등의 이슈는 어른들의 본고사 걱정이다. 당장 본고사 대비에 나서야 하는 수험생한테는 본고사의 유형이 최대 관심사다. 현재 학생들은 본고사의 난도가 수능 유형의 문제보다는 높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다. 수험생 커뮤니티 수만휘(www.sumanhui.com)에서 한 학생은 “본고사 문제 난도가 안드로메다급이라던데 나처럼 평범한 지능을 가진 사람은 아무래도 도전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부활하는 본고사 문제의 유형을 가늠해 보기 위해 현직 고교 교사, 대학교수, 25년 경력의 학원 강사와 함께 옛 본고사 문제를 검토해 봤다. 예나 지금이나 입시에서 가장 큰 변별력을 지니는 수학 과목을 대상으로 했다.

58년 개띠들이 치렀던 77학년도 서울대 본고사 문제는 당시에도 논란을 낳았던 문제다.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는 “당시 고교 교육 과정에 평균값 정리가 나오지 않는데도 이 내용이 출제된 탓에 말이 많았던 문제”라며 “평균값 정리만 알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박상준 상명대부속여고 교사는 “교과서에 중간값의 정리라는 이름으로 나오긴 하지만 수능 유형의 문제와는 크게 달라 지금 학생들이 풀기엔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95학년도 서울대 본고사 문제 역시 지금의 수능 문제와는 크게 다른 유형이라는 설명이다. 박상준 교사는 “고난도 문제는 아니지만 수능형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은 접근하기 어렵다”며 “앞으로 대학 본고사 문제로 이런 유형이 출제된다면 학생들은 수능 공부 말고도 본고사만을 위한 공부를 따로 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용진 교수는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늘더라도 수능 유형과는 다른 본고사 유형의 문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는 “상위 20%에 속하는 우수한 학생들의 수학과 과학 실력을 선다형 시험으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현재 수능형 문제는 수학적 아이디어를 내서 푸는 게 아니라 선택지를 보고 맞냐 아니냐만 판단하는 수준이라고 본다”고 했다. 우수한 학생을 변별하는 데 수능 성적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본고사 도입을 주장하는 일부 대학의 논리와 맥락이 같다.

송용진 교수는 본고사의 유형으로 서술형 문제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단, 그는 현재의 수리논술은 바람직한 형태의 서술형 문제가 아니라고 못박았다. 그는 현재의 수리논술 유형이 “본고사 논란을 피하려고 대학들이 만든 기형적인 형태”라고 비판하며 “진짜 수학적 사고력을 평가하는 데는 답이 길어야지 문제가 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25년 동안 학원에서 과학고 학생들의 올림피아드 준비와 서울대 구술면접 등을 지도해 온 임순기 강사는 수능형 문제로도 충분히 학생들을 변별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그는 94학년도 처음 시행됐던 수능에 대비해 92년에 치렀던 일곱 차례의 평가고사 형태를 모범사례로 들었다. “그때만 해도 수리영역이 아니라 수리탐구영역이었는데 학생들의 수학적 사고력을 측정할 수 있는 문제들이 많았다”며 “1990년대 후반에 수리영역에서 ‘탐구’가 빠지면서 난도가 확 떨어져 변별력을 잃은 측면이 있지만 지난해 2009학년도 수능처럼만 나오면 굳이 본고사를 따로 치르지 않아도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에 대해서는 박상준 교사도 “지금의 수능은 초기 수능과는 많이 다른데 그때는 통합형 문제라고 해서 높은 수준의 수학적 사고력을 묻는 게 많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질 높은 문제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박상준 교사는 “초기 수능에는 물리나 화학 등 다양한 교과의 내용과 결합한 문제가 많이 나왔는데 현재는 한 해에 한 문제 정도 출제되는 수준”이라며 “수능 문제를 출제할 때 통합교과형 문제를 내기 위해 다른 교과 교수들과 긴밀히 협력하지만 수학적 지식과 관련이 있으면서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나지 않는 다른 교과의 개념을 찾아내는 게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결국 본고사의 관건은 교육과정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사고력을 평가할 수 있는 적절한 난도를 갖추는 일이다. 송용진 교수는 “교과서에 나오는 수학적 지식을 토대로 약간의 수학적 아이디어만 있으면 풀 수 있는 적정 수준의 문제를 내야 사교육이 팽창하는 것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70년대 본고사 세대의 ‘바이블’이었던 일본 대학의 대학별 고사 문제는 어떨까. 89학년도 도쿄대 본고사 문제에 대해 박상준 교사는 ‘철 지난’ 문제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는 “같은 수학적 지식을 물어보더라도 창의력과 사고력을 동원해야만 풀리도록 설계된 문제가 있는가 하면 계산력과 이해력만 있어도 풀 수 있도록 만들어진 문제도 있다”며 “도쿄대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 문제해결능력은 사고력과 창의력이 요구되는 현재의 문제해결 능력보다 좀 수준이 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송용진 교수 역시 “문제가 묻고 있는 복소수 함수나 복소수 평면 등은 지금 교육과정에 모두 빠져 있는 내용”이라며 “대학에 가서 배우는 고급 지식이긴 하지만 수학적 아이디어를 요구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평했다.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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