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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자존감’ 일깨워야 실패해도 당당해져

등록 2009-04-05 16:21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

내 친한 친구의 딸 은주(가명)가 증권회사의 입사 면접을 준비하면서 나에게 도움을 청했다. 나는 기꺼이 코칭을 해줬다. 은주는 그동안 공인회계사가 되고 싶어 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실패했고 더 늦어지면 취직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서 취직을 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본래 활달하고 자신감이 높은 아이였지만 시험을 몇 차례 떨어지다 보니 아무래도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준비한 자신의 소개 발언에는 힘이 없고 공허한 말들로 채워져 있었다. 이미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회계사 시험에 실패한 얘기를 썼는데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런 것은 적으면 불리하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 더 불안해하기도 했다. 나는 우선 회계사 시험에 떨어진 게 부끄러운 일인가에 대해 은주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람은 누구나 목표를 정하고 도전하지만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도전해서 실패했다는 것은 인생에서 낙오를 의미하지도 않고 오히려 얼마든지 더 좋은 기회로 만들 수 있다. 더 좋은 기회로 만드는 책임은 바로 본인에게 있다. 실패 후에 우리가 할 일은 실패를 통해 배운 교훈을 정리하고 다시 도전하든가 아니면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애써 공부했던 회계사에 대한 미련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며 대단히 인간적인 모습이다. 좀 더 속상해해도 된다. 이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은주는 부끄럽기만 했던 자신의 과거에서 벗어나 점차 자신감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은주에게 면접에서는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일러주고 자기소개를 어떻게 할 것인가 물었다. 그러자 은주는 과감하게 회계사 시험을 위한 도전과 실패, 지금의 심정, 앞으로의 꿈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겠다고 했다. 자신이 전에 준비했던 발언은 발표하다가 긴장이 되어 중간에 잊어버리면 머리가 하얘질 것 같은데 자신의 진실한 스토리를 말한다면 좀 긴장이 되더라도 차분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 용기에 대해 격려를 해주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말할 것인지 말해보도록 했다. 은주가 말한 것을 내가 도로 들려주면서 느낌이 어떤지 물어보면 본인이 바로바로 긍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말로 바꾸었다.

1차 면접이 끝나자마자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기분이 매우 좋다고 했다. 자신보다 더 좋은 학교와 더 좋은 자격증을 가진 경쟁자들이 자기소개를 할 때는 면접관들이 시큰둥하게 들었단다. 그런데 자신이 얘기할 때는 면접관들이 주목하며 관심을 보이고 “정말 솔직하다”라는 말과 함께 질문도 많이 했는데 긴장도 덜 돼 대답도 잘 했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2차 임원 면접도 잘 통과해 어제부터 출근을 했다.

이번에 은주를 코칭하게 된 것은 나에게도 좋은 배움의 기회가 되었다. 당당함과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 올바른 근원은 자신의 모습을 괜찮게, 나아가서 소중하게 보는 것이다. 성공만 경험해서 자신의 모습을 괜찮게 보게 되어도 좋을 것이지만 그럴 수도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어차피 우리는 실패와 실수를 거듭하면서 살 운명이다. 그렇다면 우리 삶에서 더 중요한 것은 실패했을 때도 주눅들지 않고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이때 부모의 역할이 중요한데, 그것은 바로 실패를 통해 배운 교훈을 정리하고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말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한국코칭센터 전문코치 khnam@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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