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20)
‘진짜 공부’ 위해 선택한 길
나태해진 자신 보며 결단
사랑으로 공부방아이들 감싸
나태해진 자신 보며 결단
사랑으로 공부방아이들 감싸
봉사활동 성공사례
#2 체험수기 최우수상 김영우 학교, 독서실, 학원, 집, 학교…. 대한민국 고등학생인 이상 누구도 감히 이 쳇바퀴를 벗어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김영우(20)씨는 달랐다. 학교를 자퇴함으로써 이 굴레를 벗어났다. 학교를 벗어나자 봉사활동도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60시간 의무, 봉사자 전형, 봉사시간 확인서 등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한테 봉사활동은 인생을 가르쳐 준 학교요 교사였다. “‘시험공부’가 아니라 ‘진짜 공부’를 하고 싶었죠.” 시험과 명문대 입학만을 강요하는 교육 현실이 싫어서 선택한 자퇴 생활은 그리 쉽지 않았다. 처음 두 달은 “정말 먹고 놀고 잠만 잤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자유 아닌 방종”에 가까운 생활이었다. 그때 돌파구로 선택한 게 봉사활동이었다. “자퇴를 하면서 얻게 된 자유에 뒤따르는 책임과 절제를 봉사활동을 통해 실천하려고 했죠.” 그래서 그는 공부방 교사가 됐다. 중학교를 차석으로 졸업할 정도였으니 실력은 충분했다. “굳이 교육봉사활동을 선택한 건 그것이 좀더 실질적으로 제 능력을 활용해 남에게 베풀 수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중학교 때에도 호스피스 병원과 장애아동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했지만 그건 왠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주중에 네 번, 초·중학교 아이들이 학교에 돌아올 시간에 맞춰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봉사활동은 끊임없이 그의 능력을 시험했다. 커다란 기대와 부푼 희망을 안고 간 그를 처음 맞이한 것은 낯선 이를 경계하는 듯한 아이들의 차가운 눈초리였다. “공부방에 찾아오는 아이들은 대개 가정 형편이 어려웠어요. 편부모 가정, 조손 가정, 심지어 납치를 당한 경험이 있는 아이까지 어두운 그림자가 보이는 아이들이 많았죠.” 영우씨는 의욕적으로 학습지도 교안이며 아이들 몫의 교재까지 직접 만들어 갔지만 아이들은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결국 아이들에 대한 동정심으로도 버텨 낼 수 없는 한계가 찾아왔다. “한 아이가 청개구리처럼 사사건건 반대로 행동하는데 마치 제가 화내는 것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어요.” 아이를 불러 따로 이야기를 나눴지만, 눈을 부릅뜨며 말꼬리만 물고 늘어지는 모습을 보자 감정이 격해진 그는 그만 아이의 뺨을 때리고 말았다. “왜 자신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려고 노력하지 않는지 아이들이 답답했어요. 저 역시 어렸을 때 아버지의 부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지만 어린 동생 챙겨주면서 제 꿈을 위해 열심히 공부했거든요.” 생각을 거듭할수록 영우씨는 아이들을 무시하는 마음이 커졌다고 한다. 봉사자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에 그도 빠진 것이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초등학교 시절 일기장이 ‘각성의 계기’가 됐다. “일기장 속의 저는 공부방 아이들처럼 마냥 심술궃고 어른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하는 철부지였어요. 그런 아이가 정말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자라나 지금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을 그때야 깨달았죠.”
영우씨는 그날 바로 다시 공부방으로 달려가 자기가 뺨을 때린 그 아이를 안아 줬다.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건 동정이 아니라 사랑과 관심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그때부터가 진짜 봉사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그는 이런 경험으로 서강대가 주최하는 ‘전국 중고생 자원봉사 체험수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아이들과의 ‘힘겨루기’를 끝낸 영우씨는 성적 향상을 돕는 교사가 아닌 꿈을 심어 주는 멘토로 함께한다. 영우씨는 지금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데 공부방 제자가 자기를 따라 유학을 목표로 세웠다. “장학금과 재정보조를 받아 유학을 가려고요. 이런 도전이 저처럼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두드리면 문은 열린다’는 희망이 됐으면 해요.” 장세영(군포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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