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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교육발언대] 교과서 내용 부실…경쟁력 갖춰야

등록 2009-04-12 16:58수정 2009-04-15 09:23

교육발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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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디찬 겨울바람이 이내 사그러들더니 어느덧 교정에 개나리와 벚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신학기 새로운 반에 새로운 친구들에 들뜰 법도 한데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다름 아닌 ‘교과서’ 때문입니다.

저희 학교 3학년 학생들은 작년 3만여원의 교과서 대금을 내고 교과서를 배부 받았습니다. 문제가 되는 점은 12권의 교과서 중 사용하는 교과서가 단지 탐구 과목 교과서 2권뿐이라는 점입니다. 그 외의 나머지 열 과목들은 학생들이 따로 구입한 문제집이나 보충 교재로 진도를 나가고 있습니다. 단 한 번도 열어 보지 않은 교과서는 바로 사물함 구석, 또는 폐휴지함으로 직행하게 됩니다. 다른 학교들 역시 고3들의 경우는 마찬가지입니다. 주변 학교 친구들에게 물어본 결과, 중요 과목 수업을 교과서를 사용해서 진도를 나가는 학교는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아예 전 과목 수업을 문제집이나 모의고사 기출문제로 진도를 나가는 학교도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의 부담은 커져만 갑니다. 어찌 보면 교과서 대금 3만원은 그리 큰돈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과서를 대신할 문제집 대여섯권만 구입한다 하더라도 10만원이 훌쩍 넘는 돈을 써야 합니다. 그 외로 새롭게 준비할 보충수업 교재나 시험 대비 문제집, 자습서 비용까지 생각한다면 학기 초에 책값으로 나가는 비용만 해도 어마어마합니다.

많은 학교들이 교과서보다는 문제집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선 교과서가 수능과 너무 동떨어진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학생들이 수능만을 위한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여러 학교들이 교과서가 아닌 문제집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데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수능을 200여일 앞으로 앞둔 이 시점에, 대다수의 학생들은 역시 수능을 중점에 두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교과서는 수능을 준비하는 우리들에게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회탐구 과목과 같이 암기할 내용이 많은 과목과 같은 경우는 교과서가 도움이 될 수 있다 해도, 언어나 수리, 외국어, 과학탐구 같이 심층적인 이해와 심화 학습이 필요한 과목의 경우 그렇지 않습니다. 한 예로, 수학 교과서의 경우, 교과서 문제와 모의고사 또는 수능 문제의 경우 난이도 차이가 현저합니다. 교과서로만 공부하다가는 모의고사나 수능 성적에서 물먹기 십상인 것입니다.

이러한 현실 아래 저는 학생이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이 자신에게 필요한 과목의 교과서를 정하여 그것만 구입할 수 있도록 하게끔 하는 것입니다. 학교 수업에서 사용하지도 않고 따로 필요하지도 않은 과목의 교과서라도 강제적으로 모든 과목의 교과서를 사게끔 한다면, 또 그래서 그 교과서들이 한 번 펼쳐지지도 못한 채 버려진다면 이는 분명 교과서를 사는 학생이나 교과서를 발행하는 국가 모두에게 낭비일 것입니다. 교과서 자체에 있어서도 변화가 필요한 때입니다. 교과서를 시중의 다른 문제집이나 자습서와 같이 ‘수능만을 위한 교과서’로 만들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수능과 함께 발맞추는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와 학생들이 신뢰를 가지고 공부할 수 있는 교과서를 기대해 봅니다. 한주형 <아하!한겨레> 학생기자(고 3년)

◇ 이번주부터 ‘교육발언대’가 새로 생겼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쓴소리, 단소리의 공간입니다. 학생, 학부모, 교사 등 우리나라 교육과 관련된 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본지의 ‘왜냐면’과 같은 성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200자 원고지 8~9매 분량으로 성함과 소속, 연락처 등과 함께 edu@hani.co.kr로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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