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대학생’의 대학 탐방에도 매뉴얼이 필요하다. 요식적인 탐방이 되지 않으려면 미리 준비할 것들이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누리집·안내책자 통해 기초정보 미리 수집
구체적 질문 준비하고 들은 내용 꼭 메모를
구체적 질문 준비하고 들은 내용 꼭 메모를
이주의 교육테마 /
올해 고등학생이 된 정준헌(17·충북 청원고)군은 공부가 지겹다고 느낄 때마다 서울대 정문이 새겨진 열쇠고리를 쳐다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얼마 전 대학 탐방 때 만난 도우미 대학생 형이 ‘꼭 후배로 다시 만나자’며 선물을 건넨 것이다.
본격적인 캠퍼스 탐방 시즌이 왔다. 많은 중고생들이 시간 여유가 있는 방학이나 공휴일에 대학 탐방을 많이 하지만 선배들이 많지 않아 자칫 빈 건물만 보고 오기 십상이다. 요즘 같은 봄철에 방문하면 시험기간이 아니라 여유가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학 캠퍼스의 활기찬 모습도 제대로 볼 수 있다.
중·고교 시절 자신이 진학하기를 원하는 대학 캠퍼스를 방문하는 것은 머릿속으로만 그려보던 대학을 현실적으로 확인하는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진학 동기를 더욱 굳게 하는 좋은 계기로 작용한다. 또 희망하는 전공에 대해서도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얻어 미래 계획을 충실히 세울 수 있다. 목표를 구체화함으로써 학습 의욕을 높이는 효과도 크다.
자녀가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고 싶어도 정보가 없어 안타까워하던 학부모들에게도 더없이 좋은 기회이다. 김인수 인천 서운고 교사는 “만날 공부하라고 얘기하는 것보다 같이 손잡고 대학 캠퍼스를 거닐며 앞으로 하고 싶은 공부나 하고 싶은 일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것이 교육적으로도 훨씬 효과가 크다”고 조언했다.
최근 여러 대학들이 개인이나 단체 방문 학생들을 위한 ‘캠퍼스 투어’ 프로그램을 잇따라 마련하고 있어, 대학 탐방이 훨씬 편리해지고 내용도 풍성해졌다. 고려대는 매년 홍보대사를 선정해 캠퍼스 투어를 진행하는데, 강연과 고려대 비전 비디오 감상, 응원 배우기 등으로 짜인 실내 행사와 홍보 대사들과 함께 교정과 건물 등을 돌아보는 실외 행사로 구성돼 있다. 한양대도 수험생들이 입학 전형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고, 도서관이나 박물관, 강의실 등 학교 시설을 직접 둘러볼 수 있는 대학 탐방을 적극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대학 탐방이 주는 교육적 효과가 크지만, 준비 없이 무턱대고 방문한다면 기대했던 소득을 얻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대학 탐방을 갈 때 무엇을 미리 준비해야 하고, 어떤 점에 중점을 둬서 돌아봐야 하며, 다녀온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본다.
■ 미리 준비해야 결실도 크다
대학을 방문하기 전 대학 홈페이지나 학교 안내 책자 등 기초 정보를 미리 확인하고, 학교에 관해 알고 싶은 질문도 작성해 두는 게 좋다. 입시 자료에서 얻을 수 없는 학교 분위기나 전공 분야 선배를 통한 학과의 특성, 학생들의 생활, 학교의 장단점 같은 질문 목록을 만들어 학교별로 비교하면 각각의 차이점 등을 알 수 있다. 또 교내 서점, 기숙사, 학생식당, 체육관 등 가능한 많은 곳을 둘러볼 수 있도록 학교 지도 등을 미리 챙기는 것도 잊지 말자.
■ 탐방의 주제를 명확히하자
대학 탐방은 목표 대학을 선택하는 가이드 구실을 해야 한다. 단순히 건물이나 학교 명소만 보고 오는 게 아니라 재학생 선배들한테서 동아리 등 대학 생활과 전공 특성 및 공부에 대한 조언을 들으면서 ‘이 학교에 입학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갖게 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자신이 관심 있는 학과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탐방 프로그램을 신청할 때 미리 밝혀야 한다. 그런 뒤에 학과 사무실이나 학생회 같은 곳에 미리 연락을 해서 전공 공부와 전망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들어본다. 연구실, 실험실 등이 보고 싶은 경우에는 미리 신청을 해야 한다.
입학 정보가 더 절실하다면 입학 상담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일정을 짜야 한다. 보통 대학에서는 입학처 관계자들과의 면담 시간을 마련하는데 미리 궁금한 점을 준비해 가서 충분히 물어볼 수 있도록 한다.
■ 탐방 일지 작성은 필수
보통 하루에 2~3개 대학을 잇달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첫 번째 학교에서 들은 내용이 쉽게 잊혀지거나 첫 번째 학교에서 들은 내용과 두 번째 학교에 관한 내용이 뒤섞일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탐방을 하는 동안 꼼꼼히 메모하고, 탐방을 마친 뒤에는 반드시 ‘탐방 리포트’를 작성하도록 한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안내책자는 별도로 보관하고, 인상 깊었던 곳은 사진 촬영 등을 통해 간직하도록 한다.
■ 탐방 신청 요령
각 학교의 홈페이지를 통해 자유롭게 신청할 수 있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단체 신청을 받지만 일부 학교는 개인 신청을 받기도 한다. 탐방 신청 때는 학교 홍보대사 도우미를 신청할 수 있는지 여부를 알아보도록 한다. 연세대·고려대·한양대 등 많은 대학들이 학생들로 구성된 홍보대사 도우미를 두고 있다. 이들은 도서관이나 박물관을 안내해주고 대학의 연구 성과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재학생의 동아리 공연 등을 안내하기도 한다. 직접 학교를 방문할 수 없다면 각 대학교 홈페이지에 마련된 ‘사이버 캠퍼스 투어’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윤현주 교육칼럼니스트
대학들의 탐방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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