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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편견에 가린 본질 찾기

등록 2009-04-12 19:53

우리말 논술 14. 문학 교과서로 논술 접근하기
과목별 논술교과서 / [난이도 수준-중2~고1]

논점 2. <슬견설>에 나타난 인식의 전환

■ 교과서 읽기

어떤 손[客]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어제 저녁엔 아주 처참한 광경을 보았습니다. 어떤 불량한 사람이 큰 몽둥이로 돌아다니는 개를 쳐서 죽이는데, 보기에도 너무 참혹하여 실로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맹세코 개나 돼지의 고기를 먹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떤 사람이 불이 이글이글하는 화로를 끼고 앉아서 이를 잡아서 그 불 속에 넣어 태워 죽이는 것을 보고, 나는 마음이 아파서 다시는 이를 잡지 않기로 맹세했습니다.”

손이 실망하는 표정으로,

“이는 미물이 아닙니까? 나는 덩그렇고 크고 육중한 짐승이 죽는 것을 보고 불쌍히 여겨서 한 말인데, 당신은 구태여, (하찮은) 이를 예로 들어서 대꾸하니, 이는 필연코 나를 놀리는 것이 아닙니까?” 하고 대들었다.

나는 좀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를 느꼈다.

“무릇 피[血]와 기운[氣]이 있는 것은 사람으로부터 소, 말, 돼지, 양, 벌레, 개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한결같이 살기를 원하고 죽기를 싫어하는 것입니다. 어찌 큰 놈만 죽기를 싫어하고, 작은 놈만 죽기를 좋아하겠습니까? 그런즉, 개와 이의 죽음은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서 큰 놈과 작은 놈을 적절히 대조한 것이지, 당신을 놀리기 위해서 한 말은 아닙니다. 당신이 내 말을 믿지 못하겠으면 당신의 열 손가락을 깨물어 보십시오. 엄지손가락만이 아프고 그 나머지는 아프지 않습니까? 한 몸에 붙어 있는 큰 지절과 작은 부분이 골고루 피와 고기가 있으니, 그 아픔은 같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당신은 물러가서 눈 감고 고요히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하여 달팽이의 뿔을 쇠뿔과 같이 보고, 메추리를 대붕(大鵬)과 동일시하도록 해 보십시오. 연후에 나는 당신과 도(道)를 이야기하겠습니다.” 라고 했다. - <고등학교 문학>

어떻게 읽을까

이 작품은 <차마설>과 마찬가지로 수필 형식인 설(說)에 속하는 작품이다. <차마설>이 비유를 바탕으로 글쓴이의 견해를 직접적으로 제시한 데 비해 <슬견설>은 대화의 형식으로 간접적으로 글쓴이의 견해를 제시한다. 이런 대화 형식과 이[蝨]와 개[犬]라는 독특한 비유의 방식에서 글쓴이의 개성이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이를 죽이는 것을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손[客]에게 글쓴이는 크기에 상관없이 모든 생명체는 죽기 싫어하기 때문에 선입견을 버리고 사물의 본질을 올바로 봐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작품을 읽을 때에는 먼저 수필의 장르상의 특징을 고려해 어느 부분에서 작가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지 살펴가며 읽어야 한다. 또 글쓴이가 사용한 다양한 비유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기본적인 독해 과정이 끝나면 이를 현대인의 삶에 적용해본다. 편견을 버리고 본질을 보자는 이 글의 주제는 다양한 사회문제에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장애인, 여성, 이주노동자 등과 같은 소수자에 대한 차별 대우나 교육 현장에서의 집단 따돌림 현상 등이 이에 해당한다.

■ 교과 심화

평화 문화 선언 2000

· 나는 나의 일상생활, 가정, 직장, 지역 사회, 나라에서 다음 사항을 준수할 것을 엄숙히 선서한다.

· 차별이나 편견이 없이 모든 사람의 생명과 존엄성을 존중한다.

· 모든 형태의 폭력(신체적·성적·심리적·경제적·사회적 폭력, 특히 아동 및 청소년 폭력과 같이 가장 혜택 받지 못하고 취약한 사람들에 대한 폭력)을 거부하면서 능동적인 비폭력을 실천한다.

· 배제, 부정, 정치적·경제적 억압을 끝내기 위하여 아량을 발휘하여 나의 시간과 물질적 자원을 공유한다.

· 광신, 명예 훼손, 타인의 거부보다는 오히려 대화와 청취에 언제나 우선권을 부여하면서 의사 표현의 자유와 문화적 다양성을 옹호한다. -<고등학교 시민윤리>

■ 논제 해결

국적·피부색 차별 없애는 배려와 공감

제시문 (가)에 나타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나)를 참고해 서술하시오.(500자 내외)

(가) 지난해 외국인과 혼인한 사람이 4만3천여명으로 2004년과 대비하여 21.6%나 늘었다고 한다. 100쌍 중 13.6쌍이 외국인과 혼인하였는데, 그중에서도 농림어업에 종사하는 남성이 외국 여성과 결혼한 비율이 35.9%나 된다고 한다. 이들 중에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여성도 있지만 많은 결혼이민자가 의사소통, 사고방식이나 가치관 차이, 생활 습관 차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이들은 심청이들이다. 자신과 가족의 가난을 해결하고자 한국으로 온 제3세계 여성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땅은 용궁이 아니라 인종 모순, 계급 모순, 성 모순이 중층적으로 결합된 인당수 한복판이다. 공양미 삼백석 값에 해당하는 돈을 주고 이들을 데려온 한국인 남편은 같이 살면서도 자신감과 확신이 부족하여 자주 아내를 의심하는 증세를 보인다고 한다. 부인이 돈을 목적으로 한국에 왔고 언제 도망갈지 모른다는 의혹을 갖고 있으며, 그것이 폭력이나 폭언, 경제적 학대로 나타나곤 한다는 것이다.

여성 이민자가 이주여성인권센터를 찾아와 한국어를 배우고 문화를 익히려고 애쓰는 동안 이들의 남편이 비자 신청권이나 국적 취득권만을 무기처럼 붙들고 있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남편도 아내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알려고 노력해야 하고, 어떻게 아내가 문화·사회·경제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해야 한다. 이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 있고 이들이 학교를 들어오고 있다. 시골 학교는 이들이 교실을 채워가고 있다. 이들이 인종과 문화에 따른 차별과 소외와 집단 따돌림을 겪으며 성장할까봐 어머니들은 전전긍긍하는데 아버지들은 앞에 나서기를 주저한다. 외국인 여성과 사는 것에 대한 자의식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에 얽매여 아내와 자식을 책임지는 데서도 적극적이지 못하다. 이들이 워드의 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김영희씨 말대로 “사랑은 피부색과 상관이 없다.” 워드가 태어난 병원 건물에 “하인스 워드, 당신이 태어난 병원입니다.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 이런 펼침막이 걸린 걸 보았다. 오늘도 이 땅에 수많은 여성 결혼이민자의 아이들이 태어난다. 그들 하나하나도 자랑스럽고 소중한 아이여야 한다. 그들이 30년씩 차별과 편견과 눈물 속에서 살지 않도록 해야 할 책임이 나라와 사회에 있다.

- <한겨레> 2006년 4월 10일치

(나) 위 <슬견설>에서 ‘“무릇 피[血]와 기운[氣]이 있는 것은~나는 당신과 도(道)를 이야기하겠습니다.” 라고 했다.’ 부분.


◎ 해결 방향

이번 논제는 제시문 (가)에 나타난 결혼이민자와 혼혈아 차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나)를 참고해 서술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나)의 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

제시문 (나)에는 개와 이의 비유를 통해 표면적 모습에 현혹되지 말고 그 속에 감춰진 본질을 보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논제를 해결하려면 이런 주제를 (가)에 나타난 사회 문제에 적용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면 된다. 제시문 (가)에 나타난 사회문제는 국적, 피부색, 언어 등 민족 간의 외형적인 차이로 발생하는 것들이다.

이런 외형적인 차이를 자신의 친구나 가족 간의 차이와 마찬가지인 것으로 인식하고 상대방을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볼 수 있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과 같은 방향으로 논지를 전개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창의성을 발휘해 서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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