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만숙 와이즈만 영재교육 연구소장
오늘날 수학은 과거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으로 발전했고 광범위하게 응용된다. 이런 발전은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의사소통을 통한 아이디어의 통합과 확장, 기록을 통한 지식의 공유와 대물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인터넷과 통신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이메일이나 전화로 간편하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지만, 이전의 수학자들은 편지를 주고받았다. 골드바흐의 추측(Goldbach’s conjecture)으로 잘 알려진 골드바흐(Christian Goldbach, 1690~1764)는 당대 최고의 수학자 오일러(Leonhard Euler, 1707~1783)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고, 파스칼(Blaise Pascal, 1623~1662)과 페르마(Pierre de Fermat, 1601~1665)는 편지로 확률론에 대한 이론을 정립했다. 또 수학자들은 모여서 공동연구를 하기도 했는데, 영국의 수학자 하디(G. H. Hardy, 1877~1947)는 인도의 수학자 라마누잔(Srinivasa Ramanujan, 1887~1920)을 케임브리지 대학으로 초청해 많은 연구 결과물을 창출했고, 헝가리 출신 수학자 에르되시(Paul Erdos, 1913~1996)는 다른 수학자와 공동으로 발표한 논문의 수가 수백 편에 이른다.
수학자들은 집단을 이뤄 연구하기도 했다.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Pythagoras, 기원전 약 569~497)를 중심으로 한 ‘피타고라스학파’(Pythagoreans)와 플라톤(Plato, 기원전 약 427~347)이 설립한 아카데미아(Plato’s Academy)가 그렇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기원전 384~322)는 아카데미아에서 플라톤에게 지도를 받았다. 17, 18세기에는 파리 과학아카데미(The Paris Academy)를 구심점으로 체계적인 수학 연구가 이뤄졌다.
우리는 학교에서 수학의 여러 개념과 정리를 배운다. 이것은 선대 사람들이 이뤄놓은 업적이다. 만일 수학 교과서 없이 여러분 스스로 그 내용을 찾아내야 한다면 어떨까. 아마 평생 매진하더라도 쉽지 않을 터이다. 후대 사람들은 선대 사람들이 정리한 것을 봄으로써 그들과 의사소통하는 셈이다. 수학 발전은 수많은 사람이 의사소통을 통해 힘을 합침으로써 가능했다. 편지로 의견을 주고받았고, 조직적으로 단체를 구성해 연구했고, 자신의 연구 결과를 기록으로 남겨서 후대의 발전을 가능하게 했다.
이런 맥락으로 볼 때, 수학 교육에서 의사소통이 강조되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오늘날은 수학의 응용 범위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졌고, 일정 수준 이상의 수학 지식 습득은 현대인의 사회생활에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우리는 의사소통을 통해 수학 지식을 효과적으로 습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학적 소양을 갖춘 사회인이 돼야 한다.
염만숙/와이즈만 영재교육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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