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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1. 경험이 책보다 강하다

등록 2009-04-26 21:28

서로 등만 보고 앉는 학생들이 얼굴을 마주 보고 소통할 수 있는 것이 토론의 장점이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서로 등만 보고 앉는 학생들이 얼굴을 마주 보고 소통할 수 있는 것이 토론의 장점이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2. 상대 의견을 경청하라
3. 자신에게 늘 반문하라
커버스토리 / 전국대회 ‘1등’ 이 말하는 토론의 기술

토론대회에서도 우열이 갈린다. 누구는 1등을 하고 누구는 예선 탈락을 한다. ‘말발’이 부족한 탓일까? 아니면 어려운 책을 많이 안 읽은 탓일까? 지난해 ‘5·18 민중항쟁 정신 계승 제7회 전국 고교생 토론대회’(5·18 기념재단 주최) 심사위원을 맡았던 윤영덕 전남대 5·18연구소 연구교수는 “우리는 언변이 뛰어나거나 화려한 지식을 자랑하는 ‘달인’을 뽑겠다는 게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토론대회에서 1등을 뽑는 기준은 입시에서 1등을 가려내는 기준과 다르다. 그렇다면 토론대회 1등은 무엇을 잘해야 할까? 지난해 ‘제5회 전국 고교생 토론대회’(한국자유총연맹 주최)에서 대상을 받은 유시환(천안중앙고3·사진 왼쪽)군과 ‘5·18 토론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김수림(경기여고3·가운데)양과 김수현(경기여고3·오른쪽)양이 직접 대상 수상의 이유를 밝혔다.

경험으로도 훌륭한 논리가 성립한다

“다른 팀들은 책에서 읽은 얘기나 우리랑 상관없는 정부 정책에 대해 얘기할 때 저희는 일상에서 직접 겪은 일이나 실천에 옮겼던 일을 얘기해서 좋은 평가를 받았대요.” 수림양은 ‘촛불시위’가 화두가 될 때에는 촛불시위에 직접 다녀온 경험을 근거로 내세웠다. 상대팀들이 학교 교육을 성토할 때도 학교에서 부딪치는 아주 사소한 문제도 건의를 통해 바꾸려고 시도해 본 경험이 있는 수림양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는 심사위원들이 많았다고 한다.

아무도 읽지 않은 책에서 끌어온 논리보다 모두가 한 번쯤은 당해 봤음 직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논리가 더 큰 설득력을 지닌다는 말이다. 시환군 역시 다른 토론대회에서 비슷한 것을 느꼈다. “봉사활동 의무 참여제에 대해 토론했어요. 의무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데 반대하는 토론자들은 한결같이 칸트의 ‘선한 동기에서 나오지 않은 선행은 선하다고 할 수 없다’는 선의지 개념을 끌어오더라고요. 그런데 결국 어울리지 않는 논리를 억지로 끌어 쓴 것 같다는 심사위원들의 지적을 받았죠.”


경청은 토론의 태도요 전략이다

상대의 주장을 경청하는 게 토론의 기본이라는 사실은 새롭지 않다. 그러나 토론대회에서 경청하는 토론자는 생각보다 찾기 힘들다. 수림양은 “5·18 토론대회 나가기 전에 청중으로 참석했던 토론대회가 있었는데 결선에 참여했던 대여섯 명의 토론자들 가운데 말하는 사람을 쳐다보는 이는 정말 딱 한 사람이었다”며 “멀리서 봐도 그의 태도가 참 인상 깊었는데 결국 그가 대상을 타더라”고 했다. 수림양은 대상을 받은 토론대회에서 특별히 말하는 상대의 얼굴을 쳐다보는 데 주의를 기울였다. ‘경청의 태도’를 보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뭣보다 경청은 토론의 우위에 설 수 있는 확실한 전략이다. 수현양은 “토론하는 동안에는 정말로 집중을 해야 한다”며 “남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들어야 상대방 논리의 허점이 보이고 반박의 지점들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현양이 상대를 비난하거나 흥분하지 않고 항상 침착하게 토론을 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대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조목조목 따지다 보면 언성을 높이지 않아도 어느새 토론의 주도권이 우리 팀한테 넘어와 있다”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생각하는 훈련을 하라

시환군은 평소에도 끊임없이 토론을 연습한다. “항상 ‘왜?’라고 물어요. 급식이 맛이 없는 날은 급식이 왜 맛이 없을까를 고민하다가 식자재 값 인상과 농산물 수입개방을 생각하는 식으로요.” 자문자답하는 과정에서 논리가 생기고 토론을 연습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공부를 할 때도 구조적인 접근을 훈련한다. 단원의 본문을 익히기 전에 학습 목표를 숙지하고 머릿속에 뼈대를 세운다. 그런 다음 본문을 읽으면서 살을 붙여 가는 것이다. “내신 시험이야 중요한 것만 밑줄 치고 넘어가도 되는데 수능 시험은 달라요. 범위가 워낙 넓으니까 이런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이해가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고전 독서는 구조적으로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는 “고전의 내용을 외워서 근거로 써먹는 건 아니고 모든 생각이나 주장의 바탕이 되는 가치관을 세운다”며 “가치관이 서 있으면 어떤 토론 주제가 나오더라도 일관된 주장을 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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