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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예술꽃 피우는 학교 “학생들이 달라졌어요”

등록 2009-05-10 16:24

‘문화예술 선도학교’ 전북 완주군 삼례여중
‘문화예술 선도학교’ 전북 완주군 삼례여중
‘문화예술 선도학교’ 전북 완주군 삼례여중




난타반·사물놀이반·도예반·미술반…
방과후학교·체험학습 전폭지원
“미술·음악 통해 사고력·창의력 키워
국·영·수 이해하는 수준도 높아져”

“감상할 때는 조용히? 아니다! 감상하다 멋지다 생각하면 브라보! 외치면 된다. 이건 방해가 아니라 응원이다! 음악은 관중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전북 완주군 삼례여중에 다니는 3학년 전다은 양한테 ‘응원의 음악 감상’을 가르쳐 준 사람은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서희태 예술총감독이었다. 드라마가 끝난 뒤 서희태 씨가 직접 지휘한 ‘베토벤 바이러스 인 라이브’라는 음악회 관람을 통해서였다.

그러나 전 양은 음악을 배운 곳이 음악회가 아니라 ‘학교’라고 말한다. “학교에서 무료로 많은 공연과 전시회를 볼 수 있었어요. 중학교 오기 전에는 한 번도 그런 기회가 없었거든요. 저한테는 학교가 음악과 미술을 가르쳐 준 곳이에요.” 시간표에 있는 음악과 미술 수업의 의미가 생생한 삼례여중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지원하는 ‘문화예술 선도학교’다.

지난 4월 28일, 삼례여중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합창부에서 나오는 반주 소리였다. 매주 화요일은 합창부, 난타반, 사물놀이반, 미술부, 전통도예반 등 문화예술 관련 수업이 열리는 날이다. 복도에는 눈길이 머무는 곳마다 바로 어제 새로 건 듯한 깨끗한 미술 작품 액자가 걸려 있었다. 때가 끼고 먼지가 덮인 채 걸려 있는 여느 학교의 미술 작품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알고보니 해마다 방과후 학교의 미술부에서 나오는 좋은 작품을 그때그때 액자로 만들어 옛날 작품과 바꿔 건다고 한다. 학교 곳곳에 걸린 액자를 모두 합하면 40점이 넘는다. 문화예술을 ‘선도’하는 학교다웠다. 정태정 교장은 “그림을 그릴 때 필요한 재료비도, 액자 제작비도 모두 학교가 부담한다”고 말했다. 선도학교로 지정된 2007년부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해마다 지원받는 700만원 정도가 삼례여중의 예술교육에 투자되는 재원이다.

덕분에 문화예술 관련 특기적성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비용 부담이 전혀 없다. ‘전통도예반’의 물레와 점토는 물론 ‘색채표현 미술부’의 붓, 물감, 스케치북 등 작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비용은 학교의 몫이다. 색채표현 미술부의 2학년 성유진 양은 “학원에 안 다니고 돈을 내지 않아도 미술을 배울 수 있어서 좋다”며 “미술 쪽으로 관심과 흥미가 많이 생겼고 한국회화를 전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술부를 지도하는 김영남 교사(미술)는 “이 아이들은 주변이 자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예술적인 감성이 풍부하다”며 “선도학교로 지정되면서 좋은 재료로 작품을 만들거나 전시회를 보러 다니게 됐는데 아이들이 재능을 계발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색채표현 미술부 학생들은 포스터 그리기 대회나 한지 미술제 등의 미술 실기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술부 출신 학생이 한국전통문화고 한국회화과에 수석으로 합격하기도 했다. 삼례여중의 문화예술 교육은 예술에 대한 투자이기 앞서 학생들의 교육과 인생에 대한 투자인 셈이다.


학교의 예술교육에 대한 투자는 학생들의 변화와 성장으로 열매를 맺었다. 미술부의 2학년 강미나 양은 “만날 색칠하고 따라 그리는 것밖에 못하다가 미술부 활동 하면서 다양한 기법을 많이 배웠다”며 “미술을 못할 때는 없던 자신감이 생겨서 이제는 다른 수업 시간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난타반, 전통도예반, 미술부, 합창부…. 예술꽃이 핀 삼례여중이 맺는 교육의 열매는 달다. 올해 새로 만든 난타반에서 학생들이 흥겹게 북을 치고 있다.
난타반, 전통도예반, 미술부, 합창부…. 예술꽃이 핀 삼례여중이 맺는 교육의 열매는 달다. 올해 새로 만든 난타반에서 학생들이 흥겹게 북을 치고 있다.
특히 공연이나 전시회 등을 관람하는 체험 프로그램의 영향이 크다. 2007년에 1학년 전체 학생이 서울에서 ‘오르세 미술관전’과 뮤지컬 <라이온 킹>을 본 일은 아직도 회자될 정도다. 삼례여중은 2007년과 2008년에 걸쳐 호두까기 인형, 조수미 콘서트 등의 공연을 모두 열여섯 차례 관람했다. 윤영준 교사(과학)는 “전시회에서 본 작품을 사진으로 찍어 와서 과학적으로 가능한 일인지를 묻는 아이들도 있다”며 “미술을 통해 과학을 생각하고 수학을 생각하면서 사고력과 창의력이 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험의 폭이 넓어지는 만큼 다른 교과를 이해하는 수준도 올라가는 것이다.

도시 지역 학생들한테 뒤지지 않는 문화적 취향을 갖추게 된 것도 학생들로서는 뿌듯한 일이다. 3학년 선지은 양은 “수학여행은 편하게 놀러 간다는 느낌이 들지만 문화체험을 하러 밖에 나가는 건 음악이나 미술 등을 공부하러 간다는 생각이 든다”며 “중학교에 와서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 공연단이 생겼고 미술 전시회 가는 것에도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실 삼례여중 학생 대부분은 학교가 아니면 이런 체험을 할 수 없다. 전은영 교사(음악)는 “우리 학교 학생의 65% 정도가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비 보조를 받는 상황”이라며 “이런 학생들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면 서울은 고사하고 근처 전주시에서 하는 전시회나 음악회에 가는 것도 힘들다”고 말했다. 완주군은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 학생들의 전출이 심해 형편이 되는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 이미 전학을 간다고 한다.

올해 삼례여중은 선도학교 지원사업에서 탈락했지만 이왕에 핀 예술꽃은 지지 않을 것 같다. 학생들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교사들도 예술교육의 단맛을 알기 때문이다. 정태정 교장은 “다른 쪽에서 예산 지원을 많이 받도록 해야겠지만 우리 학교만 혜택을 받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아이들의 변화를 직접 확인한 만큼 이쪽으로 계속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례여중은 이번에 새로 난타반을 열면서 북과 악기 등을 구입하는 데 학교 예산 650만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완주/글·사진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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