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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현상유지 ‘내면의 방해꾼’과 결별을

등록 2009-06-14 16:06수정 2009-06-14 16:10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아이들은 절대 모를 것이다. 자기 부모들이 그 부모 노릇을 하면서 얼마나 내면에서 갈등을 많이 겪고 있으며, 스스로를 쥐어박고 있는지 말이다. 아이들이 부모를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것 이상으로, 사실 부모들도 자기가 마음에 안 든다. “나도 남 보란 듯 아이들 잘 키워내고 싶고, 화내지 않고 지혜롭게 갈등을 해결하고 싶으며, 책이나 방송에서 나오는 숱한 권고와 성공담처럼 우아하게 애들을 기르고 싶단 말이다. 하지만, 막상 현실에서 애들 성적표 보고, 죽어라 말 안 듣는 애와 싸우다 보면 ‘나 왜 이렇게 사나…’ 나도 내가 싫을 때가 많다.” 뭐, 이런 게 대다수 부모들의 심경이 아니겠는가?

지난 몇 년간 코치 훈련을 받는 동안 나에게 큰 도움이 된 개념이 ‘사보퇴르’(Saboteur)라는 내면의 방해꾼을 알아채는 것이다. 사보퇴르는 종종 우리 내면에서 이렇게 속삭인다. “거봐, 넌 역시 안 돼! 아이들한테 화내지 말고 차근차근 얘기부터 들어봐야 하는데, 그렇게 소리지르고 말았잖아. 넌 문제 있는 엄마야.” 혹은 학부모 회의에 참석하는 동안 이렇게 말한다. “아이구, 이럴 땐 가만히 있어. 괜히 말했다가 망신 당하려면 어쩌려구! 여기 너 말고도 똑똑한 사람 많거든.” 우리가 뭔가 작심삼일로 끝나면 바로 사보퇴르는 활기차게 행동을 개시한다. “흥! 그럴 줄 알았어. 괜히 지키지도 못할 걸 결심했다가 번복하느니, 아예 가만히 있지 그래? 어렸을 때부터 의지대로 제대로 해 온 게 뭐 있어? 늘 그 모양이지!”

좀 심하게 들리는가? 하지만 내면에서 일어나는 자책과 자기비판의 목소리로 이 정도는 약과다. 그 이상의 심각한 시나리오도 많다. 이렇게 우리를 혼내고 있는 내면의 목소리를 ‘사보퇴르 혹은 내면의 방해꾼’이라고 한다. 이 방해꾼이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우리를 제한시킨다. 더 대담한 행동, 더 큰 결심, 순수한 이상 품기, 용기를 발휘하는 것을 좌절시킨다. 또 하나는 우리를 보호하는 것이다. 외부로부터 혹은 자신으로부터 상처 입고 실망할 것을 두려워하게 만듦으로써, 즉 우리를 제한하고 안전지대에 머물게 함으로써 상처 입지 않게 보호하는 것이다.

내면의 방해꾼에 굴복한 결과, 우리는 늘 하던 대로 안주하면서 적당히 자기 자신을 변호하며 또 적당히 자기 자신을 비판하는 냉소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심해지면 타인의 변화나 성취도 믿을 수 없게 된다. ‘뭔가 포장됐겠지.’ 하고 깎아내린다. 왜? 그렇지 않다면 나도 뭔가 해야 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사보퇴르는 매우 지혜롭고, 우리를 잘 보살피는 체하면서 결정적으로 우리가 원래 원하는 것을 갖는 데 가장 큰 방해꾼 구실을 한다.

사보퇴르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정책은 그 목소리를 분별하여 알아채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비전을 분명히하는 것이다. 비전이 분명하면 사보퇴르는 입을 다문다. 내가 나쁜 부모라고 속삭이는 자책의 소리가 들리면, 그건 사보퇴르라는 걸 명심하라. 그리고 말하자. “하지만 나는 내가 추구하는 부모의 상이 있어. 비록 한 번에 되진 않지만, 다음에 또 노력할 거야. 지금까지 내가 끈기를 발휘한 적이 꽤 있거든.”


내 사보퇴르도 그동안 다양한 메시지를 보내왔다. 어떤 때는 영어실력을 비판하면서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 어떤 때는 그런 일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기를 죽였다. 아직도 종종 나오지만, 적어도 그게 나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라, 오랜 사보퇴르의 잔소리 같은 거라고 알아보게는 되었다.

고현숙 한국리더십센터 대표 Helen@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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