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과학기술 현장] 정용근 교수팀, 암세포 ‘정밀타격’ AK2유전자 발견
1.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
2. 자생식물이용기술사업단 우리나라는 1999년부터 미래 성장동력이 될 세계 수준의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해 왔다. <함께하는 교육>은 앞으로 16주에 걸쳐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16개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단과 사업단별로 주목할 만한 연구 과제를 차례로 소개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과학기술 연구개발 현장과 그 기술이 가져올 미래사회 변화를 미리 살펴보고, 이공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려 한다. 우리나라 40~50대 남성들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질병은 무엇일까? 바로 간암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7년 사망 및 사망원인 통계 결과’를 보면, 40대와 50대의 간암 사망률(인구 10만명당)은 각각 17.8명, 46.9명으로 폐암보다 2배 이상 많다. 특히 40~50대 남성의 간암 사망률은 여성보다 5~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간암은 치료가 쉽지 않은 암 가운데 하나다. 보건복지가족부의 2001~2005년 암 생존율 통계 자료를 보면, 간암의 5년 생존율은 18.9%에 불과하다. 그런데 세포죽음 유전자 연구를 통해 간암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 정용근(50) 교수팀(서울대 분자질병연구실)이 간암세포주에서 암세포 죽음을 조절하는 AK2(아데닐레이트 키나제 2) 유전자 기능이 손상됐음을 발견한 것이다. 지난 12일 서울대에서 정용근 교수를 만나 이를 연구하게 된 계기와 그간의 연구 과정에 대해 들었다. 정 교수는 1985년 석사 과정 시절부터 수많은 유전자로부터 특정 기능을 지닌 유전자를 골라내는 ‘클로닝’(cloning) 연구를 해 왔다. 유전자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던 시절이다. 1993년 미국 하버드 의대에서 박사후연수 과정을 밟게 된 그는 연구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당시 그가 참여한 위안쥔잉 박사(Dr. Junying Yuan) 팀이 세포죽음에 ‘캐스페이즈’(caspase)란 유전자가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다. 정 교수는 생명체의 죽음도 유전자에 의해 조절된다는 사실에 매료됐다. 그는 이때부터 세포죽음, 특히 암세포 죽음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클로닝’하는 데 온 힘을 쏟기 시작했다. 왜 그는 정상세포가 아닌 암세포에 주목했을까? “10년 전쯤, 유방암 진단을 받은 아내 친구의 수술과 항암치료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봤어요. 암이 건네는 죽음의 공포와 항암치료 과정의 고통은 말로 설명할 수 없죠. 아내 친구는 다행히 죽을 고비는 넘겼지만, 저에게 고통 없이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을 간절히 부탁했어요.” 이후로 그는 암세포 죽음에만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아낸다면, 암세포만을 죽일 수 있는 ‘꿈의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연구는 쉽지 않았다. 2003년 1차 완료된 인간 유전체 사업(Human Genome Project)의 성과로 유전체 관점에서 각 유전자의 기능을 살펴보는 것(유전자 스크리닝)이 가능해졌으나, 약 3만개에 이르는 유전자를 일일이 살피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유전자 1개를 구하는 데도 돈이 많이 들었다. 발현 가능한 유전자 1개를 구비하는 데만도 50만원 정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2004~2005년 당시 미국 등 선진국은 유전자를 하나씩 없앤 뒤 나타나는 증상을 살펴 유전체 수준에서 각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 방법은 비용이 많이 듭니다. 미국처럼 할 수 없었던 우리는 다른 방법을 쓰기로 했어요. 병이 일어나는 이유는 유전자 기능이 손실되거나, 반대로 유전자 기능이 과대해진 경우인데 우린 후자에 주목했죠. 암세포 죽음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다양한 단백질 결합 방법과 유전자 발현 방법으로 찾기 시작한 거죠.”
2007년 봄, 정 교수팀은 지루한 유전자 스크리닝 과정을 반복한 끝에 ‘그 유전자’를 찾았다. 상당수의 인간 간암조직과 세포주에서 ‘AK2 유전자’가 손상됐음을 발견한 것이다.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에 있는 AK2 유전자는 암세포와 같이 비정상적인 세포를 찾아 제거하는 기능을 하는데, AK2 유전자 기능이 손상되면 암세포가 증식하게 된다.(그림 1 참조) 이는 AK2 유전자 기능이 회복되면,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죽일 수 있단 뜻이다. 실제로 정 교수팀은 AK2 유전자 기능이 손상된 간암세포주에 AK2 유전자 기능을 복구했을 때, 간암세포가 항암제에 의해 효과적으로 죽는 것을 발견했다.(그림 2 참조) “세포모델 연구를 지나 동물(형질전환 쥐) 모델을 이용해, AK2 유전자의 기능 회복이 암을 치료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한다는 결정적 증거를 계속 확보해 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연구 성과를 학회에서 인정받아야 하고, 궁극적으로 치료제 개발의 최종 단계인 ‘임상실험’을 통과해야 하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의 얼굴엔 ‘암 정복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이란 믿음이 엿보였다.
조동영 기자 ijoe0691@hanedui.com
국제적 수준 ‘유전자 은행’ 성과 임동수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장 인터뷰
1990년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인간유전체사업(Human Genome Project)은 지난 2006년에 완료됐다. 23종의 염색체를 구성하고 있는 약 30억개의 염기서열 순서와 약 3만개에 이르는 유전자의 염색체 위치를 알게 돼, 마침내 ‘인간유전자지도’를 완성한 것이다. 이제 유전체(genome) 수준에서 유전자들의 기능을 밝힘으로써 생로병사의 근본적인 이해뿐 아니라 각종 난치성 질병의 진단·예방·치료가 가능해졌다.
우리나라는 이런 시대 흐름을 따라잡고자 1999년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 가운데 가장 먼저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이하 인간유전체사업단)을 출범시켰다. 인간유전체사업단은 미국 등 기술선진국 주도로 개발된 유전체 분석 핵심기술을 국내에 조기 정착시키고,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는 난치성 질환의 진단·치료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위암과 간암을 표적 질환으로 선정했다. 지난 9일 임동수(57·사진) 인간유전체사업단장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왜 위암과 간암에 주목했나?
“암은 다른 질병에 비해 인간유전체 변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 2003년 국내 전체 질병사망자(34만6000명) 가운데 26%(6만4000명)가 암으로 사망했는데, 위암과 간암은 폐암 다음으로 비중이 큰 사망원인이었다. 폐암은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 환자가 많아 관련 연구가 많이 진척돼 있어서 ‘한국형 질환’이라 볼 수 있는 위암과 간암의 유전체 기능 연구에 집중하게 됐다.”
그간 인간유전체사업단의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다면?
“먼저 3만8000여종의 유전자를 확보해 유전자은행을 열었다. 이는 국내 유전체 기능 연구를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 혈액에서 위암과 간암을 조기에 진단하고, 수술 후 간암의 재발 및 생존율을 예측할 수 있는 유전자칩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암조직의 유전자발현분석을 통해 약 2500여종의 위암과 간암 유발 후보 유전자를 찾아낸 게 큰 성과다. 이들에 대한 심층적인 기능분석연구를 통해 암 발생 원리를 밝히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위암과 간암을 선택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인간유전체 기능 연구의 미래에 대해 간략히 말씀해 달라.
“2000년 초엔 한 사람의 유전체를 해독하는 데 ‘27억달러(약 3.4조원)/13년’이 소요됐다. 그런데 2007년엔 ‘1억달러(약 1250억원)/4년’, 2008년엔 ‘150만달러(약 19억원)/4.5개월’이면 해독이 가능해졌다. 앞으로 5년 후인 2014년쯤엔 한 사람의 염기서열을 완전히 해독하는 데 ‘1000달러(약 125만원)/1시간’이면 충분할 것이다. 이런 염기서열 분석기술의 발달로 각 개인의 인간유전체 해독과 유전체 정보 활용이 일상화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인간유전체 기능 연구로 각종 질병의 발병 원인이 밝혀지면, 개인별 유전체 정보에 따른 질병의 진단·예방·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유전체 정보는 직업 선택이나 보험 가입 등에 영향을 줘 자칫 사회적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조동영 기자
2. 자생식물이용기술사업단 우리나라는 1999년부터 미래 성장동력이 될 세계 수준의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해 왔다. <함께하는 교육>은 앞으로 16주에 걸쳐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16개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단과 사업단별로 주목할 만한 연구 과제를 차례로 소개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과학기술 연구개발 현장과 그 기술이 가져올 미래사회 변화를 미리 살펴보고, 이공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려 한다. 우리나라 40~50대 남성들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질병은 무엇일까? 바로 간암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7년 사망 및 사망원인 통계 결과’를 보면, 40대와 50대의 간암 사망률(인구 10만명당)은 각각 17.8명, 46.9명으로 폐암보다 2배 이상 많다. 특히 40~50대 남성의 간암 사망률은 여성보다 5~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간암은 치료가 쉽지 않은 암 가운데 하나다. 보건복지가족부의 2001~2005년 암 생존율 통계 자료를 보면, 간암의 5년 생존율은 18.9%에 불과하다. 그런데 세포죽음 유전자 연구를 통해 간암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 정용근(50) 교수팀(서울대 분자질병연구실)이 간암세포주에서 암세포 죽음을 조절하는 AK2(아데닐레이트 키나제 2) 유전자 기능이 손상됐음을 발견한 것이다. 지난 12일 서울대에서 정용근 교수를 만나 이를 연구하게 된 계기와 그간의 연구 과정에 대해 들었다. 정 교수는 1985년 석사 과정 시절부터 수많은 유전자로부터 특정 기능을 지닌 유전자를 골라내는 ‘클로닝’(cloning) 연구를 해 왔다. 유전자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던 시절이다. 1993년 미국 하버드 의대에서 박사후연수 과정을 밟게 된 그는 연구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당시 그가 참여한 위안쥔잉 박사(Dr. Junying Yuan) 팀이 세포죽음에 ‘캐스페이즈’(caspase)란 유전자가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다. 정 교수는 생명체의 죽음도 유전자에 의해 조절된다는 사실에 매료됐다. 그는 이때부터 세포죽음, 특히 암세포 죽음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클로닝’하는 데 온 힘을 쏟기 시작했다. 왜 그는 정상세포가 아닌 암세포에 주목했을까? “10년 전쯤, 유방암 진단을 받은 아내 친구의 수술과 항암치료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봤어요. 암이 건네는 죽음의 공포와 항암치료 과정의 고통은 말로 설명할 수 없죠. 아내 친구는 다행히 죽을 고비는 넘겼지만, 저에게 고통 없이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을 간절히 부탁했어요.” 이후로 그는 암세포 죽음에만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아낸다면, 암세포만을 죽일 수 있는 ‘꿈의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연구는 쉽지 않았다. 2003년 1차 완료된 인간 유전체 사업(Human Genome Project)의 성과로 유전체 관점에서 각 유전자의 기능을 살펴보는 것(유전자 스크리닝)이 가능해졌으나, 약 3만개에 이르는 유전자를 일일이 살피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유전자 1개를 구하는 데도 돈이 많이 들었다. 발현 가능한 유전자 1개를 구비하는 데만도 50만원 정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2004~2005년 당시 미국 등 선진국은 유전자를 하나씩 없앤 뒤 나타나는 증상을 살펴 유전체 수준에서 각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 방법은 비용이 많이 듭니다. 미국처럼 할 수 없었던 우리는 다른 방법을 쓰기로 했어요. 병이 일어나는 이유는 유전자 기능이 손실되거나, 반대로 유전자 기능이 과대해진 경우인데 우린 후자에 주목했죠. 암세포 죽음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다양한 단백질 결합 방법과 유전자 발현 방법으로 찾기 시작한 거죠.”
국제적 수준 ‘유전자 은행’ 성과 임동수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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