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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칭찬은 먼저, 지적은 나중에

등록 2009-06-21 15:46수정 2009-06-21 15:49

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 한국코칭센터 전문 코치
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 한국코칭센터 전문 코치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오바마 미국 현 대통령이 전 대통령인 레이건을 높이 치켜세우는 발언을 해서 우리나라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레이건 대통령은 미국에 대한 낙관적 시각을 회복하게 했다. 이러한 낙관적 시각이야말로 이 힘겨운 시기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이다’라는 발언이었는데, 미국에서도 화젯거리가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정적에 대한 찬사는 우리나라에서는 분명히 뉴스거리다.

이미 돌아가신 분이어서 정적이라는 표현이 적당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잘 알듯이 레이건은 미국의 보수를 대표하는 대통령이었고 오바마는 분명히 반대되는 정책을 주장하는 사람이다. ‘레이거노믹스’ 정책을 하나하나 뜯어고치고 있는 오바마가 레이건을 칭찬하고 인정하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낯설어 보인다.

우리는 정책을 달리하는 사람을 인정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것 같다. 인정은커녕 전 대통령을 스스로 죽음에 이르게까지 만든 극도의 부정이 있을 뿐이다. 또다른 전 대통령은 현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는 발언을 하고, 또다른 전 대통령은 그 발언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는 등, 마치 상대를 인정하는 순간 자신의 존재감을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속에 있는 것 같다.

하기는 국민의 수준이 딱 그만큼 아닌가 싶다. 상대를 인정하는 발언을 하면 매우 불편해한다. 내가 지지하는 사람이 지지하지 않는 사람을 인정해도 불편하고, 반대로 내가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내가 지지하는 사람을 인정해도 불편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될 무렵 한나라당 소속의 어떤 국회의원이 한 방송사와 한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에게 많이 배워야 하고 현 정부는 각성해야 한다는 말을 했는데 이 말은 한나라당 지지자들로부터도 비난을 받았고 반대자들도 비난했다. 나는 그때 한나라당 반대자들의 비난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정치적 속셈이 있었다. 어찌 보면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도 정치적 속셈의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을 텐데 미국에는 그렇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거의 없는 것 같다.

우리는 어떤 사람을 칭찬하려고 할 때 대차대조표부터 만들어본다. 즉, 칭찬할 만한 것이 몇 개이고 지적할 만한 것이 몇 개나 있는지 확인한 다음 칭찬할 것이 더 많아야 칭찬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심한 사람은 칭찬할 게 아무리 많아도 지적할 게 한두 개 있으면 지적만 하고 말기도 한다. 아마 지적할 게 있는데 칭찬을 하면 그 지적에 힘이 안 실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과연 그럴까? 오히려 진심으로 칭찬하고 인정하면 상대방이 내 지적을 수용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아이가 성적표를 집으로 가져왔을 때를 생각해보자. 70점짜리 시험지 3장과 100점짜리 시험지 1장을 가지고 들어왔을 때 100점짜리 시험지가 잘 안 보이는 부모들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아이에게 “국어가 100점이구나. 네가 책도 많이 읽고 받아쓰기도 열심히 공부하더니 정말 좋은 점수를 받았네”라는 말을 하고 그다음에 다른 과목 이야기를 해도 안 늦다.

우리 자녀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많더라도 칭찬할 것을 찾아서 칭찬하자. 그런 아이만이 건강한 자부심을 갖고 자기 개선을 해 나간다. 칭찬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지적만 받는다면 자기 비판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핸드브레이크를 채우고 가속 페달을 밟는 꼴이다. 우리가 우리 아이들을 잘 칭찬하면, 이들이 커서 다른 사람과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에도 상대방을 칭찬하고 인정하는 선진 문화를 만들 것이다.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 한국코칭센터 전문코치 khnam@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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