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만숙 와이즈만 영재교육 연구소장
추론능력 키우는 법 /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교로 넘어가는 시기에 학생들의 추상적 사고와 추론 능력이 급속히 발달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추론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적절한 지적 자극과 학습이 필요하다. 그러나 논에 심어놓은 모포기를 잡아당긴다고 빨리 자라지 않는 것처럼 억지 공부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학습에서는 즐겁게 공부하고, 스스로 깨닫는 감동을 맛보며 얻는 자신감이 무엇보다 중요한 법이다. 학부모와 교사는 이 자신감을 추론 능력을 다져갈 긍정적 에너지로 키워주어야 한다. 추론 능력을 키워주는 수학 문제는 과학 실험을 하듯 흥미롭게 현상에 접근하고, 원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문제다. 이런 문제를 많이 접해보는 게 사고력 계발에 도움이 된다. 과학에서는 관찰과 실험, 측정 등을 통해 결과를 예상하고, 발견된 패턴을 일반화해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해가는데 이런 과정은 수학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수학에서는 현미경·알코올램프·비커 등의 실험기구 대신 수와 여러 개념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실험과 관찰이 일어난다. 즉, 어떤 규칙이 순서대로 나타나는지, 대상들이 공통점을 지닌 그룹으로 나뉘는지, 대응관계가 성립하는지 등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의미 있는 ‘추측’을 해낸다. 이런 수학적 관찰은 천재들이라고 해서 생략할 수 없는 과정이다. “말을 배우기 전에 이미 세는 법을 알고 있었다”고 하는 천재 수학자 가우스의 노트 여백에도 1에서 1000까지의 소수의 개수, 10000까지의 소수 등을 낱낱이 적어가며 여러 가지 시도와 검토를 한 흔적이 남아 있다. 이런 수학에서의 추측은 나중에 수학적 지식의 폭을 넓히고 필요한 기능을 배우면 엄밀한 증명에 의해 입증할 수 있다. 중학교 수학교과서도 개념을 처음 접하는 단계에서 귀납적 추론의 경험을 되도록 많이 해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2)+(+3)과 (+3)+(-2)를 각각 계산해 보고 그 값이 같음을 확인한 후에 두 수 a, b에 대하여 a+b=b+a가 성립한다는 덧셈에 대한 교환법칙을 설명했다. 또 1×1×1×1, 1×1×1×(-1), 1×1×(-1)×(-1), (-1)×(-1)×(-1)×(-1)의 값을 계산해 곱해진 음수의 개수와, 곱의 값의 부호의 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교과서 전반에서 실제로 비교해보고, 실마리를 주면서 단계를 진행시켜갈 수 있도록 아기자기한 구성이 도입된 셈이다. 수학교육에서는 잘 고안된 교재뿐만 아니라 학생이 충분한 발견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분위기가 매우 중요하다. 의미 있는 추론이 일어날 때까지 시간을 주고, 잘못된 결과가 나왔더라도 왜 그런 결론에 이르렀는지 거꾸로 확인해보게 해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염만숙 와이즈만 영재교육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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