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만숙 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장
[창의적 문제해결능력] 수학에 시간 낭비하지 말자
수학을 잘하려면 문제를 많이 풀어보라고 한다. 그런데 적잖이 풀고서도 새로운 개념을 배우는 것은 여전히 어렵고, 새로운 문제를 만나면 번번이 당혹스럽다. 또 종일 수학공부만 할 수도 없는 일인데, 얼마나 많이 풀어보라는 얘기일까. 게다가 더 적게 풀고도 새로운 문제를 더 빨리 해결하는 친구들도 있지 않은가.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의미 있게 투자하기 위해서는 ‘많은 문제를 푸는 것’만큼이나 ‘아는 문제를 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아는 문제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하는데, 이때 어떤 문제들이 유사한 문제인지 유추하는 사고가 필요하다.
A와 B는 표현이나 내용이 모두 유사하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은 하나의 방법을 충분히 숙련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이와 같은 문제는 실수를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만 익혀두면 좋다. 이에 비해 A와 C는 표면적 유사성이 낮지만 내용적으로는 같은 문제이다. 이런 문제는 어렵다고 느끼기 쉽다. 교사가 A의 풀이법을 소개하고 C를 해결하라고 했을 때, 둘 사이의 관계적 유사성을 파악하지 못하면 문제에 손을 대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공통점을 유추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 단서를 제공해 그 관계를 찾아내는 훈련을 해야 한다.
D는 C와 비슷하지만 실제로 답이 3가지로 나오는 더 심화된 문제이다. 이런 수준의 문제까지 소화하려면 평소에 단계적으로 유사도가 높은 것에서 낮은 순서로 문제를 해결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C나 D의 문제도 그 수준에서 서로 비슷비슷한 문제들이 많이 있다. 문제의 유형을 분류할 수 있고, 풀이의 핵심을 찾아 적용할 수 있다면 모든 문제집을 다 사서 풀어볼 필요는 없다.
모든 방면에 전문적 소양을 갖춘 팔방미인형 인간에 대비되어 요즘은 T자형 인간이 새로운 인재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한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다른 분야에도 기본적인 지식과 문제해결력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다 전문가적 수준으로 잘하는 것은 어렵고도 너무 소모적인 일이다.
염만숙/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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