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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논에 물 대던 농촌소년 ‘슈퍼 벼’에 승부 걸다

등록 2009-07-05 15:48수정 2009-07-06 10:40

1번을 제외하고 모두 ‘가뭄 처리’를 했다. 일반 벼인 2번이 시들해진 반면, 트레할로스 벼인 3,4번은 가뭄처리를 하지 않은 1번과 같은 정상적인 성장을 보였다.
1번을 제외하고 모두 ‘가뭄 처리’를 했다. 일반 벼인 2번이 시들해진 반면, 트레할로스 벼인 3,4번은 가뭄처리를 하지 않은 1번과 같은 정상적인 성장을 보였다.
김주곤 교수 ‘트레할로스 벼, AP2 유전자’ 성과
GMO불안없이 가뭄 강하고 생산성 높이기 최선




3. 미생물유전체활용기술사업단

4. 작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

5. 프로테오믹스이용사업단





영국의 정치경제학자 맬서스(Thomas Robert Malthus)는 <인구학 개론에 대한 소고>(An Essay on the Principle of Population)에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 비해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므로 인류 대다수는 빈곤에 처할 것이라 경고했다. 200여년이 지난 지금 맬서스의 예언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책을 쓴 1798년 8억명이던 인류는 현재 60억명을 넘어섰지만 이에 못지않게 곡물 생산성도 획기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맬서스는 농기구의 기계화, 비료·농약의 개발, 육종기술의 발달 등 과학기술의 힘을 간과했던 것이다.

21세기 초입에 들어선 인류는 ‘맬서스의 경고’에 다시 직면했다. 2050년이면 세계 인구는 90억명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곡물 생산성은 예전처럼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농사지을 땅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급격한 기후변화로 작물의 환경 스트레스가 커져 수확량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변형식품(GMO)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안전성 문제로 시민사회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김주곤 교수
김주곤 교수

지난 6월23일 명지대에서 만난 김주곤(51·오른쪽 사진) 교수는 관록이 쌓인 ‘벼’ 연구자로 가뭄 스트레스, 곡물 생산성, 지엠오 안전성 등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김 교수가 벼 연구에 집중한 건 1983년 즈음이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생명공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당시 유일하게 벼를 연구하던 농촌진흥청에서 연구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1987년 미국 코넬대로 유학을 가 벼 생명공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레이 우(Ray Wu) 교수 밑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록펠러재단 국제 벼 생명공학 프로그램 연구책임자로 일했다. 그는 1996년 명지대 생명과학과 교수로 자리잡아 벼 연구를 계속했다.

김 교수의 연구가 빛을 발한 건 벼 연구에 집중한 지 20년이 흐른 뒤였다. 그는 2002년 작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의 지원 아래 여러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가뭄 등 환경 스트레스에 강한 ‘트레할로스 벼’를 개발했다. 이 벼는 대장균에서 추출한 설탕의 일종인 트레할로스(Trehalose) 생합성 유전자를 벼에 주입한 것이다. 가뭄·추위·고염 상태에서도 잘 자라 ‘슈퍼 우량벼’라 불리기도 한다. 이 품종은 지난 2007년 약 75만달러의 정액기술료와 5%의 매출에 따른 경상기술료(러닝로열티)를 받는 조건으로 인도 최대 종자회사인 마하라슈트라 시드 컴퍼니(Maharashtra Hybrid Seed Company Ltd.)에 기술이전됐다. “당시 저희는 기술이전에 관한 노하우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개발한 기술이 얼마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도 몰랐죠. 공동 연구한 코넬대학교 레이 우 교수팀의 도움이 컸습니다. 옆에서 기술거래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이 배웠죠.” 우리나라에서도 지엠오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이 빨리 정착하길 바란다며 김 교수가 말했다.

지엠오는 뜨거운 감자다. 1994년 처음 지엠오가 시판된 이후 매년 경작 면적과 시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곡물값 상승과 기후변화 등으로 식량위기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다. 그러나 외래 유전자 도입에 따른 잠재적 위험성을 이유로 일부 환경단체들의 반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또 거대 다국적 기업들의 지엠오 독점을 우려하면서 시민단체들의 저항도 거세지고 있다.

김 교수는 트레할로스 벼 개발 이후 더 효과적이고, 더 안전하며, 독자적인 품종 개발에 매달렸다. 지엠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을 없애고, 가까운 미래 ‘식량주권’을 지켜내기 위해서였다. 4만여개 벼 유전자 가운데 원하는 유전자를 찾아 그 효과를 검증하기까지 7년이 걸렸다. 김 교수팀은 시행착오를 반복한 끝에 벼의 생산성을 높이면서 각종 환경 스트레스에도 강한 유전자(AP2)를 찾아낼 수 있었다. 또 이 유전자를 발현시켜주는 유용 촉진자(프로모터)들도 새롭게 발견했다. “가뭄 상황에서 일반 벼들은 정상 상황보다 소출이 40%로 떨어졌지만, AP2 유전자를 주입한 벼는 정상 상황의 70%까지 수확을 냈습니다. 또 이번에 개발한 AP2 유전자를 이식한 벼는 벼에서 유래한 유전자와 촉진자를 사용함으로써 외래 유전자 도입에 따른 지엠오의 잠재적 위험성을 없앨 수 있었죠. 무엇보다 형질전환 벼 실용화에 필수적인 요소들- 유용유전자, 촉진자, 형질전환기술 등 -에 대한 자체 특허를 보유함으로써 향후 지엠오 실용화의 걸림돌들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전북 남원이 고향인 김 교수는 초등학교 시절 수업을 마치면 논에 물 대는 게 일이었다. 그는 당시 논농사에 물 부족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실감했다. 그의 체험은 오늘도 그가 한결같은 마음으로 벼 연구에 몰두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

용인/글·사진 조동영 기자

ijoe0691@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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