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 미상의 고려가요 ‘청산별곡’은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민중의 비애와 고뇌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사진은 생존권 투쟁에 나선 비정규직 노동자들. <한겨레> 자료사진
시대별 시적화자의 지향점 ‘청산’ 비교
과목별 논술교과서 / [난이도 수준-중2~고1] ■ 교과서 읽기 논점 1. ‘청산별곡’에서 찾아 본 ‘청산’의 의미 살어리 살어리랏다. 靑山(쳥산)애 살어리랏다. 멀위랑 다래랑 먹고, 靑山(쳥산)애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우러라 우러라 새여, 자고 니러 우러라 새여. 널라와 시름 한 나도 자고 니러 우니노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가던 새 가던 새 본다. 믈 아래 가던 새 본다. 잉무든 장글란 가지고, 믈 아래 가던 새 본다.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이링공 뎌링공 하야 나즈란 디내와손뎌. 오리도 가리도 업슨 바므란 또엇디 호리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어듸라 더디던 돌코, 누리라 마치던 돌코. 믜리도 괴리도 업시 마자셔 우니노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살어리 살어리랏다. 바라래 살어리랏다. 나마자기 구조개랑 먹고 바라래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가다가 가다가 드로라, 에졍지 가다가 드로라. 사사미 짐대예 올아셔 奚琴(해금)을 혀거를 드로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가다니 배 브른 도긔 설진 강수를 비조라. 조롱곳 누로기 매와 잡사와니, 내 엇디 하리잇고.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 어떻게 읽을까 <청산별곡>은 현전하는 고려 가요 중에서 <서경별곡>, <가시리> 등과 함께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으로 손꼽힌다. 오랜 시기에 걸쳐 구전돼 작자는 알 수 없으며, 훈민정음이 창제된 이후 문자로 정착한 이래 현대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재창작되는, 오랫동안 한국인에게 사랑받고 있는 노래다. 일반적으로 이상향인 ‘청산’에 살려는 화자의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다고 알려진 이 노래는 작자의 계층이나 노래의 성격 등에서 여러 견해가 존재하며, 아직 한 가지 견해로 통일되지 못한 상태이다. 현재까지 이루어진 논의를 간단히 살펴보면, 농토를 빼앗긴 농민의 노래(김태준, 신동욱 외), 사랑과 관련된 노래(조윤제, 양주동, 최철 외), 현실도피(김사엽 외), 유랑인의 노래(김형규, 박노준 외), 현실의 고뇌를 표출한 노래(박병채, 김종오, 김대행 외) 등으로 다양하다. 이렇게 다양하게 해석되는 것은 <청산별곡>이 구전된 작자 미상의 고려 가요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오랜 시간 동안 한국인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을 읽을 때에는 논란이 되는 부분을 자기 나름으로 해석해 어떤 견해가 설득력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 내용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후렴구는 과연 어떤 구실을 하는지, 이것이 <청산별곡>이 노래로 불렸다는 것과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청산’을 제재로 하는 다양한 작품을 찾아서 작품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파악해보는 활동을 할 수 있으며, <청산별곡>을 현재 자신의 처지에 맞추어 개작해보는 활동도 가능하다.
■ 교과 심화 ‘청산별곡’에 대하여 모두 8연으로 <악장가사>(樂章歌詞)에 전문이 실려 전하고, <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에 곡조와 제1연이 실려 있다. ‘서경별곡’(西京別曲)·‘만전춘별사’(滿殿春別詞)와 함께 고려가요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그리고 작가의 신분계층이나 제작 동기, 작품 성격, 작중 화자 등에 대해 이렇다 할 정설이 세워지지 않은 채 논란이 거듭되는 문제작이기도 하다. 남녀간의 애정을 주로 다루었던 다른 고려가요에 비해, 삶의 비애와 고뇌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중략) 작중의 화자를 남성으로 보는 견해와 여성으로 보는 견해, 이 두 가지 견해가 맞서 있다. 이 가사의 성격에 관해서는, ① 청산에 들어가 머루나 다래를 따먹고 살아야 하는 민중의 괴로운 삶, 특히 유랑민의 처지를 나타낸 민요 ② 민란(民亂)에 참여한 농민·어민·서리(胥吏)·노예·광대 중의 어느 하나 혹은 그들 혼합집단의 노래 ③ 슬픔을 잊기 위해서 청산으로 도피하고 싶어하는 실연(失戀)한 사람의 노래 ④ 고민을 해소하기 위하여 청산을 찾고 기적과 위안을 구하면서도 삶을 집요하게 추구하는 지식인의 술노래 ⑤ 닫혀진 세계 속에서 살고 있는 여인의 한(恨)과 고독을 담은 노래 등 여러 견해가 있다. ①의 견해는 이 가사가 민중의 공동작이며, 작중의 화자가 남성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한편 ④의 견해는 작중 화자를 남성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①·②와 같으나, 개인의 창작, 그것도 지식인의 창작으로 보는 점에서는 ①·②와 대조를 이룬다. 그런데 이들 ①·②·④의 견해는 이 가사가 밖으로는 거란·여진·몽고족 등 외족의 침입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안으로는 이자겸(李資謙)의 난, 묘청(妙淸)의 난에 이어, 무단정치가 지속되는 고려시대의 것이라는 인식과 깊이 관련 맺고 있다. 이 가사는 이와 같이 내우외환 속에서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민중 내지 지식인의 고뇌를 그리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⑤의 견해는 ①·②·④와는 달리, 작중의 화자를 여성으로 보고 있는 점에서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작중의 화자를 남성으로 보든 여성으로 보든 간에 이 화자가 현재 시름이 많은 자로서 운명의 돌에 맞아서 울고 있고, 미워할 사람도 사랑할 사람도 없이 고독에 싸여 한 맺힌 삶을 살고 있는 자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가 노래하며 지내지 않을 수 없는 존재라고 하는 사실(제2연의 ‘널라와 시름 한 나도 자고 니러 우니노라.’)이 주목된다. 그러기에 작중의 화자는 현재의 자기 삶의 터전을 떠나, ‘청산이나 바다에 가서 살았던들 이와 같은 고독과 회한은 차라리 없었을 것을’ 하고 다른 세계를 동경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한 삶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 작품의 마지막 연은 결국 이 기막힌 삶과 심정을 술을 빚어 혼자서, 혹은 님과 더불어 마심으로써 해결하고 달랠 수밖에 없음을 보여 주고 있다.(후략) - 민족문화대백과 ‘청산별곡’과 자연 오늘날 우리가 물려받은 시가 가운데서 자연을 읊은 것이라면 ‘청산별곡’을 대표적인 작품으로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이 작품은 현실 도피니 자연문학이니 하여 자연시로 평가받아 왔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도 자연 그것의 아름다움보다는 인생의 고뇌가 더 강렬하게 나타나 있음을 본다. 인간 속으로 일단 끌려 들어왔다가 다시 뱉어진 자연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기에, 진실로 자연을 통하여 재생된 작품이라 할 것이다. 이 작품에 나오는 ‘청산(靑山)’이란 이미지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청산, 즉 자연의 일부로서의 청산은 아니었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靑山(산)애 살어리랏다. 멀위랑 C래랑 먹고, 靑山(산)애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이때의 ‘산’은 ‘머루’, ‘다래’가 뒷받침하는 청산이다. 그런데 그 ‘머루’, ‘다래’란 인적이 미치지 못하는 높고 깊은 산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과실이요, 보리나 쌀처럼 돈이나 물품으로 바꿀 수 있는 성질이 못 되는 과실이다. 따라서 이 ‘머루’, ‘다래’는 ‘쌀’, ‘보리’와는 반대되는 식물(植物)이기도 하다. 다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쌀’, ‘보리’가 세속적인 식물이라면 ‘머루’, ‘다래’는 비세속적인 식물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이 작품에 나오는 ‘청산’이란 단순한 자연의 일부분의 뜻이 아니라 비세속적인 세계를 뜻한다고 할 것이다. 제2연에 나오는 ‘새’도 작중 화자의 괴로움을 함께 나누어 주는 새이다. 단순한 자연의 한 부분으로서의 새가 아닌 것이다.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울고 있는 저 새 소리는 곧 작중 화자의 슬픔을 함께 슬퍼해 주는 새 소리라 보는 것이다.(중략) 이처럼 ‘청산별곡’에서의 자연은 자연물 그 자체에 대한 애착이나 동경에서 포착된 것이라기보다는 인간 속으로 옮겨 들어와 인간과 더불어 울고 웃는 자연물임을 알 수 있다. - 정병욱, ‘한국고전의 재인식’
■ 논제 해결 시대별 시적화자의 지향점 '청산' 비교 제시문 (가), (나), (다)에 나타난 각각의 ‘청산’을 비교·분석하고,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시오. (500자 안팎) (가) 위의 ‘청산별곡’ 전문 (나)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 내려오고, 둥둥 산을 넘어, 흰구름 건넌 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너멋 골 골짜기서 울어 오는 뻐꾸기……. 산아, 푸른 산아. 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에 엎드리면, 나는 가슴이 울어라. 흐르는 골짜기 스며 드는 물소리에 내사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 아득히 가버린 것 잊어버린 하늘과, 아른아른 오지 않는 보고 싶은 하늘에, 어쩌면 만나도질 볼이 고운 사람이, 난 혼자 그리워라. 가슴으로 그리워라. 티끌 부는 세상에도, 벌레 같은 세상에도, 눈 맑은 가슴 맑은 보고지운 나의 사람. 달밤이나 새벽녘, 홀로 서서 눈물 어린 볼이 고운 나의 사람. 달 가고, 밤 가고, 눈물도 가고, 틔어 올 밝은 하늘 빛난 아침 이르면, 향기로운 이슬밭 푸른 언덕을, 총총총 달려도 와 줄 볼이 고운 나의 사람. 푸른 산 한나절 구름은 가고, 골 넘어 뻐꾸기는 우는데, 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 아우성 쳐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에, 난 그리노라. 너만 그리노라. 혼자서 철도 없이 난 너만 그리노라. - 박두진, ‘청산도’ (다) 나는 수풀 우거진 청산에 살으리라 나의 마음 푸르러 청산에 살으리라 이 봄도 산허리에 초록 빛 물들었네 세상 번뇌 시름 잊고 청산에서 살리라 길고 긴 세월 동안 온갖 세상 변하였어도 청산은 의구하니 청산에 살으리라 이 봄도 산허리에 초록 빛 물들었네 세상 번뇌 시름 잊고 청산에서 살리라 길고 긴 세월 동안 온갖 세상 변하였어도 청산은 의구하니 청산에 살으리라 - 청산에 살리라 / 김연준 시, 김연준 곡, 최현수 노래
◎ 해결 방향 제시문 (가), (나), (다)에는 각각 시적 화자의 지향점으로 ‘청산’이 설정돼 있다. 제시문 (가)는 고려가요인 ‘청산별곡’으로, 여기에서 청산은 화자의 존재 설정에 따라 이상향이기도 하고 괴로운 현실을 잊을 수 있는 도피처이기도 하다. 어느 방향이든 화자가 처한 현실과는 상반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제시문 (나)는 박두진의 시 ‘청산도’이다. 여기에서의 청산은 1연의 ‘우뚝 솟은 푸른 산’,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 ‘숱한 나무가 무성히 우거진 산’, ‘금빛 햇살이 내려오는 산’ 등의 구절을 통해 풍요롭고 아름다운 생명력의 표상으로 제시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3연의 ‘티끌 부는 세상에도, 벌레 같은 세상에도’를 통해 묘사되는 현실 세계와 대비된다. 이런 점에서 ‘청산’에 대한 기본적인 설정에서는 (가)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화자가 바라는 청산은 (가)처럼 개인적 소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민족적인 소망으로 확대된다고 할 수 있다. 반영론적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화자는 광복 직후의 혼란기를 벗어나 민족의 모든 구성원들이 화합할 수 있는 평화로운 시대가 오기를 바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시문 (다)는 ‘청산별곡’을 바탕으로 창작된 가곡이다. 여기에서의 ‘청산’은 ‘청산별곡’의 그것과 유사하다. 다만 ‘청산별곡’에 비해 ‘청산’의 의미가 수시로 변하는 인간 세계와 대비된, 영원성의 표상으로서의 청산으로 좀더 구체화되어 나타난다. 이상의 제시문 분석을 바탕으로 각각의 ‘청산’을 비교·분석할 수 있으면 된다. 이에 대한 견해는 분석의 범위를 넘어서지 않는 한 다양하게 제시될 수 있다.
◎ 자료 검색 이상향 유토피아라는 말은 토머스 모어 경이 <국가의 최선 정체(政體)와 새로운 섬 유토피아에 관하여>(Libellus… De optimo reipublicae statu, deque nova insula Utopia)(1516)라는, 라틴어 제목으로 출판한 <유토피아>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 단어는 그리스어의 ‘아니다’(ou)와 ‘장소’(topos)를 합성해 만든 것으로, ‘아무 데도 없는’(nowhere)이라는 의미였다. 모어는 1515년 플랑드르에서 대사로 지내는 동안 이성에 의해 정책과 제도가 전적으로 지배받는 이교도의 공산주의 도시국가를 그린 <유토피아> 제2권을 썼다. 이 책에 묘사된 국가의 질서와 위엄은 자기 이익과 권력 및 부에 대한 탐욕으로 분열된 유럽 그리스도교 국가들의 비이성적인 정책과는 눈에 띄게 대조를 이루고 있다. 유럽 그리스도교 국가들에 관해서는 1516년 영국에서 쓴 제1권에 묘사되어 있다. 유토피아에 대해서는 신비에 싸인 여행가 라파엘 하이슬러디가 공산주의만이 사적·공적 생활에 만연해 있는 이기심을 없애는 유일한 치유책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유토피아를 언급함으로써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모어는 인간이란 본디 잘못을 저지르기 쉬우므로 악을 치유하기보다는 누그러뜨리는 편이 낫다는 주장을 폈다. 따라서 재치가 넘치는 익살의 어느 부분이 진지하게 의도된 것인지 어디가 역설에 불과한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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