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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감정 대위법’과 시어들의 관계

등록 2009-07-05 16:31

사랑하는 대상을 잃은 슬픔의 표출방법




과목별 논술교과서 / [난이도 수준-중2~고1]

■ 교과서 읽기

논점 2. ‘유리창’에 나타난 정서의 표출 방식

유리(琉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山)새처럼 날아갔구나!

어떻게 읽을까

어린 자식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이 시는 일명 ‘감정의 대위법’(차고 슬픈 것, 외로운 황홀한 심사)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절제한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작품을 읽을 때에는 시인이 어떠한 방법으로 자신의 감정을 절제할 수 있었는지, 이것의 효과는 무엇인지에 중점을 두는 것이 좋다.

또 시 안에서 각 시어들이 유기적인 관련을 맺는 과정에도 주목해야 한다. 시적 화자가 유리창을 닦는 과정에서 입김이 어린다. 그 입김은 어린 자식을 잃은 시적 화자에게 마치 새의 날갯짓처럼 ‘차고 슬픈’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러자 차가운 유리창에서 날갯짓을 하는 새의 형상과 차가운 죽음의 땅에서 몸짓을 하는 죽은 자식의 모습이 겹쳐진다. 하지만 입김은 곧 사라지고, 시적 화자는 그 모습을 다시 보고자 끊임없이 입김을 낸다. 그러는 과정에서 눈물이 어리고, 저 멀리 밤하늘에서 별이 바라보인다. 이것은 입김으로나마 자식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황홀한 일이자, 저 멀리 아들을 떠나보내고 난 자신의 외로움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죽은 자식의 이미지는 잠깐 그 모습을 보이다 멀리 날아가는 ‘산새’의 이미지와 결합하면서 시상이 마무리된다.

이처럼 각각의 시각적 이미지들이 시 안에서 결합하여 하나의 커다란 울림으로 독자에게 전해지는 것이다. 시를 읽을 때에는 이렇게 ‘역설’이라든가 ‘감정의 대위법’과 같은 이론에 지나치게 집착하기보다는 시어들이 시인의 의도에 맞추어 어떻게 결합되어 의미를 생성해내는지 그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 교과 심화

역설(paradox)

외관상 자가당착적인 진술. 그 저변에 깔려 있는 의미를 파악하려면 주의 깊은 음미가 필요하다. 역설의 목표는 듣는 사람의 흥미를 끌고 신선한 사고를 일으키는 데에 있다. ‘더 적은 것이 더 많은 것이다’가 그 한 예이다. 또한 “가장 많이 고친 사본이 대개 가장 부정확한 사본이다”라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격언은 오래된 문학적 역설의 본보기이다. 그러나 시에서 역설의 기능은 단순한 재치나 흥미 유발에만 있지 않다. 현대의 비평가들은 시에서 역설이란 시어의 일부를 이루는 기교로써 오류와 진실 간의 긴장을 동시에 담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며, 그것은 반드시 전혀 의외의 단어들을 늘어놓는 것뿐 아니라 단어의 일반적인 의미를 계속적으로 미묘하게 바꾸는 것으로도 가능하다고 본다. -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모더니즘(이미지즘)

19세기 말엽부터 유럽 소시민적 지식인들 사이에서 발생하기 시작하여 20세기에 들어와 크게 유행한 문예사조로 ‘근대주의’ 또는 ‘현대주의’라고도 한다.

기존의 사회질서·종교·도덕의 전통을 밑받침하고 있던 확실성에 대해 회의를 품은 니체(Nietzsche)의 허무주의, 마르크스(Marx)의 유물사관과 혁명이론, 프로이트(Freud)의 정신분석학 등의 선구적 사상들이 이미 그 토대를 마련해놓았으며, 세계를 정신적·물질적으로 황폐화시킨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하여 크게 성행하였다.

그들은 기존 낭만주의 시들이 지닌 내용 위주의 편향성, 지나친 감정 노출 등을 비판하고 단단한 형식, 지성에 의한 감정의 통제 등을 표방하였다. - 민족문화대백과


■ 논제 해결

사랑하는 대상을 잃은 슬픔의 표출방법

제시문 (가)와 (나)에는 사랑하는 대상을 잃은 슬픔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표출되어 있다. 이러한 제시문 간의 정서 표출 형태의 차이점을 분석하여 서술하시오.(400자 안팎)

(가) 유리(琉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山)새처럼 날아갔구나! - 고등학교 국어 (상)

(나)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는 그 사람이여!

사랑하는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고등학교 문학


◎ 해결 방향

제시문 (가)와 (나)는 공통적으로 사랑하는 대상을 잃은 슬픔을 표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적 화자의 정서를 표출하는 과정은 다르게 나타난다.

(가)의 경우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슬픔이 시각적 이미지의 연결을 통하여 감정이 절제된 채로 나타난다. 이는 대상을 ‘입김’, ‘별’, ‘산새’ 등과 같이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감정을 ‘차고 슬픈 것’, ‘외로운 황홀한 심사’ 등과 같이 다른 차원으로 승화시킴으로써 가능하게 된다. (나)는 (가)에 비하여 자신의 ‘슬픔’을 직접적으로 표출한다. 이는 1·2연의 격정적인 표현과 어조(~이여)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다. 또한 3연에서 시적 화자가 죽은 이가 있는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인 ‘산’ 위에 위치해 죽은 이와의 거리감을 확인함으로써 이런 슬픔은 확대되며, 시간적 배경이 (가)와 달리 삶과 죽음의 경계로도 파악할 수 있는 해질녘으로 설정됨으로써 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마지막 연에서는 망부석이 될지언정 ‘임’을 부르겠다는 시어를 통하여 삶과 죽음의 경계마저도 허물어뜨릴 간절한 기원이 나타난다. 이러한 시적 의미는 당대의 시대적 배경과 연결되어 ‘빼앗긴 조국’에 대한 ‘한’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상의 사항을 바탕으로 제시문 간의 정서 표출 방식과 상징적 의미의 차이를 분석해 서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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