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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두 신문의 머리기사 비교하라

등록 2009-07-05 16:36수정 2009-07-05 16:38

임성미의 창의적 읽기
임성미의 창의적 읽기




임성미의 창의적 읽기 /

36. 매체도 책처럼 읽어야 한다
37. 신문 읽기
38. 텔레비전은 독서의 적이 아니다

“적군에 구금돼 고문을 받던 여군 병사를 고도의 정보력과 기동력으로 구출.” “가냘픈 미군을 잔인하게 고문한 이라크 이슬람 세력은 제거해야 할 악의 축.” 2003년 3월 23일, 미국 언론은 ‘제시카 린치 일병 구하기 작전’으로 떠들썩했다. 미 특공대가 이라크군에 억류되어 있던 린치 일병을 구했다는 이 일은 미군이 독점 촬영한 화면이 언론에 소개되었고, 린치 일병은 단숨에 미국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석 달 뒤, 이 사건은 린치 본인의 증언을 통해 거짓임이 밝혀졌다. 이라크전에 대한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미국 정부와 언론이 연출한 전형적인 ‘전쟁영웅 만들기’였던 것이다.

오늘날 언론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하나의 기업이다. ‘언론은 진실을 전달해야 한다’는 윤리의식은 존재하지만 신문사의 이익을 얻기 위해선 진실과 왜곡, 조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할 때가 많다. 신문사는 대부분 광고 수입에 의존해 운영된다. 그러다 보니 광고주, 즉 기업에 불리한 기사나 기업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비판 기사를 싣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신문사는 또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당에 유리한 기사를 싣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속셈을 보란 듯이 노골적으로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는다. 완전히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을 조금 과장되게 하고, 자신들의 처지나 의도에 맞는 사실들만 수집하여 기사를 쓴다. 그래서 언뜻 보아서는 신문사별로 비슷비슷해 보이고 별 차별성을 느끼지 못한다.

결국 신문을 깊이 읽는다는 것은 신문을 만든 사람이 가진, 세상을 보는 관점과 의도를 파악해 내는 것이다. 신문을 깊이 읽으려면 성향이 뚜렷하게 다른 두 개의 신문을 구독하는 게 좋다. 두 신문을 나란히 펼쳐놓고 두 신문의 첫 면 왼편을 장식하고 있는 헤드라인과 사진에 시선을 집중해 보라. 첫 페이지의 헤드라인은 그 신문의 얼굴과 같은 것으로, 그날의 주제라고 할 수 있다. 똑같은 사건에 대해서도 어떤 신문은 1면 머리기사로 다루는가 하면, 어떤 신문은 구석에 단 몇 줄 기사로 소개할 때가 있다. 따라서 헤드라인과 사진만으로도 신문사가 사건을 바라보는 중요도와 시각을 읽어낼 수도 있다. 심지어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대통령 사진도 그 밝기나 표정, 배경, 크기 등을 통해 그것을 게재한 기자의 감정과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헤드라인 아래에는 부제들이 있어서 내용을 짐작할 수 있지만 기사를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먼저, 그 기사 제목과 관련하여 자신이 알고 있었던 지식을 끌어내보고, 찬성 또는 반대 의견을 내어보는 것이 좋다. 그런 다음 본문을 천천히 읽으면서 중요한 정보에 밑줄을 긋고, 읽은 후에는 반드시 기사의 중심 내용을 한두 문장으로 요약해 본다. 보통 본문의 맨 첫 문단은 ‘리드글’이라고 하여 전체 내용을 한눈에 소개하고 있으며, 본문은 기사의 성격에 따라 다르게 전개된다. 사건 기사는 사건이 일어난 상황과 원인, 예측 및 전망이 주된 내용일 것이고, 사회적 논란이 되는 기사는 논란을 둘러싼 찬반의견을 다룰 것이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쟁점을 다룬 기사의 경우 반드시 관련기사 면을 따로 두어 더 심층적으로 알려주고 있으므로 꼭 읽어보아야 한다. 선정적인 헤드라인과 다르게 본문은 알맹이가 빠졌거나, 근거 없이 억측하고, 마치 결정된 것처럼 단정적으로 쓴 기사도 있으므로 주의 깊게 읽을 필요가 있다.

신문의 뒷부분에 있는 사설은 주장하는 내용과 근거를 찾아 정리하고, 칼럼은 글쓴이의 직업이나 나이, 사회적 평판 등을 알아보아야 한다. 글쓴이가 의견을 내세우기 위해 인용한 것들이 타당한지 살펴보고, 독자를 설득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낱말이나 문체가 무엇인지도 관심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문 읽기는 진실 찾기 게임과 같다. 그러려면 신문 외에도 인터넷, 책, 방송, 잡지 등을 두루 보고 읽으면서 종합적인 이해를 하고 결론을 내려야 한다.

<책벌레 선생님의 아주 특별한 도서관> 저자 임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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