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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영상언어, 보지만 말고 의도 파악해야

등록 2009-07-12 16:46수정 2009-07-12 21:53

임성미의 창의적 읽기
임성미의 창의적 읽기




임성미의 창의적 읽기 /
[난이도 수준-중2~고1]

37. 신문 읽기
38. 텔레비전은 독서의 적이 아니다
39. 광고 읽기

이제는 웬만한 시청자라면 눈치채고 있는 것이지만, 우리나라 드라마에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는 몇 가지 빤한 공식이 있다. 우선, 여자 주인공은 늘 착하고 예쁘고 남자 주인공에게 헌신적인 성격이다. 남자 주인공은 고급 차를 탄 재벌 2세이고, 반드시 둘 사이를 방해하는 악녀가 나온다. 남자 주인공 어머니는 여자 주인공을 좋아하지 않으며, 부모들은 충격을 받으면 늘 혈압이 상승하여 쓰러진다. 여자 주인공은 가난한 환경이지만 자세히 보면 매우 세련된 옷차림에 비싼 물건을 쓰기도 한다. 텔레비전 드라마 속에 이렇게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미지로 인해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이 형성되는 것을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이라고 한다. 드라마가 이렇듯 빤한 캐릭터 유형을 계속 반복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시청자가 많이 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방송 프로그램은 시청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시청률 상승은 광고 수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시청률이 낮은 프로그램은 아무리 유익한 교양물이어도 방영되기 쉽지 않다.

흔히 우리는 텔레비전을 본다고 말하지만, 텔레비전은 읽어야 할 매체이다. 마치 책을 읽을 때 저자가 어떤 방식으로 독자를 설득하고 있는지를 파악해가며 읽듯이, 텔레비전도 만든 사람의 의도와 목적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텔레비전이 어떤 특성을 가진 매체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텔레비전은 영상 언어로 말을 한다. 그러다 보니 문자기호인 책과 달리 영상은 실제 상황을 사실대로 다룬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켜 딱히 비판할 게 없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상물은 찍는 사람에 의해 매혹적인 것만 선택되어 방영하기 때문에 시청자들로 하여금 계속 보고 싶게 만드는 속성이 있다. 게다가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을 위주로 영상물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보게 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하게 되거나 편견에 사로잡힐 수 있다. 그러므로 제작자가 한 컷의 실감나는 장면을 내보내기 위해 수십 수백 번을 찍어서 고른다는 것, 또 시청자에게 어떻게 하면 가장 멋지고 근사한 장면을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하고 또 고민한 뒤에 방송에 내보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뉴스를 시청할 때도 화면에 비치는 영상들을 보이는 그대로만 수용해서는 안 된다.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는 뉴스를 전달할 때 카메라가 무엇을 비추고 있는지, 누구와 어떤 장소에서 인터뷰를 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지하철 노조 파업을 보도할 때 앵커가 “또 시민의 발목을 잡았습니다”라고 발언을 했다면, 이는 파업으로 인해 시민이 피해를 받았고, 노조가 시민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음을 의도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된다. 여기에 카메라는 출근을 못해 짜증내는 시민과 핏대를 올리며 농성하는 노동자들을 부각시켜 보여줄 것이다.


방송사는 그날의 수많은 뉴스 가운데 특정한 사건을 중요한 뉴스로 선택한다. 뉴스 선택에는 기준이 있기 마련인데, 방송사가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는가는 결국 그 방송사의 정치 사회적 조건, 즉 정치권력이나 특정 집단의 이해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방송사는 공공성을 표방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대놓고 어느 한쪽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는다. 간접화법, 즉 아나운서의 비언어적 표현이나 인터뷰 대상, 증거 자료의 출처, 카메라의 기술 등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뉴스를 시청할 때는 영상으로 표현해내고 있는 여러 요소를 주의 깊게 보면서 제작자의 의도를 읽어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같은 뉴스를 방송사마다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비판적인 시청자가 비판적인 시민이 된다.

임성미 <책벌레 선생님의 아주 특별한 도서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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